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더 독해졌다”
  • 김경민 기자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03.21 17: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대 이종태 교수 “미세먼지 입자는 더 작아지고 독성은 더 커진 듯”

 

 

※ 편집자주 : 환경부는 3월21일 PM10은 ‘부유먼지’로, ‘초미세먼지’로 불리던 PM2.5는 ‘미세먼지’로 용어를 변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기사에서는 변경된 명칭을 사용하되 기상청 등에서 여전히 사용되는 ‘초미세먼지 주의보’ 등의 용어는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다.

 

3월21일 서울시의 하늘은 짙은 회색빛이었다. 부유먼지(PM10)와 미세먼지(PM2.5)가 짙게 깔린 이날 오전, 서울의 공기 질은 세계 주요 도시 중 두 번째로 나빴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오염실태 모니터링 그룹인 ‘에어비주얼(AirVisual)’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한국시간) 기준 서울의 공기품질지수(AQI)는 179로, 인도 뉴델리(187)에 이어 세계 주요 도시 중 두 번째로 대기 오염이 심했다. 

 

전날인 20일에는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최고 164㎍/㎥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일 오후 9시 초미세먼지(PM2.5) 주의보를 발령했다. 서울시에서만 올해 세 번째 있는 일이었다.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초미세먼지 시간 평균 농도가 90㎍/㎥ 이상으로 2시간 지속할 때 발령된다. 

 

지난 수 년 동안 한국에서 미세먼지는 더 이상 계절 이슈가 아니게 됐다. 미세먼지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항상 볼 수 있게 됐다. 3월16일 ‘미세먼지 대책 특별법’을 대표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수도권에 설치된 대기측정망에서 측정된 미세먼지 일평균 농도는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대기환경기준을 초과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3월21일 오전 서울 시내가 미세먼지로 뿌옇게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미세먼지 농도가 감소해도 신체 위해성은 증가

 

대기 중 미세먼지가 인간 신체에 미치는 위해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종태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 연구팀이 1998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시 사망자료와 입자물질 평가자료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서울시 대기의 미세먼지 농도가 감소하던 시기에도 미세먼지의 신체 위해성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세먼지 농도와는 별개로 미세먼지 자체가 지니는 독성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이종태 교수는 “실제로 부유먼지 중 입자가 작은 미세먼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했다”며 “작은 먼지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체내 침투율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신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3년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석면, 비소 등과 같은 수준의 위해물질이라는 뜻이다. 호흡기 질환뿐만 아니라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우울증·자살·치매와도 직․간접적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미세먼지 오염수준은 WHO의 권장기준에 비해 두 배에 가깝다. 환경부의 대기환경연보에 다르면 부유먼지는 2007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2012년에는 45㎍/㎥으로 크게 낮아졌다. 2013, 2014, 2015년 다소 증가해 각각 49㎍/㎥, 49㎍/㎥, 48㎍/㎥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는 2015년 26㎍/㎥였다. WHO에 따르면, 부유먼지는 24시간 평균 50㎍, 미세먼지는 24시간 평균 25㎍ 이하가 안전 권장기준이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수 OECD 최고수준

 

그러다보니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미국의 비영리 민간 환경보건단체 보건영향연구소(HEI)에 따르면, 인구가중치를 반영한 2015년 OECD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 평균치는 15㎍/㎥인 반면, 한국은 29㎍/㎥로 높아졌다. 이제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터키를 제외하면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나쁜 수준이다.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 문제가 범사회적 이슈가 되자 환경부는 지난해 6월 범정부적 미세먼지관리특별대책을 마련했다. 또 지난달 15일부터 고농도 미세먼지가 장시간 지속될 때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공공기관 차량2부제와 공사장 조업단축 등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까다로운 시행 조건과 화력발전소 대책 등이 빠진 불균형한 규제 조건으로는 요즘과 같은 미세먼지 빈발상황에서는 전혀 저감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종태 교수는 “미세먼지는 기준치 이내 수준이라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것”이라며 “국민 건강 안전을 위해 정부는 미세먼지 기준을 강화하고 미세먼지 발생을 최소화하는데 목표를 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