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구속됐는데…삼성전자 주가는 ‘신기록 행진’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03.2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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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7일 구속 이후 삼성전자 주가 17%나 상승

 삼성전자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외국인의 적극적인 매수에 힘입어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중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3월6일 종가 기준으로 200만4000원을 기록했다. 1975년 6월 상장 이후 42년 만에 처음으로 200만원대를 돌파한 것이다.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3월17일 210만원대 벽마저 깼다. 23일 삼성전자는 전일보다 1.55% 하락한 209만원에 장을 마쳤다. 그럼에도 최근 3개월간 주가 상승률은 17.28%에 달한다. 시가총액 규모 역시 294조198억원으로 ‘마의 3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코스닥에 상장된 전체 기업들의 시가총액(200조원)를 훌쩍 넘는 규모다. 지난 1년간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상승액은 120조원대로, 삼성전자를 제외한 코스피 상장 기업의 지난 1년간 증가분(120조원)과 맞먹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과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각각 272만원과 26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85만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1월 목표로 242만원을 제시한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43만원을 올린 것이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외국인의 매수에 힘입어 연일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면서 주목되고 있다. ⓒ 연합뉴스

“왜 하필 이 시기에…” 삼성그룹 곤혹

 

주목되는 사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월17일 특검에 구속된 이후부터 주가가 상승 흐름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당시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오너 리스크가 커진 만큼 삼성그룹 전반의 경영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FT)는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갤럭시노트7 파동으로 많은 대가를 지불한 바 있다”며 “경영 측면에서 그룹뿐 아니라 삼성전자도 후폭풍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오히려 10% 넘게 증가했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고공행진에 힘입어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의 상승률 역시 4.31%를 기록했다. ​한 달여 만에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30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외국인의 지분율은 27115만6009주(50.58%)로 2월17일 7107만9765주(50.53%)보다 상승했다. 

표면적인 상승 이유는 실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평균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를 매출 49조6535억원, 영업이익 8조7165억원으로 전망했다. 작년 1분기와 비교할 때 매출은 0.3% 적지만, 영업이익은 30.6%나 증가했다. 1분기 영업이익을 9조원 중반대로 내다보는 증권사도 있었다. 

 

구속수감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월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삼성전자를 지주회사로 전환한다고 발표한 것도 주가 상승의 요인으로 꼽힌다.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은 3월14일 “지주사 전환은 주주들과 약속이다. 그룹 이슈와 상관없이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검토 결과는 계획대로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지배구조 개편과 신규라인 증설 등이 삼성전자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증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실적 전망이나 지배구조 개편 이슈만으로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현재 직면한 삼성전자의 악재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내부에서조차 “우리도 (주가 상승의)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 “​외국인 투자자들은 그 동안 국내 기업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불만을 토로했다”​며 “오너일가인 이 부회장이 구속되고 전문경영인들이 향후 삼성전자의 전면에 나설 경우 구시대적인 경영 체제를 청산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에 작용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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