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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을 녹인 ‘단희’에서 탈북녀 ‘미풍’까지

‘섹시 아이콘’ 이미지 벗고, 변신의 폭 넓혀가는 배우 임지연

이예지 우먼센스 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4.15(Sat) 12:05:25 | 14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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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불어라 미풍아》(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의 탈북녀 ‘미풍’이 아니다. 온갖 풍파를 이겨내야 했던 짠 내 나는 ‘미풍’은 더더욱 없다. 촬영장에서 만난 임지연은 등장부터 시끌벅적 요란했던 여느 여배우와는 달랐다. 차분하고 조용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말을 걸면 그제야 수줍은 듯 미소를 보이고, “예쁘다”는 칭찬에 “쑥스럽다”며 금세 자리를 피하는, 평소의 임지연은 자기를 표현하는 데 익숙해 보이지 않았다. 임지연은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비로소 여배우가 됐다. 특별한 디렉션 없이도 멋진 포즈를 취했다. 카메라 앞에서 완벽한 피사체가 돼 준 그녀는 스스로 여배우라는 걸 증명했다.

 

배우 임지연 © 우먼센스 제공


 

“조용한 성격이 의외라는 반응이 많아요. 낯가림이 심해요. 어렸을 땐 더 심했죠. 연기자라는 게 자신을 표현해야 하는 직업인 데다, 다양한 사람을 많이 만나다 보니 그나마 외향적으로 바뀌긴 했는데, 그래도 여전히 처음 보는 사람이 있으면 어색해요. 그래서인지 도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그래도 친구들과 있을 땐 수다스러워요. 알고 보면 털털하고 활발한 성격이에요.”

가식적인 사람은 싫다고 잘라 말하는 임지연. 여성스러운 면모와는 반전되는 내면이 있어 보였다. 

 

“대화가 통하고 코드가 맞는 사람과는 몇 시간이고 수다 떨 수 있어요.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하는데, 저는 여자들이 더 편해요. 그중에서도 저보다 나이 많은 언니들과 가깝게 지내죠. 6살 많은 친언니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불어라 미풍아》에서 제 어머니 역할로 나온 이일화 선배님이나 황보라 언니와도 많이 친해졌어요. 유난히 여배우가 많은 드라마였는데, 전 오히려 그게 좋았어요. 남자도 연상이 좋아요. 동생보다는 오빠나 형님이 편하죠. 그러고 보니 그동안 만난 사람들 모두 연상이었네요.(웃음)”

영화 《인간중독》에서 임지연은 파격적인 노출을 감행했고, 드라마 《상류사회》에선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여자였다. 극과 극을 오갔던 캐릭터 덕분일까. 그녀를 두고 ‘섹시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귀엽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문득 궁금했다. 데뷔 후 지금까지 탄탄대로를 달려온 그녀이기에 그간의 출연작 중 가장 힘들었던 작품은 무엇이었을까.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중 어느 것 하나 쉬운 작품이 없었지만, 영화 《간신》이 가장 힘들었어요. ‘연산’에게 복수의 마음을 품은 캐릭터였는데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야 했죠. 어두운 역사를 담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심리적으로 힘들었고, 노출 장면에서는 고민이 많았어요. 결과적으론 그 작품을 통해 많이 성숙해졌죠. 내적으로 많이 단단해졌다는 걸 느꼈거든요. 그전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하얀 도화지 상태였다면 《간신》 이후로 연기의 맛을 좀 더 알게 됐죠.”

그녀의 얘기처럼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간에 임지연은 《인간중독》과 《간신》에서의 강렬했던 캐릭터 탓에 ‘섹시 아이콘’이라는 이미지가 따라붙었다. 특히 《간신》에서 그녀는 연산군을 미색에 빠트린 ‘단희’ 역을 맡아 농염한 연기의 절정을 보여줬다. 《불어라 미풍아》에서 북한 사투리를 구사하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등 온갖 수난은 혼자 다 겪어야 하는 ‘미풍’ 역에 집중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이미지의 변신이었다. 

 

“북한 사투리를 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힘들었던 건 50부작을 이끌고 가야 하는데 체력적인 한계가 있었죠. 감정 신도 많아서 에너지 소모가 컸어요. 열정은 가득한데 몸이 안 따라주니까 많이 힘들더라고요.”

배우 임지연 © 우먼센스 제공


 

“배우? 힘들지만 즐겁고, 지치지만 보람돼”

 

문득 임지연이 말을 멈췄다. 뭔가를 생각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대단한 결심을 한 것처럼 입을 열었다. 

 

“다음 작품에선 밝고 행복한 여자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로맨틱 코미디도 좋고요. 반대로 악역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제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순한 것 같은데, 또 어떤 모습에선 센 이미지도 보인대요. 어떤 캐릭터든 안 해 본 것에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요.”

이쯤에서 배우 임지연의 필모그래피를 들여다보자. 앞서 말한 《인간중독》 《상류사회》 《불어라 미풍아》를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재난영화》 《포커페이스 걸》 《농담》 등 단편영화를 통해 연기력을 다졌고, 드라마 《대박》에선 복수를 위한 일념으로 평생을 사는 여자를 연기했다.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을 통해 여배우의 도도하고 까칠한 이미지를 벗었다. 그녀의 필모그래피는 늘 도전의 연속이었다. MC로 활동 중인 연예 정보 프로그램 《섹션 TV》 역시 그 도전의 연장선이다.

 

“처음에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부담감이 많았어요. MC를 맡거나 사회를 보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요. 2년 정도 하다 보니 깡이 세졌네요(웃음). 생방송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졌고 순발력도 좋아졌어요.”

공연과 뮤지컬을 좋아하는 어머니를 따라다니면서 막연히 ‘연기가 하고 싶다’는 꿈을 키웠던 소녀는 커서 임지연이 됐다. 연기자의 길을 반대하셨던 아버지도 이제는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임지연은 배우가 된 걸 ‘행운’이라고 말했다.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배우요? 장단점이 있죠. 캐릭터를 통해 다양한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건 장점이고, 유명해지면서 생기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건 단점인 것 같고. 일반인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잖아요. 그런데 장점이 단점을 희석해 줘요. 힘들지만 즐겁고, 지치지만 보람된 일이죠.”

배우로, 그리고 여자로, 아름다운 성장을 꿈꾸는 그녀의 서른이 기대된다.

 

“서른이 되는 걸 무서워하지 않는 서른 살을 맞이하고 싶어요. 20대라서, 나이가 어려서 가능했던 것들이 30대에 접어들면 용서되지 않을 수 있잖아요. 서른 살의 여배우에게는 더더욱 그렇죠. 스스로에게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요. 그런데 그 부담감을 두려워하지 않는 서른을 맞고 싶어요. 완벽한 서른을 맞이하기 위해 올 한 해를 알차게 보내야겠네요. 일단 잘 쉴 거예요. 그동안 못 만났던 주변 사람들도 챙길 거고요. 그리고 좋은 작품을 만나 즐겁게 연기하는 게 올해 목표예요. 물론 연애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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