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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읽는 책’에서 직접 ‘쓰는 책’으로

《드림노트》 《해피 엔딩노트》 《드러커 피드백 수첩》 등 직접 기록하면서 읽는 ‘노트 신간’ 붐

조철 문화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3.19(Sun) 14:08:47 | 14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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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책이라면 ‘까만 것은 글씨고 하얀 것은 종이’라야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까만 것은 구석에 있는 듯 없는 듯, 하얀 여백이 가득한 것만 묶어 제목에 책이라고 우기며 책방에 버젓이 모습을 드러냈다. 양심은 있는지 ‘일기장’ ‘일상노트’ 등을 제목에 달아 크게 욕을 먹는 일은 피했다. 그래도 이런 유(類)의 ‘책’을 선호하는 독자들이 꽤 있었다. 그냥 백지만 있는 일기장을 놓고서는 무엇을 쓸까 막막해지기 일쑤인데, 이 책은 쓰기 견본 같은 작은 글을 구석에 배치해 그 글을 흉내 내거나 내용에 고무돼 자신의 일상이나 다짐을 기록하는 일이 덜 수고로웠기 때문이다.

 

필사(筆寫)는 원래 작가 지망생이나 대학의 문예창작과 학생들이 글 쓰는 방법을 익히기 위해 써왔던 연습 방법인데, 그냥 읽기보다 자신만의 손글씨로 책 내용을 베껴 쓰다 보면 ‘힐링’까지 된다는 취지로 일반 독자들을 겨냥해 낸 책들이었다. 제목에 아예 필사책이라고 내건 《베껴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 책》도 있고, 드라마에 등장해 화제가 된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는 ‘감성치유 라이팅북’이라는 책 용도를 알리는 문구와 ‘김용택의 꼭 한번 필사하고 싶은 시’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필사책 열풍이라 할 만한 풍경들도 눈길을 끈다. 교보문고는 지난해 12월 필사책 코너를 따로 마련했다. 다양한 장르에 걸쳐 나온 것도 눈에 띄었다. 영화 《동주》의 개봉과 함께 윤동주 시인을 내세운 필사책이 많이 나왔는데, 그 곁으로 명작 소설이나 동서양 고전의 구절을 엄선해 만든 필사책도 나란히 진열됐다. 자녀 교육서나 자기계발서도 필사책으로 거듭났고,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되는 영어 문장 필사책도 눈길을 끌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쓰기’라는 용도 더해 ‘읽고 쓰는 책’ 다양해져

 

필사책 열풍에 대해 서점 관계자는 “그냥 읽고 넘어가기보다 하나하나 곱씹으며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읽고 쓰는 새로운 독서 행태가 확산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아예 ‘쓰는 책’을 표방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필사가 아니라 독자가 직접 기록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쓰는 책’ 중에는 쓰기를 통해 자기계발을 꾀할 수 있게 돕는 책이 있고, 삶의 마지막에 작성하는 ‘엔딩노트’가 있다. 또, 이 두 가지를 합한 듯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자신을 진단하고 미래를 꿈꾸게 하는 ‘희망노트’도 있다. 스스로 쓰면서 자기계발을 꾀할 수 있게 돕는 책으로는 《드러커 피드백 수첩》이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이며 ‘자기계발의 왕’으로 불린 피터 드러커의 자기계발법을 독자들이 따라 할 수 있게 한 책이다.

 

《드러커 피드백 수첩》은 일본의 드러커 연구자 이사카 다카시가 드러커의 피드백 분석을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피드백 수첩’을 사용하는 법은 무척 간단하다. 일 년 피드백을 한 뒤, 다음 날부터 하루 피드백을 반복한다. 일 년 피드백이든 하루 피드백이든 4칸에 목표를 채워 넣으면 된다. 그런 다음 ‘강점 파악’ 칸에는 지난해 이룬 성과를, ‘강점이 아닌 것은 그만두기’ 칸에는 노력했지만 성과가 없었던 일을, ‘강점의 원석 발견’ 칸에는 지난해에 수확한 뜻밖의 성과나 칭찬을 써넣는다.

 

 

삶을 돌아보고 앞날을 계획하는 《드림노트》 주목

 

‘쓰는 책’ 중 많은 것이 ‘엔딩노트’류다. 2012년 개봉된 일본 영화 《엔딩노트》로 인해 많이 알려진 ‘엔딩노트’는 죽음을 전제하는 것이어서 선뜻 내키지 않는 일일 테지만, 알게 모르게 죽음을 목전에 둔 많은 이들이 작성해 왔다. 이 ‘엔딩노트’의 개념을 좀 더 긍정적으로 정립하고 내용을 보완한 새로운 개념의 ‘엔딩노트’가 출간돼 관심을 끌고 있다. 《드림노트》 《해피 엔딩노트》 《You Only Live Once》 등이 서점가에 이름을 올렸다. 그래서인지 부정적인 이미지와 달리 엔딩노트를 작성하는 시니어 세대들이 실제로 점차 늘고 있다. 이들은 처음에 재미 삼아 시작하고서는 “인생을 돌이켜보는 계기가 되었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해야 할지를 알게 되었다” “인생에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특히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갈 삶을 계획하는 스케치북’이라는 설명을 단 신간 《드림노트》가 눈길을 끈다. 《드림노트》는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듯 한 자 한 자 쓰면서 독자 스스로 완성해 가는 책이다. 하지만 자신이 보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남기기 위한 기록이며, 마지막 선물이기도 하다. 책을 엮은 이는 “삶의 모퉁이 모퉁이를 돌아오는 시간 속에서 어느 틈엔가 사라져버린 ‘꿈’을 들춰보고, 그것을 일깨우고, 다시 한 번 목표로 세우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

 

《해피 엔딩노트》는 방송 프로그램 《내게 남은 48시간: 웰다잉 리얼리티》에서 출연진이 직접 작성해 화제가 된 ‘엔딩노트’다. 이 프로그램에서 출연진은 ‘배달’된 죽음과 함께 《해피 엔딩노트》를 처음 만난다. 출연자들은 한정된 시간 안에 의미 있는 행동을 하기 위해 노트에 계획을 적어 내려간다. 대표적으로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일을 적는 ‘버킷 리스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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