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된 청와대 진돗개 ‘새롬이’와 ‘희망이’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7.03.1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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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후 반려견과 함께 퇴거한 이명박 전 대통령․오바마 전 미 대통령 등과 비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번엔 반려견 유기 논란에 휩싸였다. 박 전 대통령이 3월12일 청와대를 떠나면서 관저에서 키우던 진돗개들을 두고 갔기 때문이다. 현재 청와대에 남아 있는 ‘청와대 진돗개’는 모두 9마리. 2013년 2월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삼성동 사저를 떠나며 주민에게 받은 진돗개 두 마리와 그 자손들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4월 선물 받은 ‘새롬이’와 ‘희망이’를 자신의 강아지로 서울 종로구에 정식 등록했다. 새롬이와 희망이는 박 전 대통령의 직무정지 기간이었던 올해 1월 7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논란은 일부 동물보호 단체에서 ‘자신의 소유로 등록까지 했던 반려견을, 직무가 끝났다는 이유로 두고 떠난 것은 유기나 다름없다’는 문제제기를 하면서 불거졌다. 

 

© 사진공동취재단

동물보호 단체 박 전 대통령 ‘동물 유기 혐의’ 고발

 

동물보호 단체 케어는 3월13일 홈페이지에 “한 국가의 원수였던 분께서 직접 입양하고 번식시켰던 진돗개 9마리를 책임지지 않고 포기하는 것은 사실 유기나 다름없다”며 “진돗개들이 무분별하게 입양을 가서 불행한 삶을 살거나 지자체 보호소로 가지 않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사를 갈 때 함께하던 반려동물들을 챙기는 것은 한 가족으로 살아온 반려동물들에 대한 당연한 책무”라며 “삼성동 사저의 크기는 대지면적 484㎡, 건물면적 317.35㎡라고 하는데 이곳에서 진돗개 몇 마리조차 기를 수 없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그동안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아 책임질 수 없는 마리 수까지 불린 것 또한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단체는 박 전 대통령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은 3월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퇴거하면서 기르던 진돗개를 유기했다”며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한 국가의 정상이 키우는 반려동물은 주인만큼이나 유명하고 폭발적인 관심을 받곤 한다. 외국의 경우 국가 원수의 부인을 퍼스트레이디(first lady), 가족을 퍼스트패밀리(first family)로 부르는 것처럼, 그들의 애완견이나 애완묘를 ‘퍼스트도그(first dog)’나 ‘퍼스트캣(first cat)’으로 부른다. 이들 반려동물은 엄연히 한 주체로 인정받으며 대중적 사랑을 듬뿍 받기도 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퍼스트도그는 아마도 미국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키우던 개 ‘보’와 ‘써니’일 것이다. 포르투갈 워터독 종인 보와 써니는 낮엔 대통령 집무실을 지키고 저녁엔 대통령 가족과 함께 산책을 나가는 등 오바마 대통령과 24시간을 함께했다. 2017년 1월 대통령 퇴임과 동시에 반려견 보와 써니도 백악관을 떠났다. 이들은 워싱턴DC에 마련된 오바마의 사저에서 대통령 퇴임 이후의 삶도 같이 할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임자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역시 애견인이었다. 재임 시절 백악관에서 스코티시테리어 종인 ‘비즐리’와 ‘바니’를 키웠으며 대통령 전용 헬기를 함께 타고 다닐 정도로 아꼈다. 퇴임 이후 당연히 자신의 사저로 함께 돌아갔다.

 

ⓒ EPA연합

한국의 전직 대통령은 어땠을까. 이승만 전 대통령은 카발리에 킹 찰스 스파니엘 종을, 박정희 전 대통령은 진돗개, 스피츠를 포함한 많은 반려견을 키운 것으로 전해진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진돗개를, 노태우 전 대통령은 요크셔테리어 종을 키웠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퍼스트도그는 풍산개였다. ‘우리’(수컷)와 ‘두리’(암컷)로 이름 지은 풍산개 커플은 북한의 천연기념물로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에게서 선물 받은 것이었다. 우리와 두리는 청와대 입성 5개월 뒤 국민에게 공개하기 위해 서울대공원으로 집을 옮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진돗개와 삽살개를 넘겨받아 키웠다. 퇴임 후 봉하마을에서 보더콜리 종인 반려견 ‘누리’를 키우며 각별한 정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진돗개 청돌이를 키웠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청돌이를 논현동 사저로 데려가 키웠다. 최근까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청돌이의 근황을 알리기도 했다.

 

의도가 어찌됐든 자신 소유로 등록된 반려견들을 ‘이전 주소지’에 두고 떠난 박 전 대통령. 박 전 대통령이 관저를 떠나기 전 일부 참모가 반려견들을 사저로 데려갈 뜻이 있는지 물었지만, 박 전 대통령이 사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의 반려견 유기 논란이 이어지자 청와대는 “진돗개 혈통을 보전하면서 분양하는 방식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동물보호법에 소유권 이전 변경신청은 30일 이내에 해야 한다. 이 기한 안에 진돗개의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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