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효과’에 증권가가 들썩인다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4.18 16:13
  • 호수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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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사단이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에 몰고 온 ‘나비효과’

 

그 누가 예상했을까. 방송 프로듀서(PD) 개인의 이름이 증권사의 리서치보고서와 언론 경제면을 장식하는 상황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2013년 1월 이후 이는 증권가에서 꽤 익숙한 일이 됐다. 2013년 1월, 나영석 PD가 KBS를 떠나 CJ E&M으로 이적하면서부터다. 그와 함께 작업했던 나 PD의 스태프들도 CJ E&M 소속이 됐다. 이제 이들은 ‘나영석 사단’으로 불린다.

 

지난 4년간 엔터테인먼트 산업 투자자와 증권업계는 나영석 사단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들이 새 프로그램을 내놓고, ‘시청률 대박’을 터뜨리면 CJ E&M 주가는 뛰었다. “저는 이 일(방송) 말고는 아는 게 없는 사람”이라던 나 PD는 ‘자나 깨나 방송 생각’만 하면서도 자연스레 엔터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나영석 사단이 큰 경제적 파급효과를 불러온 이유는 단연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덕이다. 나영석 사단은 지난 4년간 20편의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제작된 프로그램들은 케이블 방송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시청률 10% 안팎을 기록했다. 나영석 사단은 모바일과 인터넷 다운로드 숫자에서도 강세를 보인다. 《윤식당》은 올해 3월 넷째 주에 방영하자마자 콘텐츠 영향력 지수(CPI) 2위에 올랐다. 《신서유기》 등 여타 프로그램도 시즌이 돌아올 때마다 CPI 기준 10위권에 진입하고 있다.

 

자연스레 나영석 사단이 만드는 프로그램에 붙는 광고단가는 뛴다. 2016년 연합뉴스는 《삼시세끼》와 《꽃보다 청춘》의 개별 프로그램 중간광고 단가가 15초당 최고 2500만원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상파 프로그램 중 가장 광고단가가 높은 KBS 주말극보다 많은 금액이다. 《윤식당》의 출발도 좋다. 최민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윤식당》의 광고단가도 역대 최고치였던 드라마 《도깨비》와 동일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4년과 비교해 2016년 CJ E&M 채널의 요일별 광고단가가 적게는 두 배에서 많게는 네 배 이상 뛴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NBC에 나영석 사단의 《꽃보다 할배》가 수출됐다. © NBC 제공

경제적 파급효과, 수천억 넘어설 것

 

나영석 사단이 제작한 프로그램이 단지 광고 수입만 늘린 것은 아니다. 《꽃보다 할배》의 경우 예능 프로그램으로는 이례적으로 미국·일본·대만·홍콩 등 12개국에 판매됐다. 특히 미국판 《꽃보다 할배》는 미국 지상파 방송사 NBC가 포맷을 사갔다. NBC는 이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해 프라임타임(방송 시간 중 가장 시청률이 높은 시간대로 대개 오후 7시부터 9시)에 방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회당 시청자 700만 명 이상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고, 현재 미국판 《꽃보다 할배》는 이에 힘입어 두 번째 시즌 제작이 확정된 상황이다.

 

CJ 측은 2014년 《꽃보다 할배》 프로그램만으로 유발된 경제효과를 약 1256억원으로 추산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꽃보다 할배》 이후 히트작을 지속적으로 낸 나영석 사단의 경제효과는 수천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 견해다. 나영석 사단이 이끄는 CJ E&M 방송부문 매출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14년 CJ E&M의 방송부문 매출은 회사 전체의 67%를 기록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CJ E&M 방송부문은 ‘나영석 효과’ 덕에 올해 전망도 밝다. 신건식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젊은 층에게 소구(訴求)하는 CJ E&M의 콘텐츠 경쟁력은 이미 지상파를 추월했다”면서 “올해는 《도깨비》를 시작으로 《윤식당》이 시청률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분석했다. 최용재 흥국증권 연구원도 “CJ E&M은 영화 부문의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방송 부문의 지속적인 성장이 올해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CJ E&M 내부에서도 나영석 사단 영입이 ‘성공작’이라 평한다. CJ E&M 관계자는 “특정 프로그램이나 PD를 중심으로 정확한 경제적 효과를 산출하고 있지는 않지만, 나영석 사단의 긍정적 파급 효과가 크다”라면서 “나 PD를 비롯한 나영석 사단을 영입한 지난 4년에 대해 외부에서 ‘신의 한 수’라는 평가가 있고, 회사 내의 평가도 이와 일치한다”고 전했다. 

 

《꽃보다 할배》의 촬영현장 ©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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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표’ 예능은 나영석 PD 홀로 만드는 게 아니다. 나 PD도 4월11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나 혼자 아이디어를 내고 만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나영석 사단의 아이디어는 오히려 나 PD가 내지 않은 것도 많다. 올해만 해도 그렇다. 《신혼일기》는 이우형 PD가 기획을 맡았다. 《윤식당》도 이진주 PD와 김대주 작가가 제안했다. 나영석 사단이 힘을 모아 ‘나영석표’ 예능을 탄생시키는 셈이다.

 

그럼 나영석 사단을 구성하고 있는 면면은 누굴까. 우선 나 PD의 KBS 재직 시절 《1박2일》을 함께한 신효정 PD와 이우정·최재영·김대주 작가 등이 있다. 특히 이우정 작가는 예능뿐 아니라 신원호 PD와 함께 tvN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를 탄생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CJ E&M 공채 1기인 양정우·이우형·이진주 PD 등도 나 PD와 호흡을 맞춘다. 최근 독립해 《집밥 백선생 3》 《아버지와 나》 연출을 맡은 박희연 PD도 나영석 사단으로 꼽힌다. 출연자로는 이서진을 비롯해 차승원·유해진·신구·윤여정·안재현 등 배우들이 나영석 사단의 프로그램에 자주 얼굴을 내비친다. 강호동·이수근·은지원·이승기 등 《1박2일》 원년 멤버들도 《신서유기》 시리즈로 여전히 나 PD와 함께한다.

 

《윤식당》 연출을 맡고 있는 이진주 PD는 “나 PD는 후배들에게 일을 배분한 뒤에 자율권을 존중하는 스타일이다. 후배들의 장점에 따라 잘하는 분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준다”라면서 “이 때문에 나영석 사단은 화목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나 PD도 팀워크를 강조한다. 제작진이 촬영장에서 큰 소리 내는 법이 없다. 나영석 사단은 ‘이렇게 화목하게 촬영해도 잘되는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해 준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나 PD 역시 “나는 촬영현장에서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가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연출관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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