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영장심사 시간도 최고기록 경신할까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7.03.3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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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1시간40분, 장시호 2시간, 이재용 7시간30분…내일 새벽께 구속영장 발부 결정될 듯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10시9분 서울 삼성동 사저를 나와 10시20분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10시30분부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고 있다. 전직 대통령으로는 헌정 사상 최초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되는 것이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박 전 대통령은 법원에 피의자 입장으로 직접 출석해 본인의 주장을 판사 앞에서 직접 소명하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이 법원에 모습을 보이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뇌물 혐의를 인정하느냐’ ‘국민께 어떤 점이 송구하나’ 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박 전 대통령은 굳은 표정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동행한 경호원을 잠시 돌아보며 뭔가 묻는 듯 했을 뿐 취재진의 질문엔 일절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통하는 계단으로 향했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박 전 대통령과 공범으로 지목된 인물들은 현재 모두 구속돼 있는 상태다. 검찰 안팎에서는 공범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구속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이미 구속된 공범들과 비교할 때 박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 시간은 역대급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가 13가지나 되는데다, 검찰과 박 전 대통령 측 모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심문 자체가 굉장히 오래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월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검찰이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해 법원에 넘긴 자료만 12만여 쪽에 이른다. 이 방대한 양은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당시의 10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월16일 열렸던 이 부회장에 대한 2차 영장심사에는 총 7시간 30분이 소요됐는데, 이는 지금까지 역대 영장실질심사 가운데 가장 긴 시간이었다. 당시 영장전담판사와 특검팀, 이 부회장과 변호인단은 점심 식사도 거르고 심사에 집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의 경우 국정농단 사건의 다른 공범들에 비해 유독 긴 영장실질심사를 거쳤다. 지난해 11월3일 진행된 최순실씨의 영장실질심사는 오후 3시20분쯤부터 오후5시를 조금 넘긴 시간까지 약 1시간40여분에 걸쳐 진행된 바 있다. 당시 최씨 측과 검찰 측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7)과 최씨를 공범으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이틀 뒤인 11월5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오후 2시부터 오후 3시50분까지 1시간50분에 걸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구속수감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시사저널 최준필

지난해 11월21일 열린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영장실질심사는 오전 10시30분부터 1시간 반 동안 진행됐고, 같은 날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의 영장실질심사도 오후 2시정도부터 2시간 정도에 걸쳐 진행됐다. 올해 2월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3시간 반 가량이 소요됐고, 2월21일 열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전 10시30분에 시작해 오후 4시경 끝났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법원이 영장발부를 결정하는데 소요되는 시간도 역대 최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영장실질심사 시간이 가장 길었던 이 부회장의 경우 19시간이 지난 다음날 오전 5시30분이 돼서야 영장 발부 결론이 났다. 심사가 비교적 짧게 진행된 최순실씨의 경우에도 6시간이 지난 밤 11시가 돼서야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오전 중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김종 전 차관에게도 밤 11시30분에 이르러서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시간이 역대급으로 길게 진행될 것이라 예상되는 만큼,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의 최종 결정 시기는 빨라도 내일(31일) 새벽 경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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