검찰 특수본 시즌2 ‘국정 농단’ 제대로 파헤칠까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7.03.13 13:25
  • 호수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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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 박근혜, 재벌 총수, 우병우 前 수석, 국정원 수사

검찰이 ‘자연인 박근혜’를 수사한다. 헌법재판소가 3월10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인용하면서 대통령으로서 누리던 특권은 사라졌다. 형사사건과 관련해 기소를 당하지 않는다는 불소추 특권은 ‘현직’ 대통령에게만 해당한다. 검찰은 이제 박근혜 ‘전(前)’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 구속영장은 물론 계좌추적, 통신조회, 압수수색 등 모든 강제수사에 나설 수 있다. 사상 초유의 ‘비선실세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해 특검은 ‘피의자 박근혜’라고 못 박았고, 헌재 역시 ‘대통령 파면’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제 모든 공은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에 넘어갔다.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바뀐 재벌

 

검찰은 특검으로부터 사건 기록을 넘겨받은 직후인 3월6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2기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했다. 노승권 1차장을 비롯해 형사8부(부장검사 한웅재) 소속 검사 13명,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 9명,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이근수) 9명 등 총 33명의 검사가 투입됐다. 최순실씨와 조카 장시호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공판을 담당하고 있는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도 유동적으로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2기 특수본은 ‘세월호 7시간’ 등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각종 의혹,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권남용, 삼성그룹 등 대기업의 출연금 등을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2기 특별수사본부가 3월6일 출범했다. © 시사저널 고성준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대기업 출연금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점이다. 지난해 말 출범했던 1기 특수본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774억원을 몰아준 재벌기업들을 강압에 의해 출연금을 낸 ‘피해자’로 규정했다. 당시 공소장을 보면 “피고인 최순실, 피고인 안종범은 대통령과 공모하여 대통령의 직권과 경제수석비서관의 직권을 남용함과 동시에 이에 두려움을 느낀 피해자 이○○ 등 전경련 임직원, 피해자 삼성전자 대표 권○○ 등 기업체 대표 및 담당 임원 등으로 하여금 금원을 출연하도록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특검의 해석은 달랐다. 특검은 청와대와 삼성그룹 간의 부당거래 의혹을 집중 조사하면서 뇌물죄 적용에 전력투구했다. 결국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박 전 대통령에게 433억2800여만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했다.

 

‘피해자’가 ‘피의자’로 탈바꿈해 다시 검찰의 손에 돌아왔다. 검찰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2기 특수본이 특검 수사 결과를 따를 경우 1기 특수본을 부정하는 셈이 된다.

 

검찰에서는 법원이 교통정리를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3월13일 최순실씨의 첫 뇌물죄 재판에서 법원이 공소장 변경을 요구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꾸라지’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는 우 전 수석과 특별한 연고가 없는 이근수 부장검사의 첨단범죄수사2부가 맡게 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검찰의 명운을 가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이 지난해 7~10월 김수남 검찰총장은 물론 2기 특수본부장을 맡은 이영렬 지검장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 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수사는 첫 스텝부터 꼬인 상태다. 이 때문에 검찰은 특검법에 규정된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았던 우 전 수석의 개인비리 의혹까지 모두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특검으로부터 우 전 수석의 11개 범죄사실을 기록한 25권의 수사기록과 우 전 수석에 대한 고발·진정·수사의뢰 사건 16건을 넘겨받은 상태다.

 

‘청와대 관제데모’ 의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특검팀은 3월6일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청와대가 전경련에 지시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68억원을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시사저널의 ‘어버이연합 게이트’ 단독보도로 촉발된 청와대 관제데모 의혹이 특검을 통해 사실로 확인되면서 결국 검찰의 수사로 이어지게 됐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2기 특수본은 청와대 관제데모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심우정)에 배당할 계획이다. 특검팀은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전경련이 2014년 22개 보수단체에 24억원, 2015년 31개 단체에 35억원, 2016년 22개 단체에 9억원을 지원했다”면서 “청와대 관계자들이 직권을 남용해 특정 단체에 대한 활동비 지원을 강요했다고 보고 사건기록과 증거를 검찰로 인계해 수사하도록 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관제데모 사건을 특수본에 포함시켜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수사의 연속성과 효율성을 고려해 어버이연합 게이트를 수사했던 형사1부가 담당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특검은 관제데모를 지시한 실무자로 허현준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목했다. 시사저널은 지난해 4월 어버이연합의 친정부 집회를 허 행정관이 지시한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2016년 4월20일 “[단독] 어버이연합 ‘청와대가 보수집회 지시했다’ 기사 참조).

 

특검은 허 행정관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초까지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등 보수단체 대표와 90여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최근 열린 탄핵 반대 집회 역시 허 행정관이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특검에서 보수단체 지원 사실을 시인했다. © 연합뉴스

‘관제데모’ 국정원도 檢 사정권

 

시사저널은 관제데모를 지시한 윗선으로 청와대는 물론 국정원을 지목한 바 있다. 지난해 5월10일자 “[단독] ‘이병기 비서실장 국정원장 시절, 보수단체에 창구 단일화 요청’” 기사를 통해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가정보원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 2월12일 보수진영 유력 인사들과 회동을 갖고 ‘자금 지원’을 위한 창구 단일화를 요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회동에 참여했던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은 “이병기 국정원장이 하는 얘기가, 돈 지원해 주는 창구를 하나로 해야 쉽게 그 창구에다 돈을 넣는다는 거였다”고 밝혔다.

 

국정원의 보수단체 자금 지원 의혹은 특검의 수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특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 실장은 지난 1월 참고인 조사에서 “국정원의 고유 업무와 관련한 단체를 상대로 예전부터 일부 지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검 조사에서 국정원이 지원한 곳으로 주로 탈북단체를 거론했다. 대북 정보활동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 실장이 자금창구 단일화를 요구했던 회동 자리에는 국민행동본부, 애국단체총협의회, 재향경우회, 고엽제전우회, 재향군인회 등 우리 사회의 내로라하는 보수단체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다. 국정원이 보수단체 지원과 관련해 얼마나 광범위하게 개입했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야당은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를 규명하기 위한 청문회를 열기 위해 여야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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