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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LG전자가 때 아닌 ‘탄핵 특수’ 누리는 까닭은?

박 전 대통령 사저로 LG 가전 들어가는 장면 생중계…LG전자 ‘쉬쉬’

이석 기자 ㅣ ls@sisapress.com | 승인 2017.03.14(Tue) 13: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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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때 아닌 ‘탄핵 특수’를 누리고 있습니다. 삼성과 SK, CJ 등 주요 그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 이후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LG전자는 예외였습니다. 소비자들에게 ‘가전은 역시 LG’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3월10일 오전 11시21분 박 전 대통령이 파면 선고를 받으면서 민간인 신분이 됐습니다. 헌재 결정은 곧바로 효력이 발생하는 만큼 박 전 대통령은 탄핵과 동시에 청와대 문을 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은 채 13일 오후까지 청와대 관저에 머물렀습니다. 청와대 측은 “삼성동 사저에 대한 시설과 경호 등의 준비가 부족해 당장 입주가 곤란한 상황”이라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2013년 2월25일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사저를 4년 넘게 비워둔 만큼 난방이나 경비시설 등 내부에 손볼 곳이 많다는 것입니다. 

 

 

“돈은 우리(삼성)한테 받고…” 우스개 소리

언론의 관심은 자연스레 박 전 대통령이 언제 청와대를 떠날지에 모아졌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머물 것이라 예상됐던 삼성동 사저 모습이 실시간으로 언론에 중계됐습니다. 탄핵 선고 첫날에는 청와대 직원들이 삼성동 사저를 둘러보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이튿날에는 도배나 인터넷 통신망 설치 작업이 진행됐고, 사흘째인 12일 오후에는 가전제품 차량이 사저에 도착했습니다.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이 속속 박 대통령 사저로 옮겨졌습니다. 

 

ⓒ 뉴스1


주목되는 사실은 박 전 대통령 사저로 들어간 가전제품들이 대부분 LG전자 브랜드였다는 점입니다. LG전자의 43인치 울트라 LED TV와 디오스 냉장고 등 사저에 들어간 제품들은 LG 일색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의 뇌리에 LG전자 브랜드가 강하게 각인됐습니다. 향후 제품 판매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네티즌들 사이에 ‘가전은 역시 LG’라는 글이 쏟아졌습니다. 한 네티즌은 ‘돈은 우리한테 받아먹고?’라는 풍자 글을 올려 큰 호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특검에 구속된 것을 빗댄 것입니다. 

 

LG전자는 그 동안 TV나 백색가전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였습니다. 스마트폰 사업이 지지부진할 때도 TV를 담당하는 HE사업본부나 냉장고 및 세탁기를 담당하는 HA사업본부, 에어컨을 담당하는 AE사업본부는 흑자를 유지했습니다. 라이벌인 삼성전자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호령하고 있지만, ‘백색가전은 그래도 LG’라는 이미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LG의 영향력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AE사업부의 경우 2014년 3분기 처음으로 25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고, 2015년 1분기에는 HE사업부마저 62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휴대폰 사업의 적자로 맏형 체면을 구긴 상황에서, ‘효자 사업부’인 백색가전마저 삼성에 잡히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내부에서 팽배해졌습니다. 

 

실제로 ‘가전 명가’로 불리는 LG전자 4개 생활가전 브랜드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가치평가 전문회사 브랜드스탁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2008년까지만 해도 생활가전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양분하는 구조였다. TV나 냉장고는 삼성 브랜드인 ‘파브’와 ‘지펠’이, 세탁기와 에어컨은 LG 브랜드인 ‘트롬’과 ‘휘센’이 각각 1위를 차지했습니다.

 

현재 상황은 달랐습니다. 생활가전 주요 4개 부문의 브랜드가치 평가지수 1위를 삼성이 모두 싹쓸이했습니다. TV에서는 삼성 SUHD TV(전체 61위)가 LG TV(100위권 밖)를 크게 앞섰습니다. 냉장고 역시 삼성 셰프 컬렉션(50위)이 LG 휘센(80위)을 30계단 이상 차이로 따돌렸습니다. 이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에어컨은 삼성과 LG 사이에 100 계단 이상 차이를 보였습니다. 

 

정경유착 구태 끊고 기업 본연 경쟁력 강화해야

그럼에도 LG전자는 정도를 걸었습니다. 지난해 12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구 회장은 증인으로 함께 출석했던 기업인들 가운데 가장 당당하고 소신 있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습니다. 구 회장은 마이크를 가져다 놓고 “전경련은 헤리티지 재단처럼 재단으로 운영하고, 각 기업 간의 친목 단체로 남아야 한다는 게 제 의견”이라고 말했습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2016년 12월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재벌 총수 중 처음으로 전경련 탈퇴를 선언했고, 곧장 실행에 옮겼습니다. LG는 구본무 회장의 뜻에 따라 지난해 12월27일 10대 그룹 중 처음으로 전경련에서 탈퇴했습니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롯데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최순실 게이트에 흔들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LG는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반면 삼성은 최순실 게이트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그룹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2월17일 검찰에 구속됐습니다. 삼성 총수가 검찰에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요 외신들도 “삼성그룹이 최대 위기에 빠졌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FT)는 “삼성그룹은 남한 경제의 20%를 담당하고 있는 거대 그룹”이라며 “그룹 뿐 아니라 삼성전자도 영향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했습니다.

 

브랜드가치 세계 7위인 삼성의 브랜드 가치 하락이 불을 보듯 뻔한 사실입니다. 향후 세계 시장에서 삼성 제품의 판매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FT는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갤럭시노트7 파동으로 많은 대가를 지불한 바 있다”며 삼성전자가 경영 측면에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업들이 정경유착이라는 구태에서 벗어나 본연의 경쟁력을 확보했을 때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치를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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