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도 아닌데 美 항모 2대나 배치한 이유
  •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3.22 15:26
  • 호수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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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욱의 안보브리핑] 한·미 연합 키리졸브·독수리 연습, 유사시 한반도 수호 강력한 의지 표명

2017년 한·미 연합연습이 한창이다. 한국과 미국은 3월1일부터 2개월 일정으로 독수리연습을, 3월13일부터 2주 일정으로 키리졸브연습을 실시하고 있다. 키리졸브와 독수리 연습은 한·미 연합훈련·연습 가운데는 가장 큰 규모로서 매년 상반기에 실시한다. 하반기에 실시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은 CPX(지휘소훈련)로, 실제 기동이 없는 도상(圖上)훈련에 불과하다.

 

보통은 독수리나 키리졸브를 훈련이라고 부르는데, 정확한 명칭은 연습이다. ‘훈련’은 개인이나 작은 단위의 부대 차원에서 기술과 지식을 갈고닦는 것을 말한다. 대대전술훈련이나 혹한기훈련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비해 ‘연습’은 전쟁의 특정한 상황을 설정한 후, 시작부터 종료까지 전체 절차를 훑어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키리졸브연습은 북한의 침략을 격퇴하기 위해 해외의 미군을 증원하는 절차를 연습해 보는 과정이다.

 

2017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은 우리 군 30만 명과 미군 1만7000명이 참가하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한·미 연합연습의 의미는 단순히 참석하는 병력의 숫자에만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공언하면서 핵개발을 완성시킬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대해 한·미 양국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2017년 키리졸브연습에 참여한 미국 칼빈슨 항공모함 © 연합뉴스

“북핵과 미사일을 막아라”

 

북한은 2월12일 ‘북극성-2’ 미사일 발사에 이어, 3월6일에는 사정거리가 1000km에 이르는 스커드 ER 미사일 4발을 동시에 발사했다. 4발 가운데 3발은 일본의 방공식별구역 내에 떨어지면서 이 미사일이 주일미군 기지와 일본을 향한 것임을 명백히 밝혔다. 더군다나 미사일을 발사한 장소는 동창리였다. 동창리는 북한이 우주발사체로 주장하는 은하 계열의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는 곳이자, ICBM 추진용 엔진을 실험하는 곳이기도 하다. 즉 동창리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미국과 일본을 자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올해의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은 어느 때보다도 강한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항공모함의 등장이다. 미군은 2011년까지 격년제로 항공모함을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에 파견해 왔는데, 오히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는 항모전단을 참가시키지 않았다. 필요 이상 긴장을 높이지 않겠다는 오바마 미 행정부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칼빈슨 항모전단이 참가했다. 칼빈슨은 특이하게도 7함대 소속이 아니라 3함대 소속의 항모다. 7함대의 항모인 로널드 레이건은 일본에서 여전히 대기 중이다.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에 항모가 참가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한반도 인근에 무려 2척의 항모전단이 동시에 배치돼 있는 것도 놀랄 일이다. 전쟁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항모전단이 2개나 있는 것은 극히 드물다.

 

지하 갱도 침투 훈련 중인 주한미군 소속 병사들 © 양욱 제공

항모전단과 참수부대 등장

 

게다가 이름만 들어도 놀랄 만한 부대들이 훈련에 참가했다고 한다. 데브그루와 델타포스가 한반도를 찾아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데브그루는 2011년 파키스탄으로 침투해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한 미 해군 소속의 최정예 특수부대다. 델타포스는 2003년 말 사담 후세인을 체포했고, 2006년에는 김선일씨를 살해했던 알자르카위를 제거한 미 육군 최정예 특수부대다. 두 부대는 각각 육군과 해군 소속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성격과 능력이 유사하다. 따라서 전시를 제외하면 두 부대를 동시에 투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델타포스와 데브그루는 합동특수전사령부(JSOC)라는 조직에 의해 통제받는다. JSOC는 미국 대통령이 우선순위로 정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특수작전을 전담하는 부대다. 그래서 보통 CIA가 전달해 주는 전략정보를 바탕으로 작전을 수행하고, 당연히 JSOC가 제거할 대상은 국가급 표적이다. 북한으로 말하면 김정은을 포함한 적 지휘부다. 참수작전을 수행해 본 경험을 갖춘 최고의 부대들이 모여, 마치 특수부대들의 ‘올스타전’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다.

 

이렇듯 미군은 연일 강한 메시지들을 북한에 계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안보동맹인 대한민국을 방어하는 데 필요한 모든 자산들이 동원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마디로 핵을 제외하고는 동원할 수 있는 재래식 전력을 모두 동원하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한반도를 지켜내겠다는 확장억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 정도 규모로 선제타격과 참수작전이 가능한 전력이 모였다고 미국 스스로 공표한 적이 없다.

 

그러나 전쟁을 막기 위해선 메시지의 강도도 중요하지만 정말 그 메시지대로 징벌이 이뤄질 것이라는 신뢰성이 더욱 중요하다. 예를 들어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 지도부만을 제거하는 참수작전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황금열쇠는 아니다. 막상 전쟁이 일어날 경우 참수작전은 적의 지휘능력을 혼란시키고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러한 수단의 용도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지혜와 경험이다. 전쟁을 막는 신뢰성의 끝단에는 결국 그러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국가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현재 국가 지도자가 빈자리로 남아 있는 대한민국에서 차기 리더에게 기대되는 것이 그런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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