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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류현진 “미국 진출 후 지금이 몸 상태 가장 좋다”

[이영미의 생생토크] 부활 노리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 “빨리 마운드에 오르고 싶은 마음뿐”

이영미 스포츠 칼럼니스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3.16(Thu) 08:30:00 | 14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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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표팀이 1라운드 탈락을 확정 지은 후 가진 김인식 감독의 인터뷰 내용 중 눈길을 사로잡는 대목이 있었다. 

 

“최근 10여 년간 류현진이나 김광현 같은 투수가 안 나오고 있다. 오늘(대만전) 결과는 이겼지만 리드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점수를 내준 건 투수가 약하다는 증거다. 야구는 투수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해 줬다.”

그렇다. WBC 대회를 통해 드러난 한국 야구의 문제점 중에서 가장 심각한 부분이 류현진(30·LA 다저스)을 능가하는, 아니 류현진 정도의 ‘괴물’ 투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류현진은 대단했고, 좋은 기량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난 2년여 동안 부상과 수술, 재활을 반복하며 마운드 밖에서 보낸 시간들이 많았던 류현진. 그로 인해 숱한 질타도 받았고,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런 그가 부단한 노력 끝에 2017 시즌을 앞두고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펼쳐진 시범경기에 첫 등판했다. 726일 만의 시범경기 등판이었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오랫동안 류현진을 밀착 취재하며 전해 듣고 느낀 부분을 소개한다. 공을 던지지 못하는 동안 류현진이 느꼈던 아픔은 꽤 깊었다. 그러나 잃은 것만큼 얻은 것도 크다. 더욱 성숙해졌고, 더욱 간절해졌기 때문이다.

 

© AP 연합


“재활하며 인생 공부 많이 했다”

 

LA 다저스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미국 애리조나 캐멀백랜치. 류현진은 2월초부터 애리조나에 도착해 개인훈련을 소화했다. 그러던 2월9일 류현진은 불펜피칭을 예고했다. 이날은 KBO리그의 소속 심판들이 한국 프로야구팀의 전지훈련지를 돌며 판정 연습을 하던 상황이라 다저스 훈련장을 빌려 쓰고 있던 LG 트윈스(다저스 캠프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캠프가 서로 붙어 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캠프가 시작되지 않아 마이너리그 캠프에서 훈련했고, 마이너리그 캠프를 이용하고 있던 LG 선수단과 훈련 동선이 겹쳤다)의 훈련이 끝난 후 KBO 심판들이 류현진의 불펜피칭 때 직접 콜 사인을 불러줬다.

 

류현진의 투구 수는 모두 40개. 처음엔 바깥쪽과 몸쪽을 오가는 속구를 각각 10개씩 20개를 던졌고, 커브·슬라이더·체인지업을 던지며 구위를 시험했다. 속구는 원하는 방향으로 기가 막히게 들어간 반면 변화구를 구사할 때는 다소 타이밍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류현진의 피칭을 지켜본 봉중근은 “어깨나 팔꿈치 통증을 못 느껴서 그런지 투구폼이 더 와일드해졌다”면서 “투수는 어깨가 아프면 나도 모르게 위축되기 마련인데 현진이한테선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불펜피칭을 마친 류현진은 상기된 표정으로 다음과 같은 소감을 전했다. 어깨와 팔꿈치 수술 이후 류현진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은 건 처음이었다.

 

“어느 때보다 편하게 던졌다. 공 던지는 데 전혀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2013년 미국 진출 후 지금의 몸 상태가 가장 좋은 것 같다. 겨울에 고생했던 부분이 조금씩 결과로 나타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캠프 앞두고 구단에 연락해서 강조한 말이 있다. 선수들 단체훈련에서 제외하지 말고 똑같이 훈련하게 해 달라고. 절대로 제외하지 말라고 말이다.”

그 이유를 물었다. 류현진은 그동안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하느라 지난 시즌에도 선수들과 떨어져 따로 훈련을 받았고, 그런 상황들이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류현진이 LA 다저스의 스프링캠프가 있는 애리조나에서 불펜피칭을 하고 있다. © 이영미 제공


 

“스프링캠프 첫 훈련에서부터 제외돼 따로 훈련한다면 나 자신한테 실망할 것 같았다. 지난해부터 ‘열외’란 단어를 싫어하게 됐다. 이왕이면 선수들과 함께 훈련받으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길 바랐고, 열외당하지 않으려고 겨울 동안 한국에서 쉼 없이 몸을 만들었다.”

류현진은 비시즌 동안 LG 트윈스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와 기본적인 웨이트트레이닝부터 이후 캐치볼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잠실야구장에서 운동을 이어가다 일본 오키나와로 개인훈련을 떠나 따뜻한 날씨 속에서 몸을 만들기도 했다.

