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시장 선점 나선 구글과 페이스북의 TV 전투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4.0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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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페이스북의 새로운 전쟁터는 이제 TV다. TV시장으로 그들이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일단 구글을 둘러싼 루머는 있었다. 그리고 그 루머가 무르익을 무렵 구글이 인수한 유튜브는 새로운 서비스를 내세워 공격을 시작했다. ‘유튜브 TV 서비스’다. 4월5일, 일부 미국 도시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필라델피아)에서 먼저 선을 보였다. 큰 틀의 모양새는 2월28일 유튜브의 본사에서 소개됐다. 100여 명의 기자들이 모인 가운데 유튜브는 수년 동안 라이브 TV 스트리밍 시스템을 개발했고, 그 개발의 뒷편에서는 여러 미디어와 계약을 맺으며 TV콘텐츠를 제공할 권리를 확보해 왔다.

 

수잔 보이치키 유튜브 CEO가 2월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유튜브스페이스에서 '유튜브TV'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외신에 따르면 유튜브는 미국의 주요 TV와 제휴 논의를 모두 진행해 왔는데, 유튜브와 맨 처음 손을 잡은 곳은 CBS였다. 이후 21세기 FOX와 NBC Universal이 합류했고 ABC와 ESPN 등을 보유한 디즈니도 여기에 동참하기로 했다. 올해 2월 말 구글은 전국적인 범위의 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한 준비를 끝내고 미국의 주요 방송국과 케이블 방송국 등 40개의 채널 프로그램을 매달 35달러의 요금으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을 언론에 선보였다. 이게 ‘유튜브 TV’다. 

 

MCN에 이어 TV 시장까지…구글의 장기 전략

 

이쯤에서 유튜브 TV의 특색을 한 번 살펴보자. 닐 모한 유튜브 최고생산책임자(CPO)는 “유튜브는 크고 작은 다양한 파트너들과 손을 잡으며 현재 제공하기로 한 것과 같은 라인업을 준비할 수 있다. 이 새로운 서비스는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로 TV를 보는 장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유튜브는 TV의 모습을 재발견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고화질 스트리밍 동영상을 사고 없이 모바일 및 웹과 이것을 통합한 앱으로 원활하게 제공해왔다.”

 

TV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구글은 장기적으로 움직였다. 유튜브를 단순한 동영상 저장소가 아닌,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2012년부터 약 2억 달러의 예산을 투자해 크리에이터들을 유튜브로 모았다. 이후 유튜브에는 수많은 ‘채널’이 생겼고 그들의 손에 의해 콘텐츠가 수없이 생겨나며 ‘멀티채널네트워크(MCN)’ 형태의 새 시장이 등장했다. 

 

이 과정을 거쳐 발표된 유튜브 TV는 1인 미디어의 싹수가 보이는 콘텐츠 시장을 넘어 이미 검증된 TV의 프로그램을 접목하는 일종의 ‘프리미엄 시장’이다. 유튜브는 이미 두터운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는 미디어다. 전 세계에서 유튜브를 통해 동영상이 재생되는 시간은 하루 10억 시간에 달한다.

 

구글과 비슷한 시기에 페이스북도 TV용 동영상 앱을 발표했다. ‘애플 TV’와 ‘삼성 스마트 TV’등에서 이 앱을 이용해 동영상 시청을 할 수 있다. 페이스북도 자신들이 보유한 인기 콘텐츠를 TV로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마크 주커버그 CEO가 직접 선봉에 서서 ‘동영상 퍼스트’를 외치며 지휘하는 중이다.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도 단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미디 동영상 플랫폼 회사인 컬리지유머(Collegehumor)의 공동 창업자인 리키 반빈을 스카우트했고, 올해 2월에는 음악 전문 채널인 MTV의 미나 르네브르 전 부사장을 불러왔다. 우수한 외부 인재를 불러들여 페이스북만의 프리미엄 콘텐츠 제작에 나서겠다는 뜻인데, 업계에서는 페이스북의 콘텐츠 투자액이 7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TV 시장을 진출하면서 TV는 공중파와 케이블, 위성방송 외에도 새로운 채널을 통해 안방으로 침투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인터넷과 와이파이로 TV시청이 이뤄질 토대가 마련됐다. 여기서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지금도 충분히 잘 나가고 있는 글로벌 테크 군단은 왜 TV 시장으로 나가려고 할까.

 

“TV에서 창출될 새 광고시장을 먹어라”

 

모두들 미래의 광고는 철저하게 개인을 타깃으로 한 광고일 거라고 예상했다. 지금의 구글과 페이스북은 그런 타깃 광고를 활용해 어마어마하게 성장했다. 피보탈리서치의 자료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미국 디지털 광고 시장 지출의 3분의2 이상은 구글과 페이스북의 몫이었다. 구글이 지난 10년 동안 획득한 검색 관련 매출은 시장 전체의 80%를 넘는다. 페이스북 역시 매일 체크하는 사람의 수가 세계 인구의 20%에 육박한다. 그러니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 Pixabay·Youtube

© Pixabay·Youtube

 

이처럼 두 회사가 가진 영향력은 엄청나다. 그리고 지금도 디지털 광고의 총량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016년 미국 미디어 광고비의 37% 정도가 디지털 광고의 몫이었다. 이 수치는 점점 증가해 2020년에는 시장의 절반 정도가 디지털 광고로 채워질 거란 얘기가 나온다. TV나 인쇄매체, 라디오 등의 전통적인 광고 시장은 상대적으로 움츠러 들 거란 예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흐름 속에서도 거꾸로 구글과 페이스북의 타깃 광고에 대한 의존도가 거꾸로 낮아질 거라는 의견도 있다. 광고주가 광고에 가장 적합한 고객만을 요구하다보니 잠재 고객 이외의 사람들을 무시해버릴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잡아야 하는 사람과 놓칠 수 있는 사람을 어떻게 아우를지가 중요한 문제로 다가온다. 최적의 광고 조합이 필요한 이유다. 그리고 이런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매체로 TV를 주목하는 흐름이 있다. 

 

예를 들어 구글과 페이스북은 사용자 숫자를 정확히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숫자를 TV가 정확하게 알 수 있고 시청자들이 누구인지 파악할 수 있다면 TV 광고의 대상은 지금보다 더욱 확대될 수 있다. 광고미디어 회사인 그룹엠의 롭 노먼 최고디지털책임자(CDO)는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접근은 TV 광고에 대한 광고주의 수요가 공급을 훨씬 초과하게 만들 것이다”고 말했다. 

 

만약 이렇게 흘러간다면 기존 미디어들은 광고를 더욱 스마트하게 만들며 구글과 페이스북처럼 닮아가려고 할 것이고, 반대로 구글과 페이스북은 더욱 TV와 같은 기능을 구현해 TV처럼 되고 싶어 할 거라는 게 노먼 CDO의 얘기다. 이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광고 시장은 구글과 페이스북에 솔깃한 투자처가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유튜브의 TV 시장 진출을 보자. 구글에 따르면 유튜브와 미디어 모두가 유튜브 TV에 광고를 판매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광고는 유튜브 레드 회원제 콘텐츠와 유튜브에 업로드 되는 회원들의 동영상을 제외한 모든 콘텐츠에 삽입된다. 이미 유튜브 TV는 등장과 함께 라이브 스트리밍 TV라는 시장을 주목받게 했다. 어쩌면 우리 역시 유튜브를 통해 KBS․MBC․SBS를 보게 되는 날이 다가올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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