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못잖은 ‘조연 메뉴’가 창업 성공 이끈다
  •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3.2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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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소장의 창업 톡톡] 외식업뿐 아니라 판매업·서비스업 등에도 조연 상품이 효자 노릇 톡톡히

필자가 즐겨 가는 추어탕집은 추어탕보다 어리굴젓이 인기다. 뜨끈한 돌솥밥에 어리굴젓을 넣고 비벼먹으면 잠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즐거움이 밀려든다. 추어탕도 좋아하지만, 뜨거운 흰쌀밥과 어리굴젓의 조화는 추어탕보다 더 맛깔스럽다. 처음에는 몇몇 음식점에서 시작됐던 추어탕집의 어리굴젓이 이제는 제법 확산되어 모방 사업자들도 적지 않다.

 

인천에 있는 ‘몽순이 해물탕’에서는 해물탕을 시키면 서비스로 먹음직한 간장게장 1인분이 무료로 제공된다. 일반 음식점에서 서비스로 나오는, 병아리눈물처럼 초라한 게장이 아니다. 살이 꽉찬 넉넉한 간장게장은 제값 받고 팔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무료 제공 서비스 덕분에 1인분 9000원인 조연메뉴의 인기도 덩달아 높다. 

 

 

주연 메뉴보다 조연 메뉴가 좋아서 단골 돼 

 

칼국수 전문점에는 칼국수를, 삼겹살집에는 삼겹살을 먹으러 가지만, 때로는 주연(主演)보다 오히려 조연(助演)이 좋아서 제품을 구매하거나 단골이 되는 경우도 많다. 창업 성공의 핵심은 상품력이다. 차별화되고 독점적인 상품은 마케팅이나 디자인이 넘어서서 사업을 살려내는 강함 힘을 갖고 있다. 고객들의 구매 목적은 서비스가 아니라 상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품력 강화에는 위험이 뒤따르기도 한다. 지나친 차별화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초래한다. 모방에만 신경 쓰면 차별화가 안 돼 경쟁에 묻힌다. 과열 경쟁에서 주연 상품 차별화에 한계를 느낀다면 화려한 조연으로 경쟁 우위를 넘볼 수 있다.

 

쌀탄의 볏짚탄과 털랭이국수

‘쌀탄’은 요즘 유행하는 숙성육 돼지고기 판매점이다. 국내산 한돈을 사용하고 두 번 숙성시켜 상품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먹는 방법도 특이하다. 상추와 쌈장에 먹는 일반 돼지고기와 달리 다양한 퓨전 소스와 쌈을 이용해 취향대로 골라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차별화에도 요즘처럼 숙성육이 붐을 이루는 환경에서는 2% 부족했다. ‘쌀탄’의 진짜 매력은 주연 같은 조연에 있다. 고기를 굽는 연료가 다른 것이다. 일반 매장에서는 숯을 사용하지만, ‘쌀탄’은 볏짚직화구이 전문점이다. 특허 받은 친환경 볏짚탄으로 고기를 구우면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은은한 볏짚향이 입안에 가득해진다. 고객들로부터 볏짚과 돼지고기 궁합이 천생연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다른 조연인 마약비빔밥과 털랭이국수도 인기 메뉴다. 둘 다 맛이 매콤해 고기를 먹은 후 입맛을 개운하게 해주는 게 특징이다. 털랭이국수는 강원도식 속풀이 김치 국수다. 뜨거운 김치 국물에 소면을 넣고 끓여 해장이나 속풀이에 좋다. 이 메뉴 때문에 일부러 ‘쌀탄’을 찾을 정도로 마니아들도 생겼다. 얼큰한 국물을 좋아하는 고객들은 국수를 먹은 후 밥을 말아 먹기도 한다. 마약비빔밥 역시 고추장이 들어 있어 기존 날치알과 달리 매콤한 게 특징이다.   

 

 

털랭이국수·돌된장 등 고깃집들의 주연 못지 않은 조연들 

 

부산에 있는 ‘삼차회담’은 차돌박이 전문점이다. 제철 야채와 함께 즐기는 차돌박이 맛도 기가 막히지만, 이 집의 진짜 인기 메뉴는 조연인 돌된장찌개다. 판매 가격 5000원인 된장찌개 특징은 미리 끓이지 않고 된장재료를 그대로 담아서 내놓는다는 점이다.

 

차돌박이 고기와 된장·양파·버섯·파·조개·두부 등 신선한 재료가 가득하다. 돌된장에 들어가는 재료는 값싸고 건강에 좋은 제철 식품들이다. 된장도 기성품이 아니라 집에서 담근 것을 사용한다. 손님이 보는 앞에서 된장재료에 육수를 붓고 끓이는 비주얼도 화려하다. 원재료를 아끼지 않는 경쟁력 있는 돌된장은 부산은 물론 전국으로 소문이 났다. 이 집의 돌된장이 그리워 다른 지방 사람들도 부산에 오면 일부러 매장을 찾기도 한다.

 

서울 내방역 인근에 있는 ‘일미옥’은 소고기보신탕·곰국시가 주연 메뉴다. 하지만 조연인 콩국수의 인기가 높다. 콩국수는 여름철을 겨냥한 계절 메뉴다. 주연이 더운 음식이라 겨울철 매출이 높은 주연 메뉴의 비수기를 훌륭하게 커버하는 보완재 역할을 한다.