 

“재활하며 인생 공부를 더 많이 한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도와준 만큼 재기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아직 부족한 점이 있지만 건강한 시즌을 보내기 위해 캠프에 합류하기 전까지 보강 운동을 통해 몸 상태를 제대로 만들 계획이다.”

류현진의 지난겨울은 꽤 추웠다. 어쩌면 야구를 시작한 이래 가장 추운 겨울이었을지도 모른다. 해외파 선수들에게 경쟁적으로 제공되는 호텔과 차량은 물론 그동안 인연을 맺은 광고들도 모두 사라졌다. 세상은 그에게 더 이상 스타 대접을 하지 않았다. 그 아픈 경험들이 그를 더 성장시켰을지도 모른다.

 

 

말수 적은 류현진 ‘자신감’ 피력

 

2월20일. 이날은 다저스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이후 류현진이 처음으로 라이브피칭을 갖는 날이었다. 첫 라이브피칭은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 취재진들을 비롯해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 파한 자이디 단장, 데이브 로버츠 감독, 릭 허니컷 투수코치 등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

 

류현진은 마이너리그에서 온 4명의 타자를 상대로 23개의 공을 던졌고, 첫 두 타자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세 번째 타자에게 우중간으로 향하는 안타를 맞았지만 네 번째 타자를 루킹 삼진으로 마무리하며 1이닝으로 예정된 라이브피칭을 끝마쳤다. 류현진의 투구를 지켜본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엑셀런트(excellent)”를 외치며 연신 박수를 보냈다. 모든 투구의 커맨드(투수가 원하는 곳으로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가 뛰어났고, 다양한 구종(球種)을 섞어서 잘 던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현장에 MBC스포츠 해설위원인 손혁 위원도 함께했는데 손 위원은 류현진의 피칭에 대해 다음과 같은 얘기를 전했다.

 

“가장 큰 특징은 투구폼이 커진 부분이다. 그건 어깨가 아프지 않아야 나오는 자연스러운 모습인데 오늘 류현진한테서 그런 모습이 보였다. 공에 힘도 붙은 것 같다. 비시즌 동안 얼마나 절치부심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몸을 아주 잘 만들었다. 앞으로 스케줄대로 일정을 소화하면서 조금씩 구위를 끌어올린다면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류현진의 투구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라이브피칭을 마친 류현진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전에도 얘기했지만 몸 상태가 아주 좋다”면서 “몸이 건강하다 보니 마운드에서 좀 더 자신 있고 강하게 던질 수 있었다. 그런 부분이 코칭스태프들한테 긍정적으로 비춰지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류현진은 캠프 초반에 모든 구종을 다 섞어서 던져본 것도 오랜만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년 동안 이 시기에 구종을 다 던져보지 못했다. 그만큼 지금 몸 상태가 좋다는 의미 아니겠나. 작년과는 달리 투구폼도 그렇고 부담 없이 편하게 던지니까 투구를 마친 후에도 개운해지는 느낌이 든다.”

류현진은 불펜피칭을 거듭하다 라이브피칭까지 오면서 얼굴 표정이 점차 밝아졌다. 그는 이례적으로 “지금 상태대로만 간다면 처음부터 로테이션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 이번에는 자신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평소 말수가 적은 류현진이 의외의 자신감을 피력했던 순간이었다.

 

 

로버츠 감독 “Really Good” 찬사

 

순항 중이던 류현진의 재활 과정은 2월28일 잠시 쉼표를 찍었다. 류현진은 이날 예정됐던 불펜투구를 취소하고 가벼운 스트레칭만 마친 뒤 클럽하우스로 들어갔다. 류현진을 취재하며 항상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던 기자로선 ‘혹시나’ 하는 생각과 함께 부상 재발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당시 릭 허니컷 투수코치는 “심각한 문제는 아니고 주의 차원에서 (불펜투구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1년 전의 악몽이 반복되는 게 아닌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3월2일 불펜투구를 재개했다. 그리고 이틀 전 불펜피칭을 취소한 정확한 이유를 직접 밝혔다.

 

“일부에선 허벅지 부상이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부상도, 통증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살짝 당김 증상이 있었을 뿐이다. 감독님, 코치님이 며칠 쉬면서 당김 증상을 회복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셔서 그대로 따랐고, 지금은 전혀 이상을 느끼지 못한다.”

류현진은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언론에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그도 그럴 것이 부정적인 기사가 나올 때마다 안 좋은 댓글이 주를 이루고, 비난과 비판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터라 류현진으로선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3월5일. 류현진은 또다시 타자들을 상대로 던지는 라이브피칭을 소화했다. 이날은 다저스의 야시엘 푸이그도 타석에 들어섰다. 2이닝 동안 모두 7명의 타자를 상대로 27개의 공을 던졌다. 구속이 상당히 빨라졌고, 무엇보다 안정된 제구가 눈에 띄었다. 류현진의 라이브피칭을 모두 지켜본 로버츠 감독은 “리얼리 굿(Really Good·정말 좋다)”을 수차례 거듭하며 찬사를 보냈다. 모든 피칭을 마치고 마운드에서 내려온 류현진이 환호성을 지른 것도 처음이었다.

