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손학규의 대결에 무난한 승리는 없다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3.1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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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룰이 경선판 좌우하고 있는 국민의당

19대 조기대선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각 당의 대선주자들 역시 ‘경선룰’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후보들은 이기기 위해 나선다. 당내에서 이겨 본선에 올라야하니 저마다 자기에게 유리한 규칙을 주장하며 때로는 배수진도 친다. 경선룰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이 국민의당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싱겁게 이길 줄 알았던 게임에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참여하며 변수가 터졌다. 손 전 대표는 후보 사퇴와 대리인 사퇴 등 극단적인 전략까지 오르내리면서 경선룰 싸움에 참전했다. 

 

 

국민의당 경선룰은 어떻게 진행돼 왔나

 

어떻게 후보를 뽑을 건지를 두고도 난타전이 오갔다. 그 과정에서 양측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벽보고 얘기 하냐”거나 “협상 태도가 아니다”는 등의 험한 말도 주고받았다. 손 전 대표는 ‘경선 불참’을 무기로 내세웠다.

 

ⓒ 시사저널 이종현·박은숙

 

1. 애초 안 전 대표 측은 모바일 투표와 현장투표를 혼합해 경선을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거꾸로 손 전 대표 측은 현장투표 100%를 내놓았다.

 

2. 안 전 대표 측이 여론조사 50%와 현장투표 50% 안을 수정해 제시했다. 하지만 손 전 대표 측은 현장투표 100%만을 고집했다.

 

3. 안 전 대표 측이 현장투표(30%)-여론조사(30%)-공론조사(40%)로 후보를 뽑자는 안을 새로 제시했다. 이 안을 반대하던 손 전 대표 측은 현장투표 90%에 공론조사 10%를 더하는 새로운 안을 내놨다. 하지만 결렬됐다.

 

4. 현장투표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었다. 안 전 대표 측은 “선거인명부를 작성해 해당 선거인단이 투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손 전 대표 측은 “선거인단 모집 없는 현장 투표”를 주장했다.

 

5. 결국 당이 나섰다. 사전 선거인단 모집 없는 완전국민경선제에 의한 현장투표 80%, 여론조사 20%로 대선후보를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경선룰의 큰 틀을 두고 ‘손학규의 승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론조사를 최저선인 20%로 제한한 대신, 선거인단 모집 없는 현장투표를 80%나 적용했기 때문이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안 전 대표에게는 불리했고, 조직력 등에서 강점이 있다는 손 전 대표에게는 유리한 결과였다. 물론 이번 합의가 모든 부분에 대한 합의는 아니었다. 경선일과 지방 순회 순서·지역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합의된 게 없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구체적인 시행세칙을 정해야 하는 단계에서 양측은 또 충돌했다.

 

일단 어디서 먼저 할 것인지가 중요했다. 첫 경선지를 두고 손 전 대표 측은 광주·전남을 지목했고, 안 전 대표 쪽은 PK(부산·울산·경남)을 주장했다. 손 전 대표 측은 “당 경선의 흥행을 위해서는 민주당보다 먼저 호남으로 가 처음부터 주목도를 높여야 한다. 그래야 당 지지율도 확 바뀐다”라고 말하고 있다. 전략적으로 봤을 때 국민의당의 성지인 광주와 전남 경선에서 손 전 대표가 박빙 승부를 하거나 이긴다면 판세 전체를 흔들 수 있다. 그에게 광주와 전남은 일발역전의 전장인 것이다. 

 

반면 안 전 대표 측은 “광주·전남에서 먼저 경선을 시작해서 결과가 원사이드하게 끝나버리면 흥행이 힘들어질 것”이라며 반대했다. 이번에도 당이 나섰고, 국민의당은 경선지 선정에서 손 전 대표 측의 손을 들어줬다. 광주와 전남에서 먼저 시작한다. 3월25일 광주·전남·제주, 26일은 전북으로 결정됐다. 28일은 대구·경북·강원, 30일은 부산·울산·경남, 4월1일 경기, 4월2일 서울·인천, 그리고 4월4일 대전·충청 등이다. 

 

이제는 날짜가 남았다. 원래 국민의당은 4월5일을 최종 경선일로 정하고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기로 확정했다. 하지만 세월호 인양이 4월5일에 이뤄질 거라는 관측이 나오자 3월15일 최고위원회에서 하루 빠른 4월4일로 최종 선출 날짜를 변경했다. 애초 4월5일은 산술적 타협의 결과였다. 원래 안 전 대표 쪽은 4월2일(경선 횟수 6회)을 요구한 반면, 손 전 대표 측은 4월9일(경선 횟수 8회)을 요구했다. 어쨌든 양쪽 모두 날짜에는 불만이다.

 

안 전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3일은 민주당과 같은 날이란 의미가 있고 2일은 하루라도 먼저라는 의미가 있는데 4일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인양 이후로도 며칠은 세월호 국면으로 이어질 텐데 당기려면 2일까지 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 3월15일자 연합뉴스 : 국민의당 경선갈등 지속…安·孫 대치에 세월호 인양 변수까지 

 

손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손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경제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세월호 인양을) 5일에 하면 하루 당기나, 늦춰야지”라며 “그러면 4월 9일에 해야지 그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 3월15일자 연합뉴스 : 국민의당 경선갈등 지속…安·孫 대치에 세월호 인양 변수까지

 

 

“안철수 유리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 무너져”

 

국민의당 경선은 누가 봐도 정치인 안철수가 무난하게 대선에 진출하는 장이 될 거라는 게 지배적인 예상이었다. 하지만 경선룰 다툼에서 볼 수 있듯 ‘무난’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형국이 됐다. 엄청난 자발적 투표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현장투표 80%는 조직력 싸움으로 흐른다. 누가 더 투표소로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조직력은 현역 국회의원의 무기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의 말이다. 

 

“호남은 현역 의원들의 조직 장악이 탄탄한 곳이다. 손학규 전 대표의 손을 몇 명의 현역의원이 잡느냐에 따라 현장투표가 움직일 수 있고 경선판이 예상과 다르게 흐를 수 있다. 호남 지역 여론이 대선 때는 후보 중심으로 흐른다. 그런데 안철수 전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와 호남에서 박빙을 연출하지 못한다면 안철수나 손학규나 차이가 없다. 호남 지역구 의원들의 선택 기준이 자신의 이해관계로 바뀔 수 있다.”

국민의당 경선에 원심력이 작용할 수 있는 점도 변수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자유한국당의 개헌안 발의는 대표적인 원심력이다. 국민의당이 한 축이 됐다는 건 당이 외연 확대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내부에서는 “당장보다 당 스펙트럼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이번 대선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 전 대표가 무난하게 승리할 수 있던 환경이 급변하면서 ‘불쏘시개’ 정도로 인식됐던 손 전 대표는 정말 이기려고 달려드는 모양새다. 가장 혼란스럽지만 가장 꿈틀거리는 쪽으로 국민의당 경선이 흘러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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