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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세월호 진상규명 방해하고 있다”

주먹구구식 인양 작업에 유족들 분통

조해수 기자 ㅣ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7.04.03(Mon) 15:00:00 | 14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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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3월31일 오후 1시쯤 목포신항에 도착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80일 만이다. 육상 거치작업에는 나흘 정도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를 고정한 용접 부위를 분리하면 특수 운송장비인 모듈 트랜스포터가 1만톤에 이르는 세월호를 육상으로 옮긴다. 이후 본격적인 미수습자 수습과 진상규명을 위한 수색 및 조사 작업이 시작된다.

 

지난 3년간 진도 팽목항과 안산 합동분양소, 광화문광장 분향소에서 울려 펴졌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노랫말이 마침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온 이날, ‘세월호 사라진 7시간’ 의혹의 주인공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300억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이 3월31일 오전 7시 사고 해역에서 목포 신항을 향해 출발하고 있다. © 목포=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앞으로의 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수습자 수습과 관련한 수색 방식을 놓고 정부와 유가족은 처음부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는 안전과 시간 절약을 위해 객실 절단 방식을 주장하고 있지만, 유가족 측에서는 이를 진상규명을 방해하려는 정부의 꼼수로 보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가 유가족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월호 동물 뼈 소동은 인양작업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정부는 미수습자 수습을 최우선 과제로 천명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유해 전문가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인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실을 막기 위한 방지망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잔존유가 유출되면서 애꿎은 어민들이 피해를 입어야만 했다. 정부를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유가족들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에 수습방안과 관련한 ‘사전 합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조사위는 특별법에서 정한 권한 밖의 요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속이 타들어가는 것은 유가족들과 유해 수습을 책임져야 할 전문가들이다. 해양수산부는 유해발굴 전문가인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를 자문으로 위촉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인양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지난해 7월부터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에 관한 정부 자문을 맡아왔다. 그러나 해가 바뀌었음에도 진전된 사안은 없었다. 박 교수는 “정부의 무사안일주의로 유해 수습 역시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에서 인양분과장을 맡고 있는 ‘동수 아빠’ 정성욱씨는 “정부가 모든 과정을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진상이 명확히 규명되기 전까지 안심할 수 없다.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다”라고 강조했다.​

 

 

 

“부처 간 경쟁 말고 전문가 중심 협력해야”

[인터뷰]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 © 연합뉴스


인양 과정에서 미수습자의 유해가 유실됐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목포 신항에 접안해 세월호 선체를 육지로 옮길 때 추가 유실이 우려된다. 무게가 많이 나가다 보니까 육지 거치를 하는 동안 충격에 의해서 유해가 흩어지거나 부서질 수 있다.

 

 

향후 절차는 어떻게 되나.

 

소독부터 하고 안전점검을 한 뒤 수색작업에 들어간다. 배 안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조사단이 바로 들어가면 안 되고 일단 안전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

 

 

미수습자 수습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나.

 

미수습자 9명의 침몰 당시 위치를 파악했다고 하지만 추정은 추정일 뿐이다. 일단 해수부에서는 전 객실을 다 조사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경우 해수부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세 달 정도 걸린다고 보고 있다. 선창에는 두 달 정도 걸릴 것이다. 자동차에 운전기사와 함께 들어온 사람들이 혹시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런 분들까지 전부 조사하면 네다섯 달 정도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

 

 

해수부가 너무 급하게 서두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먼저 철저한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 유해가 어떤 상태로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유해가 연조직은 없어지고 뼈만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내시경 카메라를 사용하거나 로봇을 넣거나 아니면 전문가가 직접 들어가든지 해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절대 서둘러서는 안 된다.

 

 

해수부는 세월호의 객실 구역을 절단해 직립시켜 미수습자를 수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객실 직립 방식은 부정적으로 (해수부에) 얘기했다. 유해들이 물기를 머금은 뻘과 함께 밑에 깔려 있는데 90도로 세워버리면 바닥으로 다시 흘러가버릴 수 있다. 여러 유해가 같은 공간에 있을 경우 섞여버릴 수 있다. 세월호가 통째로 인양되면서 현장이 교란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걸 다시 세운다는 것은 찬성하기 힘들다.

 

 

최근 세월호에서 발견된 유골이 동물 뼈인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현장에 유해 관계 일을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소위원회를 만들어서 한쪽은 선박 관계를 맡고 다른 한쪽은 전문가들을 통해 유해·유품들을 조사해야 한다.

 

 

해수부가 지난해부터 자문을 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인양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했으면 동물 뼈 해프닝도 없었을 것이다. 지난해 (미수습자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조사를 계속해 왔다. 해수부가 그동안 한 번도 (미수습자 수습과 관련해) 어떤 일을 요청한 적이 없다. 또한 유해발굴 전문가로서 발굴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감독하겠다고 해수부에 요구했다. 그런데 유해를 만질 수 있는 것은 해경이나 국과수 등 국가기관만 가능했다. 개인적인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이번에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전문가에게 위임위탁이 가능해져서 그나마 나아진 것이다.

