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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한화 김성근式 야구 어디로 가고 있나

감독과 구단의 예고된 갈등

손윤 야구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4.15(Sat) 10:00:00 | 14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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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일찍 갈등이 표면화됐다.”

지난 4월2일 김성근 한화 감독은 왼손 투수가 없다며 “퓨처스팀 투수 4명을 대전에 부르겠다”고 구단에 통보했다. 이에 대해 구단은 지난 2년간 무분별하게 선수를 불러들여 팜이 황폐해졌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김 감독은 “선수는 직접 봐야 제대로 알 수 있다”며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구단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감독이 팀 운영 전권 휘둘러

 

사실 김 감독과 구단의 갈등이 일어날 요소는 지난해 11월 박종훈 단장이 새로 오면서 예고된 부분이었다. 다만 그 시기가 빨랐을 뿐이다. 야구 관계자 대부분은 성적에 따라 5월이나 여름철에 갈등이 표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 단장이 선임되면서 김 감독의 입지는 약화했다. 시즌을 치르는 1군 운영은 김 감독이 계속 맡지만, 퓨처스를 비롯한 선수 육성과 관리 등은 박 단장이 하게 된 것이다. 각 영역의 선이 어느 정도 그어졌다고 해도 실제 시즌을 치르다 보면 그 선은 불명확해진다.

 

3월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개막전 두산 대 한화 경기. 한화 김성근 감독이 경기 시작 전 그라운드로 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여기에 김 감독은 “야구는 감독이 한다”는 주의로 ‘제왕적 감독’의 상징과 같은 존재다. 지금까지 1군은 물론 선수 육성 등 팀 운영에 전권을 휘둘러왔고, 그런 야구를 해 왔다. 즉, 팀이 자체 시스템이 아닌 김 감독의 계획과 생각에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여겨졌다. 반면, 구단은 팀이 감독 개인의 생각이나 의지보다 시스템 내에서 운영되기를 바란다. 최근 들어 KBO리그에서 단장의 역할이 중요시되고, 야구인 단장이 유행처럼 선임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단장과 감독의 역할은 명확하다. 예를 들면, 단장은 다양한 식재료를 사서 요리사에게 전해 주는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그 식재료로 요리를 만드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그래서 팀 성적에 따른 책임 소재도 명확하다. 이와 달리 한국을 비롯한 일본 등 동양권 야구에서 단장은 모호한 위치에 있다. 과거에는 야구를 모르는 단장이 모기업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와 현장과 갈등을 일으켜 팀을 망친 예도 적지 않다. 또 단장이 야구를 잘 모르다 보니 감독의 입김이 크게 작용해 구단의 시스템보다 감독 개인의 뜻에 따라 팀이 운영되는 맹점도 있었다. 그 결과 감독이 바뀌면 팀은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대표를 맡았던 고바야시 이타루는 단장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사람은 바뀌어도 조직은 살아남아야 한다. 다음 감독이 오면 또다시 무(無)에서 시작한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는 1·2군뿐만 아니라 3군까지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단장의 역할도 단순히 선수의 영입과 계약뿐만 아니라 선수 육성의 목표 설정과 진척 상황의 관리, 그리고 그 총괄 등을 모두 맡고 있다.

 

고바야시 전 대표의 말에 대해 한국 야구 관계자도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어떤 의미에서는 특별할 게 없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것을 실현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감독이 팀 운영과 관련해 전권을 휘두르는 상황에서, 그 권한을 스스로 내려놓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졌던 권한을 뺏겼다는 인식이 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감독 야구’에서는 1군이 피라미드의 정점에 서고, 퓨처스팀을 비롯한 모든 전력이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여긴다. 그 결과 구단은 1군 로스터의 빈번한 교체 등으로 체계적인 선수 육성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번만 해도 그렇다. 4명의 투수가 1군에 올라가면 그만큼 퓨처스팀의 마운드 운영은 뒤죽박죽이 된다. 체계적인 육성을 위해서도 감독과 단장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3월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공식 개막전 두산 대 한화 경기에서 관중이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코치를 ‘전문가’ 아닌 ‘보조’로 여겨

 

또 이번 갈등의 배경에는 김 감독 특유의 코치론도 놓여 있다. 김 감독은 코치를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자신의 ‘보조’로 여긴다. 모든 것을 감독인 자신이 관리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불가능해 코치를 통해 자기 뜻을 관철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직접 자신의 눈으로 선수를 봐야 한다고 여긴다. 코치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자신의 ‘손발’과 같은 보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기 팀의 퓨처스 코치도 믿지 못한 게 이번 갈등의 이유기도 하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퓨처스 코치를 자기가 뽑지 않아서 그렇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김 감독은 코치 선임을 비롯한 전권을 휘둘렀다. 그런데도 퓨처스 선수를 1군에 불러들여 지켜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결국은 코치를 전문가로 여기지 않아 벌어진 일인 셈이다.

 

과거 감독은 팀 운영뿐만 아니라 홍보 등 팀과 관련한 대부분의 분야에서 권한을 행사했다. 야구가 아직 전문화·세분화하지 않아 감독에게 슈퍼맨과 같은 능력을 요구한 측면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르다. 각 분야의 전문가인 코치를 관리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최근 한국 사회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 시스템이 아닌 수장의 뜻에 따라 정책이 결정된 게 ‘국정 농단’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야구계 역시 그런 흐름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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