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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예능인의 ‘들이대기’ 관행에 대한 불편한 시선

이국주 성희롱 논란으로 촉발·웃음 명분으로 들이대기 코드 활용한 방송계 문제점도 지적

하재근 문화 평론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4.01(Sat) 13:00:00 | 14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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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이국주가 갑자기 논란의 중심에 섰다. 3월18일 자신의 SNS 계정에 “너네 되게 잘생겼나 봐. 너네가 100억원 줘도 나도 너네와 안 해”라며 캡처한 악플들을 게시했다. ‘돼지’ 등의 단어를 써가며 이국주의 외모를 비하한 내용이었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이국주와 슬리피가 스킨십을 하는 장면이 방영됐는데, 거기에 네티즌이 ‘나 같으면 저런 **와 (스킨십) 안 한다’는 식으로 악플을 달자 이국주가 발끈한 것이다.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임. 기대해도 좋아요”라며 법적 대응까지 시사해 인터넷을 달궜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부부로 출연한 이국주(왼쪽)와 슬리피​© 연합뉴스


‘남자 연예인이 이랬으면 방송 영구 은퇴’

 

이 불길에 온시우라는 신인 배우가 기름을 끼얹었다. 그는 이국주의 SNS 계정에 “댓글로 조롱당하니까 기분 나쁜가요?”라며 “당신이 공개석상에서 성희롱한 남자 연예인들 어땠을까요? 대놓고 화낼 수도 없게 만드는 자리에서 씁쓸히 웃고 넘어갔을 그 상황. 이미 고소 열 번은 당하고도 남았을 일인데 부끄러운 줄이나 아시길”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이 댓글로 인터넷 논란이 폭발했다. 온시우의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반면 마케팅을 의도했다기보다 이국주의 행동에서 뭔가 불편함을 느껴 글을 쓴 것으로 보는 견해도 제기됐다. 이 논란에 우리 사회가 뜨겁게 반응한 것은, 이 사건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점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아주 많은 이들이 그전부터 불편함을 느껴왔던 한 지점을 온시우가 건드린 것이다. 그것은 바로 웃음을 명분으로 한 여성 예능인들의 ‘들이대기’ 관행이다.

 

일단 온시우의 글 자체에 대해선 ‘외모 비하 악플에 대해 대처한다는데 왜 성희롱 문제를 꺼내느냐’라면서 엉뚱한 문제제기라는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엉뚱하다 해도 그냥 넘겨버릴 일이 아니라, 오히려 외모 악플보다 더 심각하게 논의할 문제라는 지적 또한 있었다. 외모 악플은 이미 많이 논의돼서 그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공유된 상태지만, 여성 예능인들의 과도한 들이대기는 아직 문제인식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문제인식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여성 예능인들은 관행적으로 남성 출연자들에게 들이대왔다. 이번에 이슈가 된 이국주만 하더라도 네티즌은 2014년 SBS 《스타킹》에서 마술사 하원근에게 기습 키스한 일과 2015년 《SBS 연예대상》에서 키스해 달라며 김종국을 난처하게 한 일 등을 거론하고 있다.(당시 이국주는 대본대로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2016년엔 SBS 파일럿 《나를 찾아줘》에서 조정치의 엉덩이를 만지고 “만져보니까 처지긴 했다”라며 신체 평가까지 했다. MC 김성주가 제지하자 “제 손은 누가 보상해 주나요”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 밖에도 복수의 남성 연예인에게 기습·강제 키스한 사례들이 인터넷에 회자된다. 그러니 “이미 고소 열 번은 당하고도 남았을 일”이라는 온시우의 글에 대해 ‘외모 악플 이야기에 나온 뜬금없는 지적이지만 이것도 우습게 넘길 일은 아니다’ ‘말 한번 잘 꺼냈다’는 반응이 나온 것이다.

