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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구속된 재벌기업 5곳 주가 93% 올랐다

삼성·SK·한화·CJ·오리온·LIG그룹 등 전수조사 결과…태광그룹만 유일하게 하락

이석 기자 ㅣ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03.31(Fri) 11:00:00 | 14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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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외국인의 적극적인 매수에 힘입어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3월6일 종가 기준으로 200만4000원을 기록했다. 1975년 6월 상장 이후 42년 만에 처음으로 200만원대를 돌파했다.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3월17일 210만원대 벽마저 깼다. 23일 삼성전자는 전일보다 1.55% 하락한 209만원에 장을 마쳤다. 그럼에도 최근 3개월간 주가 상승률은 17.26%에 달한다. 시가총액 규모 역시 294조198억원으로, ‘마의 3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코스닥에 상장된 전체 기업들의 시가총액(200조원)을 훌쩍 넘는 규모다. 지난 1년간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상승액은 120조원대로, 삼성전자를 제외한 코스피 상장 기업의 지난 1년간 증가분(120조원)과 맞먹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과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각각 272만원과 26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85만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1월 목표로 242만원을 제시한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43만원을 올린 것이다.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구속돼 있는 동안 지주사나 주력 계열사의 주가는 오히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총수 구속=주가 하락’ 인식과 달라

 

주목되는 사실은 이재용 부회장이 2월17일 특검에 구속된 이후부터 삼성전자 주가의 상승 흐름이 더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당시 오너 리스크로 인해 삼성그룹 전반의 경영이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갤럭시노트7 파동으로 많은 대가를 지불한 바 있다”며 “경영 측면에서 그룹뿐 아니라 삼성전자도 후폭풍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오히려 10% 넘게 증가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고공행진에 힘입어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의 상승률 역시 4.31%를 기록했다. 한 달여 만에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30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외국인의 지분율은 7115만6009주(50.58%)로, 2월17일 기록한 7107만9765주(50.53%)보다 상승했다.

 

표면적인 주가 상승 이유는 실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평균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를 매출 49조6535억원, 영업이익 8조7165억원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할 때 매출은 0.3% 적지만, 영업이익은 30.6%나 증가했다. 1분기 영업이익을 9조원 중반대로 내다보는 증권사도 있었다.

 

삼성전자를 지주회사로 전환한다고 발표한 것도 주가 상승의 요인으로 꼽힌다.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은 3월14일 “지주사 전환은 주주들과의 약속이다. 그룹 이슈와 상관없이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검토 결과는 계획대로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배구조 개편과 신규 라인 증설, 실적 상승 등이 맞물리면서 삼성전자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증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실적 전망이나 지배구조 개편 이슈만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시사저널은 최근 10년여 동안 총수가 구속된 국내 주요 그룹 6곳의 주가를 전수 조사해 봤다. 조사 대상은 SK와 한화, CJ, 오리온, LIG, 태광그룹 등이다. 결과는 삼성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총수가 구속되면서 ‘경영 공백’이 현실화됐음에도 태광을 제외한 나머지 5개 그룹의 지주회사나 주력 계열사의 주가는 모두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월18일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최태원 회장 경영 복귀 후 주가 52%나 하락

 

이들 그룹의 총수가 구속된 기간은 평균 22개월이었다. 이 기간 동안 지주회사나 주력 계열사 주가의 평균 상승률은 92.63%에 달했다. SK그룹이 대표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3년 1월31일 계열사의 펀드 출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법정구속됐다. 2015년 8월15일 광복 70주년 특사로 풀려날 때까지 2년6개월 동안 교도소에서 복역해야 했다.

 

이 기간 동안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의 주가는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구속 당시 10만4500원이던 주가가 사면 때는 31만500원으로 174.58%나 증가했다. 총수 부재에도 연결 기준 매출은 3년 동안 2조3018억원에서 39조2995억원으로 20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5년 ㈜SK와 SK C&C가 합병하면서 매출 규모가 커진 것이 한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같은 기간 1.27%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상승세다.

