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安, 文을 위협하다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7.04.11 13:48
  • 호수 14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安 지지율 수직 상승하며 대선 안갯속으로

대세론이 사라졌다. 대통령선거 다자 구도를 가정한 각종 지지도 조사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자 대결 구도를 상정한 여론조사에서 각축을 벌이는 결과는 있었지만, 다자 구도에서 접전 구도를 형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4월7일 발표한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 결과에 따르면, 문 후보는 38%, 안 후보는 35%로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문 후보가 일주일 전에 비해 7%포인트 상승했지만 안 후보는 더욱 큰 상승세(16%포인트)를 보이면서 오차범위(±3.1%포인트) 내로 격차를 좁혔다. 다만 현재 지지하는 후보를 앞으로도 계속 지지할지 여부와 관련해 ‘상황에 따라 다른 사람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응답이 44%에 달해 대선 정국은 안갯속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다자 구도에서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사진은 두 후보 지지자들의 모습 © 시사저널 박은숙​


 

5개 정당 후보 확정 뒤 양강 구도로 재편

 

안철수 후보의 지지도는 지난 3월말부터 급격히 요동쳤다. 안 후보가 국민의당 경선에서 압승을 거두고, 더불어 민주당 경선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의 부진이 확인된 시점이다. 이전까지 10% 수준에 머물던 안 후보의 지지도는 2주 동안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 갔다. 매주 발표하는 한국갤럽의 ‘데일리 오피니언’ 결과를 보면 안 후보의 지지도는 3월 4주 차 10%에서 3월 5주 차 19%로 배 가까이 늘었다. 이어 4월 첫 주에는 35%까지 급등하며 문재인 후보(38%)와의 격차를 오차범위 내로 좁혔다.

 

4월 첫째 주 여론조사는 5개 원내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확정된 4월4일 이후 나온 결과다. 각 정당별로 경선이 진행 중이던 일주일 전과 비교했을 때 후보 지지율이 전체적으로 높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문 후보 지지도는 63%에서 81%로 높아졌다. 국민의당 지지층의 안 후보 지지도 역시 75%에서 90%로 높아졌다. 눈에 띄는 점은 보수 정당의 지지층이 안 후보에게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안 후보는 바른정당 지지층의 29%, 자유한국당 지지층의 28%로부터 지지를 얻었다. 반면 문 후보는 정의당 지지층으로부터 47%의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안 후보 지지율의 수직상승은 안희정 지사를 향했던 표심이 안 후보로 집중된 데서 비롯됐다. 대전·세종·충청 지역 지지도를 보면 안철수 42%, 문재인 39%였다. 일주일 전 결과(문재인 24%, 안철수 12%)가 급변한 것이다. 이는 전주(前週)까지 포함됐던 안 지사의 대전·세종·충청 지지도(27%)가 대거 안 후보에게 흘러갔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다만 호남 민심의 변화가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는 분석은 이번 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다. 호남 지지도는 문재인 52%, 안철수 38%로, 두 후보의 격차는 일주일 전(문재인 38%, 안철수 30%)보다 더 커졌다.

 

 

 

보수층이 두터운 TK(대구·경북)지역의 민심 역시 크게 변화했다. TK지역에서 문 후보의 지지도는 일주일 만에 25%에서 15%로 곤두박질쳤다. 반면 TK지역의 안 후보 지지도는 19%에서 38%로 수직상승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지지도(14%)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그동안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인다거나 지지율이 역전됐다는 분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양자 구도를 가정한 대결에 국한된 분석이었다. 사실상 문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가 단일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양자 구도를 무리하게 형성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문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단일화하고, 안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단일화를 상정한 여론조사 결과(리얼미터·매일경제, 4월5일)에선 문 후보 46.3%, 안 후보 42.8%로 다른 결과를 보였다.

 

대선 한 달 앞으로…구도 급변 가능성

 

다만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양강 구도가 한 달가량 남은 대선 투표일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이는 많지 않다. 안 후보 지지층의 충성도가 낮아 한순간에 붕괴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1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2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3월 안희정 지사로 향했던 ‘비문(非文) 민심’이 안 후보로 이동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그만큼 안 후보 개인에 대한 호감도가 지지율 상승을 이끌었지만 정책적 일치성이나 정당 소속감 등이 낮다는 의미다. 후보 검증 문제가 불거지면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쉽게 이탈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책 검증이 시작된 후 안 후보의 상승세도 꺾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희정 지사가 겪었던 딜레마다. 보수층 표심을 겨냥하는 발언이 이어질 경우 ‘집토끼’였던 진보·중도층 표심이 이탈할 수 있다. 호남지역 지지도 또한 떨어질 수 있다. 반대의 경우, 문 후보가 싫어서 전략적 선택을 했던 보수층의 민심을 잃을 수도 있다.

 

한국갤럽 측은 “다른 후보들과 달리 안 후보 지지도는 소속 정당의 지지도를 크게 넘어선다”며 “다시 말해 현시점에서 안 후보의 지지세는 상당 부분 국민의당 지지층외곽에 기반하는 것으로, 다른 후보들에 비해 불확실성 또는 변동 여지가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변수는 후보 단일화다.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당연히 당선을 원한다. 대중도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승리를 기대한다. 이 두 욕망으로 인해 지지세가 약한 후보나 세력 간 연대가 이뤄지는 것을 선거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복잡한 다자 구도로 전개될 것 같던 선거가 막판 후보 단일화나 후보 사퇴 등으로 구도가 급변하는 경우가 흔하다. 현재 상태에서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후보 단일화를 통해 보수 세력이 결집하는 경우 1강 2중 구도로 재편될 수 있다. 반면 양강 구도가 이어질 경우 문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럴 경우 각 후보의 지지도는 크게 요동칠 수 있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 종반의 가장 큰 변곡점은 안철수 후보의 사퇴였다. 2012년 11월 넷째 주 대선후보 지지도는 박근혜 39%, 문재인 24%, 안철수 20%였으나, 안철수 사퇴(11월23일) 후인 11월 다섯째 주에는 박근혜 45%, 문재인 43%의 양강 체제로 급변했다. 당시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 36%, 민주통합당 31%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