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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인도네시아 망명설이 ‘가짜뉴스’인 이유

북-인니 전통적 우방 관계는 이제 옛말…집권 일부 세력만 김일성 부자 향수 가져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4.14(Fri)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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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권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망명(亡命)을 제안했다는 루머가 나돌았다. 개요는 이렇다. 4월7일(현지시간)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기자회견 없이 회담을 끝냈는데, 사실은 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김정은의 망명을 설득하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한 사설 정보지(일명 찌라시)에 “미국 정부는 김정은이 망명한 후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그 정권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지 않는다면, 설령 그 정권이 친중(親中)정부라 해도 인정할 용의가 있다”는 미국 정부의 구체적인 입장까지 실려 있다. 시기는 한국의 대선이 열리기 전인 4월이 유력하되, 만약 4월내로 망명을 결정하지 않으면 미국이 대대적인 군사 행동에 나설 것으로 이 정보지는 예상했다.

 

외교가에서는 장더장(張德江)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회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현재 방북(訪北)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주요 사설 정보지들은 장더장의 가방에 이러한 망명안이 담겨 있다고 내다봤다. 장더장은 김일성종합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중국 내 대표적인 친북(親北) 인사로 한국말에 능통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김정은의 망명지로 동남아 국가인 인도네시아가 거론됐다는 점이다. 또 다른 사설정보지는 “시진핑과 관계가 깊은 푸젠(福建)성 출신 화교 재벌들이 인도네시아에 많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시진핑은 1985년 푸젠성 샤먼(厦門)시 부시장을 시작으로 2002년 푸젠성장(省長)에 있을 때까지 무려 17년 간 푸젠과 인연을 맺었다. 사실상 정치적 고향이 푸젠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 조선중앙통신 연합


北-인니, 韓-인니보다 수교 9년 빠른 北의 우방

 

다른 동남아 국가와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 경제는 사실상 화교 자본이 이끌고 있다. 포브스가 선정한 ‘2017 인도네시아 부자’ 순위에서 3위를 차지한 살림그룹이 대표적인 푸젠 출신 화교 자본이다. 살림그룹은 지난해 우리나라 커피 프랜차이즈 카페베네를 인수한 곳으로 인도네시아 최대 식품회사 인도푸드(Indo Food)를 보유하고 있다. 오늘날 회사의 기틀을 만든 린샤오량(林紹良)은 1938년 푸젠성에서 건너왔다. 그의 인도네시아 이름은 수도노 살림(Sudono Salim). 현재는 막내아들 안토니 살림(Anthony Salim)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과거 북한과 인도네시아 양국이 동맹 수준의 외교 관계를 보여 왔다는 점도 주목받는다. 북한과 인도네시아는 1964년 국교를 수립했다. 1973년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은 우리보다 9년가량 빠르다.

 

특히 국부(國父)인 수카르노는 김일성과 형제애 수준의 우애를 과시한 정치 지도자다. 수카르노는 1955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회의(반둥회의)에서 서구식 민주주의를 버리고, 독자적인 민주주의를 구현할 것과 신생 독립국 간 단결을 호소해 단숨에 비동맹권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이후 인도네시아와 북한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국교가 체결된 그 해에 수카르노는 평양을 국빈 방문했고, 반둥회의 10주년인 1965년 김일성과 김정일은 함께 인도네시아를 찾았다. 1965년 국빈 방문 시 수카르노가 이름 모를 꽃에 ‘김일성화’라는 이름을 붙여 선물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현재 북한에서는 김일성화를 불멸의 꽃으로 부르며 대외 선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듬해 일어난 군사 쿠데타로 수카르노 정권이 무너지면서 양국 관계는 냉랭해졌다.

 

변화의 움직임이 보인 것은 2004년 수카르노의 딸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가 인도네시아 최초로 여성 대통령에 오르면서다. 메가와티는 평소 김정일과의 관계를 ‘남매지간’이라고 평가한 인물이다. 2011년 김정일이 사망하자 메가와티는 “김 위원장은 강한 정치적 신념을 가진 인물이었다”며 애도를 표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에는 전ㆍ현직 대통령 자격으로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남북교류 및 화해에 나섰다.

 

여동생인 라흐마와티 수카르노푸트리는 더 노골적이다. 그가 대표로 있는 수카르노 교육재단은 2015년 수카르노상 수상자로 김정은을 선정했다. 국제사회에 얼굴조차 내밀지 않은 김정은에게 상을 준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 때문에 당시 수카르노 교육재단은 인도네시아 내에서 많은 비판을 받아야 했다. 인권단체인 콘트라스․엘삼 등은 성명을 내고 “북한 정부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인권 침해와 반인도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라흐마와티는 “신(新)봉건주의, 신제국주의와 대항해 싸운 이들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으며, 김정은은 그런 면에서 적합하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재단 설립자인 라흐마와티는 이듬해 김일성종합대로부터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코 위도도 정부 출범 이후 양국 관계 냉랭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부 집권층과 북한 정권과의 개인적인 인연일 뿐, 국가 간 교류는 해마다 갈수록 줄고 있다. 현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대표적인 지일파(知日派) 정치인이다. 조코 위도도는 우리 정부와도 돈독한 유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북한에는 거침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핵 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직후 인도네시아 정부가 발 빠르게 비난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러한 분위기를 잘 말해준다.

 

지난해 2월 북한이 인도네시아국립대에 김정은의 이름을 딴 강좌 개설을 추진하다 교육당국으로부터 거절당한 것도 두 나라 관계가 예전처럼 가깝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2015년에는 제3의 도시인 반둥에서 북한 인권과 관련한 국제심포지엄이 열리는 등 양국 사이 냉랭한 관계는 계속되고 있다. 김문환 PT카신도 글로벌 우타마 대표는 “최근 자카르타 내 딱 한곳 남았던 북한식당이 문 닫으면서 공관원이 아닌 민간인 신분으로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북한 주민은 없다”고 말했다.

 

북한과 관계가 냉랭해지는 것과 달리 우리와 인도네시아는 밀월 관계다. 중국 내 생산 원가가 올라가면서 우리나라 봉제, 신발 생산 업체들은 대거 인도네시아로 몰려가고 있다. 여기에 K-POP, 드라마 등 한류 열풍도 양국 교류의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인도네시아 관광객은 30명으로 한해 전(19만명)보다 57% 늘어났다. 현지 한인미디어인 ‘한인포스트’의 정선 대표는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인도네시아가 미국과 중국이 합의했다고 해서 ‘글로벌 트러블 메이커’ 김정은에게 망명지를 제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이화여대에서 한국학을 공부하고 있는 알피 라하르조는 “한류를 즐기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코리아(Korea)를 물으면 단번에 남한(Korea Selatan)을 떠올릴 정도로 북한은 존재감이 거의 없다”면서 “인도네시아가 지금까지 정치적 망명을 허용하지 않은 것도 김정은 망명 가능성이 낮은 이유”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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