 

지난해 11월엔 개그우먼 이세영이 아이돌 그룹 B1A4의 멤버를 성희롱했다는 논란으로 tvN 《SNL 코리아》에서 하차했다. 이세영이 해당 멤버의 주요 부위를 만지는 듯한 동작을 취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영상을 공개한 것이 제작진이라는 점이다. 그런 영상을 재미있다고 올릴 정도로, 여성 예능인의 들이대기가 정형화된 웃음코드로 소비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에릭남에게 기습 키스했다는 라미란, 임시완의 엉덩이에 손을 댄 이영자 등 많은 사례들이 거론됐다.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집단토크쇼에선 남성 아이돌을 데려다 놓고 여성 예능인들이 돌아가며 몸을 만지고, 심지어 옷까지 벗기려 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한 네티즌은 ‘남자 연예인이 이랬으면 방송 영구 은퇴입니다. 왜 남자는 항상 당해도 재미로 넘어가야 하나요?’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SBS 파일럿 《나를 찾아줘》의 한 장면 © SBS


여성 욕망 표출, 방송계에서 문제로 인식 안 돼

 

성범죄는 권력관계의 문제일 때가 많다. 그래서 대체로 강자의 자리에 있는 남성들에게 경계가 집중됐고, 여성의 성적 행동에 대해선 관대한 시선이 있었다. 또 남성은 성에 대해 대단히 적극적이기 때문에, 여성이 남성에게 성적 도발을 해도 그것을 남성 측의 피해라고 생각하지 않는 문화가 있었다. 과거엔 여성들이 조신하게 행동할 것을 강요받았기 때문에, 성적 욕망을 표시하는 것이 당당하고 솔직한 행동이라는 인식 또한 있었다. 즉 남성이 공개적으로 성적 욕망을 표현하는 건 부적절하지만, 여성의 표현은 환영받았던 것이다. 페미니즘 진영에선 여성에게 성적 욕망이 있다는 것을 힘주어 주장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여성 예능인의 욕망 표출이 방송계에서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여성들이 무조건 억압만 당하는 시대가 아니다.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이 향상되면서 세상이 달라졌다. 또 최근 들어 사회적으로 성범죄에 대해 점점 민감해지고 남성들 입장에서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면서, ‘왜 여성들은 조심하지 않는가’라는 지적도 커져갔다. 남성은 여성을 쳐다만 봐도 ‘눈희롱’이란 말을 듣는데, 여성은 남성의 몸을 마음대로 만지고 키스까지 해도 된다는 건 불공정하다는 여론이다. 정작 트렌드에 민감해야 할 방송이 그런 변화에 둔감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2014년에 이미 논란이 있었다. 당시 칼럼니스트 곽정은이 《매직아이》에서 옆에 있는 장기하에게 “침대 위가 궁금한 남자”라고 했고, 로이킴에겐 “어리고 순수하게 보이는데 키스 실력이 궁금하다”고 했다. 논란이 일자 곽정은이 ‘나는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냈는데 우리 사회가 여성의 욕망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느낌으로 해명해 일이 더 커졌다. ‘김구라가 여성 아이돌에게 침대 위가 궁금하다고 했으면 바로 퇴출’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방송계는 시대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여성 예능인의 들이대기 코드를 최근까지 활용해 왔다. 결국 터질 일이 터진 것이다.

 

특히 ‘못난이 캐릭터’로 활동하는 여성 개그우먼들은 자신의 외모를 개그 소재로 삼고, 예능에선 잘난 남성에게 성적인 표현까지 하며 들이대면서 못난 남성을 무시하는 설정을 반복한다. 이런 관행은 요즘 분위기에서 언제든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국주가 자기 외모를 비하하는 댓글에 정색하자 일부 네티즌이 불편함을 느낀 배경이다. 어쨌든 방송가에서 남성들은 극도로 조심할 것을 요구당하는 반면, 여성들은 당당하게 ‘꿀복근’을 탐했던 시대가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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