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PX 납품 비리 공익제보자, 명예회복 했다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7.04.20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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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제보 직후 ‘뇌물수수’ 보복성 수사 의뢰…재판부 “허위사실”

 

‘군 영내매점(PX) 납품비리’를 외부에 알린 공익제보자 민아무개 대령이 명예를 회복했다. 그는 공익제보 직후 납품청탁을 빌미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군 검찰단의 수사 대상에 오르며 주변의 차가운 시선을 견뎌 와야 했다. 이에 민 대령은 자신에게 뇌물을 제공했다고 주장한 이아무개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재판을 벌여왔다. 그 결과 재판부는 최근 이씨의 주장이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이로써 민 대령은 바닥에 떨어진 명예를 회복한 반면, 군은 내부제보자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무리한 수사 의뢰를 진행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특별시 용산구에 위치한 국방부 전경 ⓒ 시사저널 포토

공익제보 직후 수사 및 징계 의뢰 7건 쏟아져

 

시사저널은 2015년 8월 ‘대한민국 육군 대령의 끝없는 수난’ 제하의 기사를 통해 군 PX 납품 비리 의혹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기사에 따르면, 국군복지단(이하 복지단)은 2011년부터 PX 신규 납품 품목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판매가 최고 할인 제도’를 도입했다. 일반 시장에서 판매하는 가격 대비 PX에서 판매하는 가격의 할인 비율이 높은 품목이 낙찰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군납업자들은 이를 악용했다. 대다수 군납업체들이 시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품목을 중심으로 판매가를 부풀린 허위 영수증을 제출해 낙찰을 따낸 것이다. 

 

2012년 복지단 고위 실무자로 근무하던 민 대령은 비리 사실을 인지하고 군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합당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국민권익위원회 등 외부 기관에 각종 의혹들을 고발했다. 그 결과 검찰은 2014년 10월 판매가를 부풀린 허위 영수증 등을 복지단에 제출해 입찰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비리 관련자 11명을 기소했다. 예비역 중령인 복지단 근무원은 입찰 관련 정보 등 편의 제공 명목으로 3000여 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민 대령은 군 내부의 부패를 드러내고, 이를 바로잡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갈채를 받아 마땅했지만, 정작 민 대령은 이후 군으로부터 보복성 조치로 의심되는 여러 조치를 당했다. 제보 직후 강제전출을 당한 데 이어, 7건의 비리 수사 의뢰 및 징계 요구 등이 쏟아진 것이다. 

 

특히 민 대령은 뇌물을 수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군검찰단의 수사를 받기도 했다. 그 결과 무혐의로 내사가 종결됐지만, 군 내부에서는 민 대령의 뇌물수수 의혹이 기정사실화됐다. 민 대령이 자신의 뇌물수수 의혹을 감추기 위해 내부 비리를 제보했다는 루머도 확산됐다. 이로 인해 민 대령은 그동안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와야 했다. 

 

민 대령은 이와 관련, 자신에게 금품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이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해 재판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 결과, 최근 재판부는 민 대령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씨가 ‘민 대령에게 돈을 줬는데 전화를 하면 받지도 않는다’는 허위사실을 공연히 퍼뜨려 민 대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시했다. 이를 통해 민 대령은 ‘뇌물수수자’라는 군 내부의 낙인을 털어낼 수 있게 됐다. 

 

 

민 대령, 자신에게 내려진 징계에도 행정소송

 

한편, 민 대령은 자신에게 내려진 다른 징계와 관련해서도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는 수사 의뢰와 징계 요구 7건 가운데 ‘상관 복종 의무 위반’으로 2013년 5월 ‘감봉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은 바 있다. 2012년 7월 민 대령이 상관인 복지단장이 최종 결재한 보고서의 지시 사항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보고서에는 경남의 한 군인아파트 쇼핑타운 내에 한 대기업 계열의 마트 입점을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는데, 민 대령은 이것이 국유재산법을 위반할 수 있다고 우려해 수의계약 대신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 국방부는 이를 복지단장의 지시 사항을 불이행한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민 대령은 자신의 업무 처리가 상관의 명령에 불복종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행정법원에 징계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2014년 11월 승소했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2015년 3월 민 대령에게 ‘근신 10일’의 처분을 다시 내렸다. 이와 관련해서 민 대령은 최근까지 소송을 벌여오고 있으며, 현재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최근 시민단체도 민 대령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는 대법원에 의견서를 보내 복지단장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며 국방부장관이 민 대령에 내린 징계는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측은 “군인의 복종의 의무는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적법한 명령에 대한 것이지 위법한 명령에 대해서까지 복종할 의무가 있다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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