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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은 왜 ‘이건희 동영상’ 연루 직원 조사하고도 덮었나

구속된 선씨 사내망 통해 이메일 유출 사실 확인…CJ그룹 측 “직원 개인의 문제”

이석 기자 ㅣ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03.17(Fri) 11: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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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3월13일 CJ그룹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조사부는 이날 오후 검사와 수사관 20여 명을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CJ헬로비전 등에 보내 하드디스크와 관련 장부를 확보했다. 이재현 회장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성아무개 부사장의 사무실 역시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3월 초에도 CJ제일제당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후 이건희 동영상을 촬영하도록 사주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CJ제일제당 간부 선아무개씨를 구속했다. 선씨와 같이 구속된 여성들은 검찰에서 “선씨가 시켜서 촬영만 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검찰이 10여 일의 기간을 두고 또 다시 CJ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검찰은 선씨의 계좌를 들여다보면서 발견한 수상한 돈에 주목하고 있다. 이 돈이 삼성그룹을 협박해 뜯어낸 것인지, 동영상 촬영 과정에서 CJ그룹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흔적인지 등을 현재 확인 중이다. 추가 수사를 위해 CJ그룹의 계열사를 압수수색하는 게 불가피했을 것으로 사정기관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에 위치한 CJ본사. 최근 검찰이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 시사저널 포토


CJ그룹 차원의 개입 가능성 보고 계열사 압수수색

 

CJ그룹 측은 “검찰의 압수수색은 회사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전직 직원의 개인적인 범죄”라며 “회사도 동영상을 촬영한 일당으로부터 동영상을 매수해달라는 제의를 받은 적이 있지만 거절했다”고 강조했다. “그룹 차원의 지시가 있었다면 이들이 회사에 동영상 매입을 의뢰했겠냐”는 게 CJ그룹 측의 설명이다. 삼성그룹 측도 “동영상을 내세워 돈을 요구하는 연락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허무맹랑한 내용이라 일체 응하지 않았다. 돈을 준 적 또한 없다”고 강조했다.

 

두 그룹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동영상 촬영 시점이 2011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라는 점이 우선 주목된다. 이 동영상은 이 회장의 삼성동 자택과 삼성SDS 고문 명의로 임대된 논현동 빌라 등에서 5차례에 걸쳐 촬영됐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삼성과 CJ그룹의 전운이 고조되던 때와 겹친다. CJ그룹은 2011년 6월 신아무개 그룹 홍보실장을 전격 경질했다. 1987년 CJ그룹에 입사해 20년 이상 홍보실에서 근무해온 정통 ‘홍보맨’을 경질하면서 재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삼성과의 화해를 위해 신 부사장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시각이었다.

 

당시 CJ그룹은 대한통운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삼성증권과 자문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삼성증권이 돌연 자문 계약을 철회한데다, 삼성SDS가 경쟁사였던 포스코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양측이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치달았다. CJ그룹 측은 배경으로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지목했다. 신 부사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그룹의 승인 없이 삼성SDS가 투자를 할 수는 없다”며 “삼성의 의도가 무엇인지 끝까지 추적해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 후 CJ그룹이 대한통운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양측의 ‘1차 전투’도 일단락됐다. 삼성과의 화해를 위해 전투의 선봉에 섰던 신 부사장을 경질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삼성과 CJ그룹의 갈등은 이건희 회장과 친형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7000억원대 상속재산 분쟁으로 8개월 만에 다시 재개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2년 2월 이재현 회장 미행 사건까지 터졌다. CJ그룹은 조직적으로 이 회장을 미행한 삼성 계열사 직원들을 고소했다. 이재현 회장이 장충동 자택 바로 맞은편에 CJ경영전략연구소를 건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 견제용’이 아니겠냐는 게 재계의 시각이었다. 연구소는 지상 5층, 지하 6층 규모로 2013년 5월 완공됐다. 당시 삼성과 CJ그룹은 경쟁적으로 장충동 일대 부지를 매입하고 있었다. 호텔신라가 매입한 4층짜리 빌라의 경우 연구소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해 있었다. CJ그룹은 정기적으로 연구소와 이 회장의 자택에 대한 도청 검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두 그룹이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삼성의 경우 CJ GLS(현 CJ대한통운)에 위탁했던 물류 물량을 서서히 회수했다. CJ는 삼성의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에 맡겨 놓은 물량을 회수했다. 보안 업체인 세콤과의 계약도 취소했다. 국회에서는 출처 불명의 괴문건이 나돌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양 측은 상대 그룹을 진원지로 의심했다. CJ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의 경우 당시 삼성에 그룹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험 차원에서 이 회장의 동영상을 촬영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뉴스타파를 통해 보도된 이건희 성매매 의혹 동영상


실제로 CJ그룹은 지난해 7월 이건희 성매매 의혹 동영상이 뉴스타파에 보도되기 전 자체적으로 조사를 벌인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됐다. 정확한 시점은 선씨 동생들이 CJ그룹 계열사 재무팀 임원들에게 협박 메일을 보낸 직후였다. CJ그룹은 선씨가 사내망을 통해 계열사 재무팀 직원들의 이메일을 검색한 흔적을 찾아냈다. 이후 선씨가 동영상 촬영에 공모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선씨를 불러 조사를 했다.

 

 

두 번째 동영상 촬영 때 선씨가 경비 지원한 사실 확인

당시 선씨는 “이메일 주소를 동생에게 전달만 했을 뿐이다. 나는 무관하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CJ그룹은 선씨가 구속될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전히 의문이 일고 있다. 선씨는 검찰에 구속된 직후 부인을 통해 사표를 제출했다. 부실한 감사와 함께 ‘CJ의 조직적 개입 의혹’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두 번째 동영상 촬영 때는 선씨가 직접 차량비와 촬영비를 지원한 사실을 확인한 상태”라며 “이번 압수수색 역시 CJ그룹의 조직적 개입 여부를 파악하기 위함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에게 자료를 넘겨받은 ‘2기 특수본’은 최근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국내 주요 그룹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SK그룹과 롯데그룹뿐 아니라 CJ그룹도 검찰 수사 대상에 포함된 상태다. 검찰은 향후 이 회장의 사면을 대가로 최순실 등이 주도한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댄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유전병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이 치료보다 검찰 수사의 예봉을 피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미국에 체류 중인 이미경 부회장의 귀국 역시 차일피일 미뤄지는 상황이어서 향후 검찰 수사 결과에 이목이 주목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도 CJ그룹 측은 “내부 감사에서 선씨가 개입했다는 물증이 나오지 않았다.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며 “향후 검찰 조사에 최대할 협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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