 

최 회장 사면 직후 SK㈜의 주가가 하락세로 전환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최 회장은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후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세계 최대 규모의 D램 메모리 반도체 공장 준공을 계기로 SK하이닉스에 10년간 4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3월에는 그룹 지주사인 SK의 등기이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2015년 8월13일 31만500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지주회사 주가는 이후 하락을 거듭하다가 3월23일 현재 23만6000원을 기록했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일 수도 있지만 최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시점부터 주가가 51.56%나 감소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CJ그룹도 SK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13년 7월1일 조세포탈 및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2016년 8월15일 이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풀려날 때까지 3년여 동안 교도소와 병원을 오가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회장의 여동생 이미경 부회장도 2014년 말부터 그룹 경영에서 손을 뗐다. 청와대의 압력으로 이 부회장이 미국으로 건너간 뒤, 2년 넘게 도피생활을 하면서 그룹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그럼에도 지주회사인 CJ의 주가는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회장이 구속되기 직전 CJ의 주가는 11만35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회장이 사면될 때 CJ의 주가는 20만1000원으로 105.17%나 증가했다. 2015년 8월에는 사상 최고가인 32만35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매출 역시 18조8517억원에서 23조9542억원으로 27.07% 증가했다.

 

이 회장 사면 이후 지주회사 주가가 하락한 점도 SK와 비슷하다. 3월23일 현재 CJ는 16만4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2015년 8월 고점 대비 반 토막이 났다. 이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2016년 8월과 비교해도 22.6%나 하락했다. 이 회장이 사면되면서 CJ그룹의 경영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는 결과였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은 2011년 6월13일 3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담 회장은 2013년 4월28일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을 선고받았다. 담 회장이 구속돼 있는 동안 오리온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허인철 부회장이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주력 회사인 오리온의 경우 같은 기간 239.4%(46만9500원→112만4000원)나 주가가 상승했다. 2012년 10월에는 회사 주가가 처음으로 100만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매출은 1조9126억원에서 2조4852억원으로 29.9%나 증가했다. 하지만 담 회장의 형이 확정된 이후 오리온의 주가는 50% 이상 하락했다.

 

이 밖에도 구자원 LIG그룹 회장이 2013년 9월13일 구속됐다가 2014년 2월11일 집행유예로 풀려났을 때도 주력 계열사인 LIG손보(현 KB손보)의 주가는 21.59% 증가했다. 김승연 회장이 위장 계열사의 빚을 그룹 계열사에 떠넘겨 수천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2012년 8월16일 구속된 한화그룹 지주회사 ㈜한화 역시 15.07%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 시사저널 미술팀

 

 

“오너 구속 이후 투자나 고용은 오히려 확대”

 

조사 대상 기업 중에서 유일하게 주가가 하락한 곳은 태광그룹이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2011년 1월21일 1300억원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이 전 회장은 1심과 2심에서 4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2012년 6월 간암과 대동맥류 질환을 이유로 병보석을 허가받았다. 이 기간 동안 태광그룹의 모태 회사인 태광산업의 주가는 134만714원에서 82만3050원으로 38.6% 감소했다.

 

재계 일각에서 ‘재벌 무용론’이나 ‘오너 무용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 사회공헌활동 평가 전문기관인 넥스트소사이어티재단은 최근 ‘재벌 총수의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이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오너 구속 이후 주요 그룹의 투자나 고용은 확대됐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는 2005~15년 사이 오너가 구속된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한화그룹, 두산그룹, 태광그룹 등의 선고 전후의 기업 성과를 평가했다. 그 결과, 투자액은 오너 기소 시점(9450억원)보다 최종선고(1조3661억원) 때 오히려 높게 나왔다. 전체 계열사의 평균 직원 수도 기소 시점(8057명)보다 최종선고(8077명) 때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단의 한 관계자는 “재벌 총수의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이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과 투명한 경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주가가 상승했다”며 “역설적으로 오너 구속 사태는 투자자에게 좋은 평판을 얻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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