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도 전에 사면 얘기부터 나오는 박근혜 전 대통령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7.03.29 16: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文 “사면 여부 말하는 것 이르다” VS 李 “전두환 코스 밟을 것”

 

‘엄격한 사면’의 원칙과 기준을 적용했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 스스로의 평가였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 제한’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사면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누차 강조해왔다. 박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세웠던 ‘정치인 배제, 기업인 최소화’라는 사면 원칙에 따라 정치인은 세 차례 특별사면에서 단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리고 현재, 사면권 행사를 엄격하게 제한했던 박 전 대통령 스스로가 사면권을 바랄 수도 있는 처지가 됐다. 설령 사전 구속이 되지 않더라도 검찰은 298억원에 따른 뇌물 수수 혐의로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이 이를 인정하게 될 경우 박 전 대통령은 특정경제가중처벌법에 따라 최소 10년 이상, 최대 무기징역의 형량을 선고받게 된다. 법원의 사전 구속 영장 발부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권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월2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두환·노태우 ‘사면 전철’ 밟을까

 

내란죄 등으로 수감됐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나 노태우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들은 결국 형을 다 살지 않고 사면된 바 있다. 1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은 전 전 대통령이나 징역 22년6월을 선고 받은 노 전 대통령은 대법원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12년이 확정됐다. 그러나 1997년 김영삼 전 대통령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협의를 거쳐 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과 복권을 단행해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진 특별사면을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권 행사 여부가 벌써부터 제기되는 이유다. 일부 야당 대권주자들은 절대 사면 복권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론 통합을 위해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 대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현재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절대 불가’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 이 시장은 3월13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적폐청산을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사면불가 방침을 공동 천명하자”고 밝혔다. 그는 현재 박 전 대통령 역시 전두환 전 대통령 등과 같은 코스를 밟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문재인, 안희정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 국회사진취재단


 

더민주의 다른 대선주자들은 사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국정농단 세력에게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민들의 마음도 같을 것”이라면서도 “지금 대선주자들이 구속, 불구속, 사면 여부를 말하는 것은 조금 이르다 본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사면권은 국민들의 동의를 통해 결정된다. 당장 사면은 무조건 안 된다고 선언하는 것도 과잉된 표현이 아닐까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누구도 법 앞에 특권은 있을 수 없다. 잘못했으면 법에 따라 처벌받고 심판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이 시장과 문 전 대표, 안 시장은 또 한 번 설전을 벌여야 했다. 

 

 

대선주자들의 때 아닌 사면권 행사 논쟁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도 사면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전 대표는 3월22일 열린 국민의당 제3차 대선 경선 후보 합동토론회에서 “박 전 대통령이 감옥에 있는 상황일 때 사면권을 발동하겠느냐”는 질문에 “실형을 받을지는 지켜봐야 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원칙론을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 위원회의 판단을 거치고 국민 공론화를 거쳐서 대통령이 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유보 입장을 밝혔다. ⓒ 국회사진취재단


보수 진영 후보들은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다소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3월25일 열린 남경필 경기지사와의 마지막 토론에서 “(불구속 상태의) 재판에서 형이 확정되는 절차를 다 거치고, 사면에 대해서는 국민들 의견을 물어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게 되더라도 추후 사면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홍준표 경남지사가 대선주자로 유력시되는 자유한국당에서는 사면 논의에 앞서 검찰의 사전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자유한국당 소속 친박계 의원들은 3월27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부관참시’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야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박 대통령의 사면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이 예상되는 만큼 사면을 위해서라도 보수 단일후보를 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