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의 '지각', 초음속 대중교통의 세상 열까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4.1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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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론 머스크가 제안한 하이퍼루프, 첫 시제품 공개되다

시가 총액 493억 달러의 테슬라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 회사가 됐다. 1위인 제너럴 모터스(GM)의 시가 총액에 거의 근접한 상황이다. 이 테슬라의 CEO인 엘론 머스크의 자산은 지난 1년 동안 18억 달러가 늘었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세계 억만장자 실시간 랭킹에서 머스크는 미국에서 29위에 자리잡 고 있다. 그의 총 자산은 148억 달러 (약 17조910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세계적 부호로 이름을 올린 그는 공상을 현실로 만드는데 관심이 많다.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고, 그것을 또 성공시키기도 한다. 최근 관심을 모은 작품은 ‘하이퍼루프(Hyperloop)’다. 마치 송유관처럼 생긴 이 물건의 정체는 대중교통이자 캡슐이다. 다만 이 속을 시속 1200km로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이동할 수 있는, 엄청 획기적인 물건이다. 고속열차의 음속 버전인 셈인데 그의 공상은 이랬다. “하이퍼루프로 미국의 각 도시를 연결하겠다”

 

 

북부 라스베가스의 하이퍼루프 원 철제 작업소의 모습 ©hyperloop one

북부 라스베가스의 하이퍼루프 원 철제 작업소의 모습 ©hyperloop one

 

그리고 첫 시제품이 공개됐다. 하이퍼루프를 위해 만들어진 회사인 ‘하이퍼루프 원(Hyperloop one)’은 4월6일 네바다주 사막에 첫 만들어진 첫 테스트 코스인 ‘DevLoop’를 완성했다. 길이는 불과 500미터지만 이 짧은 원통의 수송로가 차세대 혁신적인 여객 수송시스템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앨런 머스크가 하이퍼루프를 구상한 이유는 ‘지각’ 때문이었다. “몇 년 전, 나는 로스 앤젤레스에서 교통 정체 때문에 예정했던 회의에 1시간 지각하고 말았다. 그 때 더 좋은 이동 수단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회의 지각에서 시작된 교통의 고민은 2013년 58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로 공개됐다. 

 

“기술적인 장애물은 높지 않다”

 

페이퍼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반대로 머스크의 제안은 ‘무모’하다는 평가도 들어야 했다. 승객을 태운 자기부상캡슐이 태양전지의 힘으로 공중에 뜨고 진공에 가까운 초저압 상태로 도시와 도시를 연결한 긴 튜브 속을 음속에 맞먹는 속도인 시속 1200km로 질주한다는 건 SF적인 혁명이니까 말이다. 이런 게 국내에 도입된다면 서울-부산은 30분이면 충분해진다. 

 

 

 

머스크의 공상이 현실로 된다면? 단순히 엄청나게 빠른 대중교통이 생겼다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공간의 개념도 바뀔 수 있을 일이다. 도시의 정의는 과거와 또 달라질 수 있다. 지금도 KTX로 대전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사람이 있듯이 더 먼 곳에서 통근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이런 SF같은 이야기에 하나 둘 동참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진공 기술 기업인 올리콘라이볼트베큠(Oerlikon Leybold Vacuum), 글로벌 엔지니어링 디자인회사인 에이컴(Aecom)이 하이퍼루프를 만들자는 제휴에 응했다. 의외로 기술적인 장벽은 높지 않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올리콘의 사업 개발자인 칼 블록 마이어는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기술에 비해 건설하는데 장애물이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술적인 관점에서 말하면, 어려운 작업은 아닐 것이다. 더 어려운 환경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머스크의 말도 안 되는 제안에 이들이 응한 까닭은 간단했다. “실현 가능성이 제로라고 믿는 사람도 있지만 혁신적인 운송 시스템에 참여할 기회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머스크는 하이퍼루프 시스템을 자신의 회사가 아닌 대신하고 싶다는 벤처기업에 맡겼다. 지금 이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곳은 하이퍼루프 트랜스포테이션 테크놀로지(HTT)와 하이퍼루프 원(H1)이다. 

 

HTT는 하이퍼루프를 실현하기 위해 수많은 업무와 개발 작업을 클라우드소싱하고 있다. 프로그램소스를 공개하고 다른 이들의 참여를 통해 개선하는 온라인식 방법을 오프라인에서 적용 중이다. 여기에는 자금 조달부터 일정과 관련 문제에 대한 논의까지, 실현하기 위한 모든 것을 포함한다. HTT의 목표는 하이퍼루프를 유럽에 건설하는 거다.


또 다른 벤처기업은 이번에 네바다주 사막에 'DevLoop'를 건설한 H1이다. 지난 해 5월 처음으로 하이퍼루프의 공개 테스트를 실시했는데 H1의 테스트를 통해 사람들은 하이퍼루프가 단순한 SF의 공상 과학 이야기가 아니라 이뤄질 수 있는 현실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고속철보다 스피드는 4배 up, 건설비는 1/2

 

이 두 기업은 서로 경쟁하며 하이퍼루프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H1이 공개테스트를 통해 실현 가능성을 상승시켰다면 HTT는 또 다른 방식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예를 들어 HTT는 지난해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행사에서 운반차량(Pod)의 외장에 ‘비브라늄’ 소재를 사용하겠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 한 이 비브라늄은 마블 히어로인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 소재로 사용된 금속이다. 영화에서는 와칸다라는 가상 국가에서만 나오는 걸로 알려진 가공의 물질이다. 그런데 이게 하이퍼루프에 사용된다? 사실 이름만 그렇게 붙였을 뿐, 실제론 카본 소재지만 HTT의 설명에 따르면 “스틸보다는 10배 강하면서 무게는 알루미늄의 20%에 불과하다”고 한다. 비브라늄이란 이름을 붙여도 나쁘지 않은 소재다.

 

미국 네바다주 사막에 건설된 'DevLoop' 시작 부분 ©hyperloop one
미국 네바다주 사막에 건설된 'DevLoop' 시작 부분 ©hyperloop one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하이퍼루프는 기존 고속철도의 4배나 빠른 속도로 주행할 수 있지만 건설 비용은 철도의 절반 밖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가정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H1이 네바다주 사막에 설치한 500미터의 DevLoop에서의 실험을 성공시켜야 한다. 테스트 주행은 올 여름에 실시된다.

 

여름에 열릴 테스트는 최신 리니어 모터와 자력으로 부상하는 차량이 튜브를 통해 이동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로 사람이 타는 것처럼 상정해 안전성 시험도 겸할 거라고 한다. 500미터의 테스트가 성공하면 이 튜브는 3km까지 길어질 예정이다. 그리고 모든 테스트가 순조롭게 끝나면 3년 이내에 첫 번째 하이퍼루프 시스템의 건설을 시작하겠다는 게 H1의 계획이다. 하이퍼루프의 1탄이 등장할 곳은 두바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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