 

류현진의 환호성을 들으며 그의 시범경기 등판이 머지않았음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로버츠 감독은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확실하게 정해진 건 아니지만 지금 상태대로라면 다음 주 화요일(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 8일) 또는 수요일(밀워키 브루어스전, 9일) 경기 중 한 경기에 올릴 예정이다. 지금은 둘 중 어느 경기라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중요한 정보를 귀띔했다. 로버츠 감독은 또한 많은 팬들이 궁금해했던 구속 여부에 대해 최고 구속이 88마일(약 141km) 나왔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로버츠 감독은 “타자들이 류현진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을 정도로 계속해서 좋은 공을 던졌다”면서 “지금처럼 몸을 잘 관리해 나간다면 분명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란 내용도 함께 전했다.

 

감독의 반응이 이 정도인데 선수는 오죽할까. 류현진은 특유의 싱글벙글하는 표정으로 이전보다 더 큰 자신감을 내보였다.

 

“투구 수도, 제구도, 타자를 상대하는 느낌들이 수술한 이래 오늘이 가장 좋았다. 이제는 경기에서 던질 때가 됐다. 지난 2년 동안 쉬었으니 더 이상 불펜피칭만 반복하지 말고 시범경기 마운드에 올라가보고 싶다.”

하나의 해프닝을 말한다면 로버츠 감독의 ‘입’이다. 로버츠 감독은 라이브피칭 후 기자에게 시범경기 등판 일정을 알려줬다. 다음 날 현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도 전날 기자에게 말한 대로 “8일과 9일 중 하루”라고 단정 지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그 말을 수정했다. 처음에는 11일이라고 했다가 그다음에는 12일이라고 또 정정했다. 결국 류현진은 3월12일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류현진이 피칭연습 후 포수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이영미 제공


“아파서 하는 인생 공부 이제 그만”

 

류현진은 지난 시즌 수술과 재활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과정에서 사인 논란을 겪었다. 어떤 팬이 류현진에게 사인을 요청했는데 사인을 해 주지 않았다는 내용의 글을 야구 커뮤니티에 올렸고, 이 글이 다른 자료 영상과 함께 덧붙여지면서 류현진에게 인신 공격성 비난이 쏟아졌다. 그래서인지 취재진이 캠프에서 팬들에게 사인해 주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거나 영상으로 촬영할 때 류현진은 다소 부담스러워했다. 보여주기식이라는 오해를 받기 싫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어느 순간부터는 옆에 기자가 있어도 개의치 않고 사인을 해 주며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KBO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 진출까지,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 2013년과 2014년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며 몬스터의 힘을 제대로 발휘했던 류현진은 실패, 좌절이란 단어와 거리가 멀었던 선수였다. 항상 잘했고, 잘 던졌고, 마운드를 평정했다. 그런 경험과 기록을 안고 있던 선수로서 지난 2년의 시간은 진한 아픔으로 다가왔다. 그가 사석에서 종종 하는 말이 있다. “안 아프고 던지는 게 중요하다” “어깨랑 팔꿈치가 안 아파야지” “구속보다 더 중요한 건 제구력이다”. 지금 류현진은 그 모든 게 가능하고, 진행 중에 있다.

 

류현진과 매우 가깝게 지내는 봉중근이 기자에게 이런 얘길 한 적이 있다. 그 내용이 꽤 오랫동안 여운을 남겼다.

 

“현진이는 항상 최고의 선수였다. 항상 한국을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투수였다. 그러다 부상과 수술로 팬들의 시야에서 사라지면서 야구 외적인 일들로 비난을 받았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동기들(강정호·김현수)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상황에서 현진이는 반대의 상황에 처하며 쓰라림을 느껴야 했다. 한마디로 이 세상이 얼마나 냉정한 곳인지, 운동선수에게 성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제대로 느낀 것이다. 난 현진이에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시기에 그런 아픔을 느꼈고, 덕분에 자극을 받으면서 재기에 대한 강한 욕구를 가질 수 있게 돼서 말이다. 추운 겨울날 잠실야구장에서 캐치볼을 하고, 오키나와까지 건너가 개인훈련을 소화하고 돌아온 현진이를 보며 ‘아, 저 친구가 이를 악물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 오기 덕분에 지금 이렇게 던지고 있는 것 같다.”

류현진은 마지막 라이브피칭을 마치고 기자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했다. 

 

“어깨수술을 하고 2년간 공을 던지지 못했다. 충분히 쉬었고, 충분히 몸을 만들었다. 잘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이전에는 부상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빨리 마운드에 오르고 싶은 마음뿐이다. 아파서 하는 인생 공부는 이제 그만 해도 될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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