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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0명 중 6명, 정신 건강 문제 있다

이철 국립정신건강센터장 “국가 차원의 對국민 정신 건강 계몽 필요”

노진섭 기자 ㅣ no@sisajournal.com | 승인 2017.03.23(Thu) 08:00:00 | 14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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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은? 

 

1989~2015년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있었다. 2003~06년 울산대병원장, 2007~11년 울산대 의무부총장, 2011~15년 울산대 총장을 지냈다. 2016년 10월 국립정신건강센터 2대 센터장으로 취임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과 학술이사, 한국분석심리학회 회장, 대한의학회 임상의학 및 수련교육 이사, 대한의사협회 학술 이사를 역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정신 건강 없이는 건강도 없다(No health without mental health)’는 모토를 앞세운다. 현대 사회에서 정신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세월호 참사, 메르스 파동, 경주 지진 등 잇따른 사건과 자연 재난을 겪으면서 우리 국민은 집단 트라우마를 경험했다. 그러나 국민 정신 건강을 아무도 챙기지 않는다. 지난해 국립정신병원은 국립정신건강센터로 명칭을 바꾸고 국민 정신 건강을 보살피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자처했다. 최근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운영을 맡은 이철 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을 만나 구체적인 얘기를 들었다. 

 

이철 국립정신건강센터장 © 시사저널 이종현


세월호 사건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을 겪은 국민의 정신 건강 상태를 어떻게 진단할 수 있을까.

 

분노, 배신감, 불안, 우울, 좌절이 뒤섞인 혼란 상태다. 많은 사람이 촛불집회나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고 대통령, 정치인, 고위 관료 등을 탓하고 비난하는 이유다. 이렇듯 모두가 국가적 위기라고 걱정한다. 이 위기는 성숙할 기회이기도 하다. 각자 ‘나는 남의 의견을 존중하고, 민주적이고, 정직하고, 법을 잘 지키고, 공사를 구분하고, 어려운 이웃을 생각했었나’를 뒤돌아볼 때다. 또 이기적이지는 않았는지 탐욕스럽지는 않았는지도 살펴볼 일이다. 특히 사회 지도층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면서 변화에 앞장서야 한다.

 

 

그 외에 국민 정신 건강을 해치는 원인은 무엇인가.

 

국민 전체의 일반적 정신 건강 측면에서 보면, 우리 사회의 편향된 문화나 가치관이 문제다. 개인의 능력, 자질, 가치관, 취향 등을 무시하고 사회의 고정관념을 따라 남보다 빨리 취직·승진하길 바란다. 학교, 직장, 배우자 선택에서도 체면을 지키기 위해 무리를 한다. 경쟁에서 낙오되면 패배감을 느낀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조사를 시행한 22개국 중 국민행복지수가 최하위다.

 

 

국민 정신 건강을 위해 개인과 가정에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신체적 건강을 위해 공해를 줄이고 담배를 끊는 등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몸에 해로운 물질을 멀리하는 등 건강 습관을 유지하고, 병이 나려고 하면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를 해야 한다. 정신 건강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와 가정이 건강해야 한다. 정신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부끄러워하거나 숨기지 말고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치료해야 한다. 암 환자를 암적 존재라고 멀리하지 않듯이 정신질환도 치료의 대상이지 인격 문제로 인식해 수치스러워할 것이 아니다.

 

 

국민 정신 건강을 위한 우리 사회와 정부의 몫은 무엇인가.

 

우선 정신질환에 대한 국민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정신질환은 ‘안 낫는 병’이라거나 ‘수치스러운 병’이라는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치료를 미뤄 만성화를 초래한다. 국민 4명 중 1명(25.2%)은 생애 기간 중 한 번 이상 정신 건강 문제로 고통받는데,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 중 15.3%만 치료를 받는다. 이는 국민 정신 건강 관점에서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치료를 받기까지의 기간도 평균 84주로 미국 52주, 영국 30주보다 길다.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정신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만성화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사회와 가정의 부담을 각각 10배와 18배 줄일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우리 실정에 맞는 효과적인 정신 건강 증진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근거 중심의 연구에 투자가 필요하고, 연구 결과를 현장에서 실행하고 효과를 검증할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세 번째, 국가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 학회, 협회가 산발적으로 시행하는 정신 건강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조정해 많은 사람에게 제공해야 한다. 네 번째, 중증 정신질환자를 조기 퇴원시켜 지역사회에 복귀하도록 도와야 한다. 특히 어느 정도 치료가 돼서 입원까지는 필요 없지만 가정에서 보살피기에 애매한 중간 단계의 환자가 있는데,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가결 다음 날인 2016년 12월1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7차 촛불집회’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국민 정신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 수준은 어떤가. 

 

국립정신건강센터는 매년 정신 건강 인식 및 태도 조사를 벌인다. 지난해 약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1.7%가 지난 1년간 자신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나 기분 변화, 우울감, 불면, 불안 등 정신 건강상의 문제가 있었다고 답했다. 또 68.8%는 자신의 정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답했다. 이 결과는 적지 않은 국민이 정신 건강 문제를 호소하고 있으며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고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민 정신 건강을 중요하게 여기는 외국에서는 어떤 정책을 펴는가.

 

특정 국가를 완벽한 정신 건강 선진국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일반적으로 정신 보건의 선진국이라면 정신 건강 서비스 이용이 체계적이고 정신 건강 증진에 대한 투자비율이 높은 나라를 의미한다. 호주가 대표적이다. 보건국 소속 전문가들이 정신질환자의 인권, 정신질환자 치료 제도의 방향성, 시민의 정신 건강 증진 및 제도나 행정 영역 개선까지 정신 건강 전반적인 영역에서 직접적인 업무를 한다. 한마디로 환자 맞춤형 서비스로 환자의 증상과 치료 경과에 따라 지속해서 치료되도록 시스템을 운영한다.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정신질환 치료는 물론 국민 정신 건강 증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월 행복한 삶과 건강한 사회 구현을 위해 국민 정신 건강 증진을 위한 5개 중장기 비전 ‘정신 건강 종합대책 2020’을 발표했다. 이 맥락에서 국립정신건강센터는 국민 정신 건강 증진의 비전을 실현하는 컨트롤타워로서 4가지 핵심 활동을 시작했다. 첫째는 국민 정신 건강 증진 과제로 정신질환 인식 개선, 고위험군 집중관리, 재난 피해자 심리지원 활동이다. 둘째, 중증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재활 지원이다. 셋째, 중독으로 인한 건강 저해 및 사회적 피해 최소화 사업이다. 넷째, 자살 위험 없는 안전한 사회 구현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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