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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도 치맛바람 분다

부모 동의서 받고서 작전 투입… 카톡방 통해 병사 현황 전달하기도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4.06(Thu) 11:00:00 | 14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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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국방에 관심을 갖고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근본적 이유는 전쟁을 막기 위해서다. 적이 우리에게 무력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도록 하는 ‘억제’ 능력이 있어야만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억제’ 단계를 넘어서면 단순히 방어 개념이 아닌 상대방에게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강압’ 능력이 생긴다. 미국이 세계 주요 전략 지역에 10척의 항공모함 전력과 스텔스 폭격기를 배치해 특정 국가들을 압박하는 것이 전형적인 ‘강압’의 사례다.

 

대한민국은 건국 후에 보잘것없는 국방력으로 말미암아 전쟁 억제에 실패했다. 적이 242대의 탱크를 가지고 밀고 내려올 때, 우리는 단 1대의 전차도 없었다. 2차 대전 당시 탱크와 장갑차를 앞세운 독일군의 공격에 폴란드가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듯이, 우리 군 또한 별다른 힘을 써보지 못하고 북한의 도발에 일방적으로 밀렸다. 말을 타고 독일 기갑부대에 돌진한 폴란드군의 기병대보다도 더 처참하게 우리 순국선열들은 맨몸으로 폭탄을 들고 전차에 대항해야만 했다.

 

이런 쓰라린 과거로 인해 국방에 대한 필요성에는 누구든 공감한다. 그러나 정작 일상생활로 돌아와서는 국방으로 인해 생기는 불편함이나 작은 불이익도 참지 못한다. 군사시설이 여전히 ‘님비’ 논란에 시달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사드처럼 전자파 논란이라도 생기면 수십 km 밖에 사는 사람도 달려들어 우리 애를 살려달라고 호소한다. 특히 출산율이 줄어들고 과거 대가족 시대보다 아이들에 대한 가치가 더욱 중요해지면서 심지어 군대에 간 아들조차도 관리 대상이 되고 있다.

 

2011년 5월6일 육군 제36보병사단은 사단 사령부 대연병장에서 부모님의 면회가 허용된 첫 번째 신병 수료식을 개최했다. © 연합뉴스


 

군사시설이 님비 논란에 시달려

 

최근 한 방송은 단독보도를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보도했다. 수도권에 위치한 한 육군 공병부대에서 지뢰 제거 작전에 투입할 병사들의 부모에게 편지를 보냈다. 지뢰 제거가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다는 내용과 함께 아들의 작전투입을 허락해 달라는 동의서도 함께 보낸 것. 해당부대는 작전에 투입할 인원 30여 명에게 동의서를 보냈는데, 부모가 동의하지 않은 병사 가운데 3명은 열외를 시켰다고 한다. 이에 대해 육군은 해당부대에서만 일어난 일이며 이러한 지침을 내려보내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군부대가 임무에 투입되기에 앞서 여러 사항을 점검하는 체크리스트에 ‘병사 부모의 동의 여부’가 포함된 경우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있었다는 증언도 있다. 사전에 고지하지 않고 병사들을 투입했다가 국민신문고 등의 민원에 시달려 부대들이 고생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이후에 부모들의 걱정과 민원이 폭증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의 시선은 따갑다. 군대가 과연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느냐는 걱정이 앞선다. 북한이 침공해도 동의서를 받기 전에는 전쟁하러 못 나가겠다는 등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입대한 병사들은 스스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자기 결정권을 갖는 성인들인데, 일일이 부모에게 알려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오늘날의 대한민국에는 국법보다 무서운 정서법이 있다. 소중한 우리 아이를 군대에 보낸 것만으로도 걱정되는데 부모에게 알리지도 않고 위험한 임무에 보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 된다. 과거에는 유치원이나 초·중·고등학교에서나 볼 수 있는 치맛바람이 이제 대학에서 직장, 심지어는 군대에까지 이르고 있다. 최근에 대학에까지 학부모회가 생기고 있다고 하니, 이제 자칫 잘못하면 군대에도 군인부모회가 생겨 간섭할 판이다.

 

전쟁에서 이길지 질지는 최전선을 둘러보면 답이 나온다. 그런데 요즘 우리 군을 보면 걱정스러운 면이 많다. 특히 최일선의 초급 간부가 받는 스트레스는 과도하다. 병력운용에 필요한 행정업무가 상당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병사들 관리가 더욱 까다로워졌다. 2014년 윤 일병 사망 사건, 임 병장 총기난사 사건을 겪으면서 관심병사를 걸러내는 것이 힘든 과제가 됐다. 이를 막기 위해 SNS 소통이라는 것까지 생겼다. 일련의 사건을 겪은 후에 부모들의 걱정이 커지자 ‘중·소대급 밴드’를 운용해 병사들의 현황을 알리기에 이르렀다.

 

2014년 3월9일 독일제 첨단 지뢰 제거 장비 ‘마인브레이커’가 지뢰 제거작업을 하 고 있다. © 연합뉴스


 

“최전방 초급 간부 스트레스 과도”

 

그런데 문제는 이 밴드 관리가 그대로 초급 간부들의 몫이 돼버렸다는 점이다. 기존 임무 수행에 병사들 관리까지 바쁜데, 이제 부모들까지 상대해야 하기에 이르렀다. 대부분의 경우 부대 업무에 방해받을 일까지는 없지만, 간혹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지휘관에게 그날 부대의 식사메뉴를 묻는다거나 혹은 업무에 투입할지 말지까지 간섭하려 하는 경우도 있다. 밤낮없이 카톡이 울려대는 건 기본이다. 최전방에서 적을 막는 임무에 집중해야 할 군 간부들이, 마치 유치원생 학부모들을 상대하듯이 일일이 챙겨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최근 군대 내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은 병사가 아니라 초급 간부다. 다들 군내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현장 리더십을 탓한다. 그러나 막상 현장의 리더인 초급 간부들에게는 별다른 권한이 없고 책임만이 뒤따를 뿐이다. 더욱 어이없는 것은 정책부서들의 태도다. 육군은 이러한 SNS 밴드 활동의 우수사례를 선정하고 표창하면서 초급 간부들을 쥐어짰고, 국방부에서도 SNS 대민(對民) 소통 사례로 자랑하고 있다. 초급 지휘관들로 하여금 현장에서는 임무에 집중하도록 해 줘야 할 상급기관들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리더십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문제가 생길 때마다 범정부적 해결책을 찾기보단 군에서 스스로 해결하도록 던져놓는다. 군대가 군대다워지려면 과감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알아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에 필요한 권한이 필요하다. 문제는 20대 초·중반의 경험이 낮은 초급 장교를 믿을 수 있느냐에 있다. 마찬가지다. 부모는 자식이 성인임을 믿고 군에서 자기 임무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령부는 지휘관을 믿고 병력을 맡길 수 있어야 한다. 지휘관은 병사를 믿고 임무를 맡겨야 한다. 서로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의 군대를 건설하지 못한다면, 미국이 제아무리 최첨단무기를 동원한들 우리는 전쟁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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