 

콩국수 맛의 비밀 중 하나는 잣이다. 잣이 콩의 풍미를 풍부하게 해주는 것이다. 콩국수에 얹는 식용꽃도 다른 음식점의 콩국수와 일미옥을 차별화시킨다. 덕분에 주연 못지않게 콩국수를  칭찬하는 블로그 리뷰가 많다. 일미옥의 사례처럼 조연 상품을 잘 만들면 고객의 소비 회전 주기도 당길 수 있고, 주연 상품의 비수기를 메워주는 매출 보조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커피 전문점도 매출 보완해줄 조연 메뉴 개발 강화

 

‘바른치킨’은 치킨 못지않게 떡볶이와 샐러드 같은 조연 메뉴의 인기도 높다. 현미쌀 파우더로 만든 글루텐 프리 치킨과 매콤한 떡볶이 맛이 어우러진 세트 메뉴는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전체 매출을 견인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치킨주점을 운영하다가 매출이 하락해 ‘바른치킨’으로 업종을 전환했던 송민호씨는 조연 메뉴 덕을 톡톡히 봤다. 2000만원대 매출로 손익분기점도 겨우 맞추다가 업종 전환 후 5000만원대로 매출이 껑충 뛰었다. 송씨는 매출 상승 비결에 탄탄한 조연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치킨카페에 치킨만 먹으러 오면 방문 횟수가 줄어드는데, ‘바른치킨’에는 떡볶이·샐러드 등 조연 메뉴들의 맛이 전문점 못지않게 뛰어나 매출 상승에 도움이 됐다는 것.

 

‘북비어’에서는 주연인 책이 장식품 역할을 하고, 조연인 커피나 비어가 매출을 견인하기도 한다. 서울 예술의전당 부근에 있는 퓨전요리점인 ‘모모코’는 퓨전요리도 인기 있지만 조연인 칵테일막걸리가 매출 증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최근 ‘스타벅스’는 차 제품 판매를 강화하고 있으며 ‘토프레소’·‘커피베이’·‘셀렉토커피’ 등도 와인음료 등 커피 매출을 보완해줄 조연 메뉴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바른치킨의 바사삭샐러드세트와 떡볶이치킨세트

모든 사업에 적용 가능한 화려한 조연 전략 

 

외식업에만 조연 상품이 있는 것은 아니다. 판매업과 서비스업, 심지어 제조업에서도 조연 상품이 효자 노릇을 하기도 한다. ‘오피스넥스’는 사무문구 전문점이지만, 조연 상품인 차(茶)류가 효자다. 커피를 비롯해 각종 티백류의 판매량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이는 차류가 소비량이 많아서 공산품인 다른 사무용품에 비해서 소비 회전이 빠르기 때문이다.

 

‘못된고양이’는 액세서리 전문점이지만, 때로는 조연 상품에 해당하는 셀프카메라봉이나 미니선풍기 같은 소형 가전이 시즌 매출을 견인하기도 한다. 양말 같은 잡화 역시 훌륭한 조연 상품으로 매출 증대에 도움을 준다.

 

편의점은 과자·공산품·음료 등을 다양하게 판매해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는 소형 슈퍼마켓을 대신한다. 하지만 최근의 편의점 성장 원동력은 조연에 해당하는 각종 먹거리들이다. 도시락을 비롯해 갓구운 빵, 에스프레소커피, 치킨과 어묵까지 종류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가다가는 편의점이 아니라 가벼운 음식을 편리하게 즐기는 카페테리어 역할을 기대해도 좋을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헬스센터에서 GX로 불리는 그룹운동은 회원권을 끊으면 서비스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벨라인 휘트니스’의 경우는 그 반대다. 조연인 그룹운동이 전체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벨라인 휘트니스’에는 전문트레이너가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20명까지 지도하는 그룹 트레이닝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 서비스상품이 인기가 높아서 그룹트레이닝 서비스가 회원권 매출보다 훨씬 높다.

 

애견병원의 애견호텔 서비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초대형 복합몰의 푸드스트리트도 주연이 아닌 조연들이 돋보이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전에는 쇼핑하러 갔다가 음식을 즐겼지만, 요즘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음식점을 찾았다가 부가적으로 쇼핑하는,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복합쇼핑몰들이 맛집 유치에 혈안이 되는 것은 조연인 레스토랑들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연이 화려해야 흥행에 성공한다 

 

무한 경쟁 시대이다. 소기업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할인, 원 플러스 원 판촉, SNS, 검색포털 광고, 마일리지 적립  등 비용이 많이 지출되더라도 수요를 자극하는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마케팅 전략은 비용 지출을 증가시켜 이익을 갉아먹는다. 이에 비해 상품 마케팅을 잘하면 매출이 향상되고 고객 방문주기를 당길 수 있다. 좋은 상품은 고객들의 충성도도 높인다.

 

그런 측면에서 차별화가 쉽지 않은 주연 상품에만 신경 쓰지 말고 훌륭한 조연 상품을 개발해보자. 업태의 본질에 영향을 미치는 주연 상품과 달리 조연상품은 아무리 튀어도 위험부담이 적다. 반응이 나쁘면 접고 새롭게 시도할 수도 있다.

 

시즌 상품도 좋고, 한정 판매용도 좋다. 주연 못지않게 오래가는, 주연 같은 조연 상품이면 금상첨화다. 영화도 훌륭한 조연들이 많아야 흥행에 성공한다. 사업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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