 

 

정부가 세월호 인양과 관련한 모든 일을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7~8월에 같이 일하자고 했던 공무원들이 모두 다른 부서로 나갔다. 작년에 정부와 업무 협의를 할 때 일단 구두로 약속했었는데 접촉했던 공무원들을 찾아볼 수가 없다. 작업의 연계성이 없어지니까 답답하다. 선임자가 갖고 있던 노하우가 후임자에게 전해져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 인양 시기도 작년까지 한다고 했다가 또 올 4월에 한다고 발표하고는 갑자기 3월에 해 버렸다. 정부에서 하는 일이 모두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미수습자 수습 문제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 각 부처에서 온 100여 명한테 흥분하지 말고 차분하게 진행하자고 당부하고 왔다. “유족들이 보면 섭섭할 정도로 냉정하게 하자.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각 부처 간에 경쟁을 하지 말고 전문가를 중심으로 서로 협력해야만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회를 반면교사로 삼아서 재난 매뉴얼 등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한국 사회가 이런 시스템이 없어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미수습자 수습이 최우선, 행동 아닌 말뿐인 해수부”

[인터뷰] 정성욱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

정성욱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 © 뉴스1


세월호를 인양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유실 문제가 대두됐다.

 

유실 방지막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 해수부는 큰 창문은 모두 막았다고 했는데 작은 천공은 하나도 막지 않았다. 시신이 결국 뼈만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작은 구멍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유실될 수 있는 것이다. 해수부는 미수습자 수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수차례 말했다. 그러나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또 말뿐이었던 것이다. 잔존유 유출도 심각하다. 어민들이 피해를 너무 많이 봤다. 잔존유 유출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정부가 오일펜스를 친다든지 했어야 하는데 결국 제대로 된 대처를 못한 것이다.

 

 

인양 과정에서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보는가.

 

세월호의 좌현 선미 램프 부분이 열린 상태로 인양을 진행한 것이 단적인 예다. 램프가 열려 있다면 왼쪽으로 누운 상태에서 선박에 실을 수 없다. 그런데 세월호를 인양하기 직전까지 램프가 열려 있다는 사실을 확인조차 하지 못했다. 상하이샐비지는 처음부터 신뢰할 수 없는 업체라는 것이 유가족의 생각이다.

 

상하이샐비지와 관련해 기술력 등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상하이샐비지는 2015년 7월 중국 양쯔강에서 침몰한 유람선 ‘둥팡즈싱’호 인양작업에 참여했다. 당시 승객 458명 중 12명만 구출됐는데, 상하이샐비지는 생존자 구조는 하지 않고 단 이틀 만에 인양작업을 완료했다. 어떻게 상하이샐비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입찰 당시 기술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은 네덜란드의 스미트 컨소시엄이 선정됐어야 했다. 해수부가 돈 문제를 최우선하다 보니까 결국 이런 문제가 터지는 것이 아닌가.

 

상하이샐비지는 선미에 리프팅 빔을 넣어 들어올리는 방식을 고수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10월 결국 와이어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교체했다. 그런데 해수부는 상하이샐비지의 인양 방식이 아닌 와이어를 사용하는 방식이 더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인양 계약을 체결했던 ‘언딘(마린 인더스트리)’ 역시 처음부터 와이어를 사용하는 방식을 사용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양 방식을 바꾸는 데만도 수개월이 걸린다고 하는데, 해수부가 상하이샐비지의 인양 방식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지한 시점이 언제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세월호 참사 직후 세월호 인양 TFT가 꾸려졌는데, 언딘과 해경, 해수부가 중국을 방문해 상하이샐비지가 소속된 차이나샐비지를 방문했다. 사전 유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해수부는 객실을 절단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절단과 관련해서는 유가족들 전체가 반대하고 있다. 해수부는 안전 문제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그러나 객실을 절단하는 데 정확히 며칠이 걸릴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못 내놓고 있다. 단지 해수부는 절단했을 경우 수색하는 데 60일이 걸리고, 자르지 않으면 90~180일이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절단하는 데 5일이나 일주일이면 충분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를 통해 알아본 결과 절단하는 데 최소 한 달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즉, 해수부는 절단 기간을 일부러 얘기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해수부가 애초부터 절단 방식을 정해 놓고 업체 선정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진상규명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천공이 140개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 부분 역시 의도적인 것인지 의심을 하고 있다.

 

 

선체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외부 충격에 의한 침몰은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세월호 좌현을 본 사람이 아직 없다. 지금까지는 우현과 밑바닥 정도다. 좌현을 보고 나서 외부충격설을 얘기해야 한다. 외부충격설 역시 지금 상황에서 배제할 수 없다.

 

 

미수습자 수습과 선박 조사에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팽목항에 있던 미수습자 가족을 비롯해 유가족들이 목포 신항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유가족들에 대한 별도의 숙소는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인양의 가장 큰 목적은 미수습자 수습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반응이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어쩔 수 없이 노숙을 할 수밖에 없다. 진상규명을 위해 더욱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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