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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한강로에서] 박근혜가 한국에 준 교훈

박영철 편집국장 ㅣ everwin@sisajournal.com | 승인 2017.04.04(Tue) 14:22:49 | 14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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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31일 이질적인 성격의 두 건(件)이 약간의 시차를 두고 벌어졌습니다.

 

먼저 이날 새벽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됐습니다. 이날 오후에는 세월호가 1080일 만에 목포 신항으로 돌아왔습니다.

 

지난 몇년간 한국 사회를 뒤흔든 두 주역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박 전 대통령이 몰락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근인(近因)으로는 지난해 10월 JTBC의 태블릿PC 파일 보도를 들 수 있습니다. 원인(遠因)으로는 국정 실패와 그로 인한 민심 이반이 거론됩니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초기 높은 지지율을 자랑했습니다. 2013년 9월 지지율 67%로 최고점을 찍었다가 세월호 참사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3월31일 구치소로 향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사진왼쪽)과 목포신항으로 출발하는 세월호(오른쪽). ⓒ 사진공동취재단·시사저널 박은숙


이처럼 박 전 대통령과 세월호는 지난 3년간 대척점에 서 있었습니다. 오죽하면 박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세월호 인양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을 두고 ‘박근혜가 내려가니 세월호가 올라왔다’는 슬픈 비아냥까지 인구에 회자됐을까요.

 

이 글을 쓰는 오늘이 3월의 마지막 날이니 세월호 참사로부터 약 3년이 흘렀네요. 하지만 아직도 2014년 4월16일 오전 그날의 충격이 뇌리에 생생합니다. TV 중계를 통해 세월호가 서서히 침몰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악몽이었습니다. 얼마나 충격이 컸던지 세월호 분향소에 세 번 들러 눈물을 쏟으며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살아오면서 생판 남을 위해 이렇게 기도하기는 제 인생에 처음이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좌파는 아닙니다.

 

저는 박근혜 정부가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예의 주시했습니다. 그런데 왠지 분위기가 묘했습니다. 대통령이 처음에는 유가족들도 만나 위로도 했지만 시간이 좀 지나자 만남을 기피했고 나중에는 아예 안 만났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좌파로 몰아가는 움직임도 생겨났습니다. 이들의 죄라면 어이없는 사고로 자식 잃은 것밖에 더 있나요?

 

세월호는 이 사고를 지켜본 전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하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지난 3년간 박근혜 정부가 취한 태도는 이와는 정반대였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욕하던 사람들은 ‘내가 이런 처지에 놓였다면 어땠을까?’ 하고 대입(代入)을 해보십시오.

 

아무리 훌륭한 대통령이 있어도 사고는 나게 마련입니다. 문제는 사고 이후 국가 내지 정부의 태도입니다. 제대로 된 나라라면 이런 초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대통령이 만사 제쳐놓고 사고현장을 방문해 피해자 측을 진심으로 위로해야 합니다. 재난구조 지휘는 물론이고 사고원인 분석과 재발방지 대책도 수립해야겠지요.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진심 어린 위로입니다. 우리가 일당 독재국가라고 여기는 중국도 원자바오(溫家寶) 같은 고위층 인사가 양쯔강 대홍수나 쓰촨성 대지진 때 장화를 신은 채 현장을 누비면서 국민들과 동고동락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민주국가’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풍경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세월호 이전에도 이런 유의 사고는 한국에 많았습니다. 더한 참사도 있었죠. 그러나 그때는 국민들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느덧 세상은 바뀌었나봅니다. 박근혜 몰락의 계기가 된 세월호 참사는 우리 국민들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고 하지 않는 지도자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서 아직도 “내가 뭘 잘못했는데?” 하고 분개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제 5월9일에는 새 대통령이 탄생합니다. 누가 되든 새 대통령은 정신 바짝 차리고 5년 내내 국민을 받들면서 일해야 할 것입니다. 박근혜 꼴 나지 않으려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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