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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4월 G2 정상회담 트럼프 외교력 시험무대

잇따른 스캔들로 측근들 낙마하면서, 매파와 비둘기파 간 다툼 심화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4.02(Sun) 10:00:00 | 14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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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기다려! 잠깐만!(No, Wait! Hold on!)”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서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과 출입기자들의 문답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서로 질문이나 답변을 가로막고 다소 얼굴을 붉히며 논쟁을 벌이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백악관 정례 기자회견장은 미국 주류 언론과 백악관의 전쟁터가 되고 말았다. 이렇게 치열하게 싸움을 벌이는 표면적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타임스(NYT)나 CNN방송 등 일부 주류 언론을 ‘가짜뉴스(fake news)’라고 칭한 데 격분한 출입기자들의 반발 때문이다. 여기에다 민심을 얻지 못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초기 정책에 관한 반발 여론을 스파이서 대변인이 혼자서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 걸음 더 깊숙하게 들어가 보면,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백악관 내부의 분열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두 달 만에 길을 잃고 헤매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3월13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의료보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AP 연합


‘트위터 때리기’에도 저조한 지지도

 

트럼프 행정부 취임 2개월이 되는 3월20일(현지 시각)의 정례 브리핑도 예외는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4일, 자신의 트위터에 구체적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선거 기간 트럼프타워의 내 전화를 도청했다”는 핵폭탄급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대해 자신의 지지 기반인 공화당 주류는 물론 행정부 내부에서도 “근거가 없다”며 일축했다. 공화당 소속 데빈 누네스 하원 정보위원장은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분명히 말한다. 트럼프타워에 대한 도청은 없었다”고 단언했다.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도청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보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군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이 점을 물고 늘어지며 비꼬는 투로 “대통령이 아직 FBI 국장을 완전히 신뢰하느냐”며 스파이서 대변인을 쏘아붙였지만, 그는 “조사 중이며, 결론이 난 것이 아니다”는 말로 되받아치기 바빴다. 이 과정에서 서로 “잠깐만”을 외치며 치열한 논쟁을 벌였지만, 스파이서 대변인 혼자서 밀려드는 거센 질문의 파도를 뒤집어쓰는 꼴이 되고 말았다. 최근에는 ‘오바마 도청’ 주장만이 아니라 트럼프 측근들의 ‘러시아 내통’ 의혹이 맞물리면서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는 공화당과 백인 남성층에서의 지지도 하락하는 추세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37%인데, 이는 미국 역대 대통령 취임 2개월 차 국정 지지도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국정 난맥상이 외교관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대(對)북한 정책은 물론이고, 대중국 정책 등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백악관이나 국무부 등 외교정책을 주관하는 부서에는 전통적으로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는 ‘비둘기파’와 무력 대응 등 강경 노선을 고집하는 ‘매파’가 존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신들의 세력을 전면에 내세우기 위해 치열하게 내부 싸움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트럼프 취임 후 첫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발탁된 마이클 플린이 러시아와의 내통 스캔들에 휩싸여 조기 낙마하면서 한층 더 혼란에 빠진 상황이다. 최근 허버트 맥마스터가 새로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취임했지만, 아직도 ‘트럼프 브랜드’의 외교정책이 수립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에 더해 트럼프가 영입한 최측근 인사들 사이에서도 외교정책 등을 둘러싼 강온파의 불협화음이 노출되고 있다. 트럼프의 최측근이자 ‘무대 뒤의 실세’로 불리는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말 그대로 강경 극우파 출신 인물이다. 그가 무대 전면에 나서 드러내지는 않지만, 최근 이민정책을 비롯해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은 강경한 정책들의 입안자가 배넌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에 반해 트럼프의 사위이자, 또 다른 핵심 측근인 제러드 쿠시너는 실용주의와 협상을 강조하는 온건파로 손꼽힌다. 그는 4월초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은 물론 여러 외교정책 수립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북한 문제 등을 다루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도 참석해 존재감을 더욱 과시하고 있다. 이들 최측근 세력들 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암투가 최근 백악관을 뒤덮고 있다는 루머도 파다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이들 최측근들이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최악의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FBI 수사 결과에 따라 최측근들이 줄줄이 옷을 벗거나 사법 처리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측근 중 ‘강경 극우파’인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왼쪽)와 ‘비둘기파’인 제러드 쿠시너 © EPA 연합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으로 외교 문제 수습할까

 

따라서 워싱턴 외교가는 4월초에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 수립만이 아니라, 이러한 백악관 내부의 갈등과 혼란 상황을 정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북한 문제는 물론이고 남중국해 문제,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미·중 무역 마찰 등 산적한 현안에 관해 백악관이 어떠한 정리된 입장을 내놓는지가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더욱 많은 것을 받아내야 한다는 중압감에 휩싸인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칫 정통성 시비로도 번질 수 있는 측근들의 러시아 내통 의혹과 내부의 불협화음을 잘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최악의 낭떠러지로 떨어질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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