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돌격대장’ 김진태가 살아남는 법
  • 박혁진 기자 (phj@sisajournal.com)
  • 승인 2017.04.03 15:23
  • 호수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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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위기 때마다 육탄방어…친박 핵심 정치인으로 부상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밀려 탈락한 김진태 의원의 정치 이력은 길지 않다. 검사 출신 김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강원도 춘천 지역구에 출마해 처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당시 김 의원을 춘천에 공천한 것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과 박 전 대통령이 어떤 인연으로 가깝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지만, 김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을 ‘정치적 스승’처럼 따랐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허영 후보를 간발의 차로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두 사람은 개표방송 마지막까지 결과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결국 0.6% 차이로 김 의원(50.5%)이 승리를 거뒀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총선 막판까지 몸살을 앓았던 여야의 선거구획정 협상에서 춘천이 ‘분구’(分區)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면 김 의원이 낙선했을 수도 있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선거 두 달 전까지 합의를 못 이룰 정도로 치열했던 20대 총선 선거구획정 협상에서 춘천은 마지막까지 여야 줄다리기 대상이었다. 협상에서 강원도는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구 조정 대상이었고, 춘천 북부지역을 떼어내서 인근 지역과 합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춘천 지역 현역의원이었던 김 의원은 이를 강력하게 반대했고, 결국 춘천은 19대 총선과 똑같이 선거가 치러졌다. 하지만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춘천을 비롯해 서울 중구·강서 일부 지역을 사수하면서, 수원과 일부 지역구를 야당이 원하는 대로 내어줬다는 평가가 많았다.

 

3월1일 광화문사거리에서 열린 제15차 3·1절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에 참석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연설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친박계 돌격대장으로 떠올라

 

당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춘천과 강서 등을 지키려고 수도권 몇몇 지역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합의했었는데, 이 때문에 수원과 같은 수도권 경합지역을 우리가 원하는 구도대로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춘천이 분구됐다면 고령층 유권자들이 많은 지역이 다른 지역구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컸다”며 “그렇게 됐다면 김 의원이 선거에서 이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상 친박계가 다른 몇 곳을 내어주더라도 김 의원을 지켜낸 셈”이라고 평가했다. 가까스로 재선에 성공한 김 의원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거치면서 대선후보 반열에까지 오른 정치인이 됐다.

 

김 의원이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정치인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의원에 대한 지지율은 5% 내외에 불과하다. 주로 극우와 친박 지지자로 분류되는 보수 세력 일부가 김 의원 지지층으로 분류된다. 김 의원이 ‘극우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데에는 공안검사 출신이라는 배경도 있지만, 국회 입성 후 곧바로 친박계의 돌격대장 역할을 한 것이 주요 원인이 됐다. 앞서 언급했듯이 박 대통령에 의해 정치에 입문한 김 의원은 박근혜 정권이 위기에 빠졌을 때마다 앞장서서 야당의 공격을 육탄방어했다.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이 흔들렸던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때 그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종북 숙주’ 등 색깔론으로 물타기를 했다. 2014년 박근혜 정부를 위기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는 “세월호 선체 인양하지 말자. 괜히 사람만 또 다친다”고 인양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성완종 게이트가 터졌을 때는 “황희 정승도 간통하고 온갖 부정청탁에 뇌물이 많았다”면서 비리 의혹에 휘말린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두둔하기도 했다.

 

김 의원이 친박계 돌격대장으로 자리를 확고하게 한 계기는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이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향응 접대를 제공받았다고 폭로한 사건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8월30일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이 지난 2011년 9월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와 관련해 2억원 상당의 초호화 유럽 여행을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의 폭로가 큰 파장을 일으켰던 것은 단순히 국내 최대 언론사 현직 주필을 건드려서만은 아니었다. 당시 조선일보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처가 부동산 특혜 거래 의혹을 제기하면서 박근혜 정권 최고 실세를 정면 겨냥했다. 그러자 곧바로 김 의원이 총대를 메고 조선일보 공격의 최전선에 섰던 것. 게다가 김 의원이 기자회견 때 들고 나온 사진과 자료는 웬만한 사정기관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은밀한 자료였다.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들이 3월24일 MBC 상암스튜디오에서 열린 경선 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준표 경남지사, 김관용 경북지사, 김진태 의원, 이인제 전 의원 © 국회사진취재단

이에 대해 바른정당 한 국회의원은 “사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서막을 알린 사건이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싸움이었는데, 김 의원이 청와대 측 입장에서 조선일보와 정면대결을 펼친 것”이라며 “김 의원이 저격수로 나서면서 대통령 및 친박계의 신임을 한 몸에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탄핵 사태 이후 시작된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도 꾸준히 참석해 보수 세력의 아이콘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서청원, 최경환, 윤상현 등 친박 핵심 의원들이 사실상 폐족처럼 되어버린 지금, 김진태 의원은 유일하게 자기 페이스대로 정치를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한 관계자는 “강원도 춘천 출신으로 지역 기반이 약한 김 의원은 지역보다는 이념적 지지층을 바탕으로 자기 정치를 하려는 것 같다”며 “한때 폐족이라 불리던 친노 세력이 지금 다시 정권을 잡으려 하는 것처럼 보수 세력이 명예를 회복할 날을 기다리며 그들의 지지를 확실히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아닌 이념적 지지층 기반 정치

 

하지만 김진태 의원은 당장 5월 그의 정치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변곡점을 맞게 된다. 김 의원은 대선 직후인 5월18〜19일 자신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을 받게 된다. 김 의원은 제20대 총선 당내 경선 기간 개시일인 지난해 3월12일 선거구민 9만1158명에게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공약이행평가 71.4%로 강원도 3위’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의원의 선거법 위반 사건은 지난해 10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됐으나 춘천시 선관위가 이에 불복해 재정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의 공소 제기 결정으로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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