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간 경계마저 허무는 ‘넷플릭스 나비효과’
  • 고재석 시사저널e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4.2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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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가 핵심 사업군으로 떠오르며 디즈니 피인수설까지 거론

 

넷플릭스 나비효과가 미국과 프랑스, 한국 등 국가 간 영토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플랫폼을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하던 콘텐츠가 사실상 핵심 사업군으로 떠올라서다. 최근 넷플릭스는 처음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칸 영화제에 진출시켰다. 미국서 터져 나온 애플의 인수설 등 디즈니를 둘러싼 M&A 하마평의 근본 배경 역시 콘텐츠 확보다. 

 

나비효과의 몸짓은 국내에도 미쳤다. 콘텐츠 역량 강화에 나선 SK브로드밴드와 삼성전자의 움직임이 단적인 사례다. 이미 양질의 콘텐츠를 갖춘 CJ E&M은 OTT 티빙의 실시간TV를 무료로 전환하는 초강수를 뒀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국내 업계의 움직임이 흉내내기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날선 지적도 나오고 있다. 

 

ⓒ AP연합

전문가들 “국내 업체는 아직 흉내내기 수준” 지적도

 

20일 업계와 외신을 종합하면 넷플릭스는 이번 주말 1억 가입자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의 올해 1분기까지 가입자는 9875만 명이다.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5% 가까이 늘었다. 시장 기대치에 다소 못 미쳤지만 성장세는 확연하다. 

 

동력은 역시 오리지널 콘텐츠다. 비록 1분기에는 확연한 킬러 콘텐츠가 적었지만 앞으로 공개될 작품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최근 넷플릭스는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두 편의 작품을 진출시켰다. 봉준호 감독 작품인 ‘옥자’와 노아 바움백 감독의 ‘메이어로위츠 스토리’다. 프랑스 극장협회가 반발할 정도로 파장은 적지 않았다. 

 

넷플릭스가 가입자 확보를 위해 개시했던 오리지널 콘텐츠 사업은 최근 사실상의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른 나비효과 조짐도 보인다. 세계적인 콘텐츠사업자 월트디즈니(이하 디즈니)를 둘러싼 연이은 M&A 하마평도 이 연장선상에 자리하고 있다. 

 

최근 외신은 애플이 디즈니를 270조원에 인수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애플이 미디어와 콘텐츠 확보를 강력히 원하고 있어서다. 다만 실체 없는 전망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도리어 디즈니가 플랫폼 기업 매물을 찾는 정반대의 하마평도 주기적으로 있어 왔다. 지난해 9월에는 블룸버그통신(Bloomberg) 등에 디즈니가 트위터 인수전에 나섰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보다 3주가 지나자 블룸버그는 디즈니가 이번에는 넷플릭스 인수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넷플릭스와 디즈니는 지난해 9월부터 넷플릭스 플랫폼 상에서 디즈니의 콘텐츠를 독점공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 모든 하마평의 근본 배경은 결국 콘텐츠다. 넷플릭스가 킬러 콘텐츠를 활용해 1억 가입자를 채운 사례가 여러 방향으로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셈이다. 플랫폼 기업 애플은 콘텐츠를 원한다. ‘미녀와 야수’의 전세계적 흥행 등 콘텐츠 경쟁력이 여전한 디즈니는 자체 플랫폼이 필요하다. 그래야 유료 케이블 TV 가입자가 해지 후 IPTV 등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코드커팅(Cord-Cutting) 현상을 방지할 수 있어서다. 

 

국내서도 이 나비효과의 영향이 감지된다.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은 18일 한 포럼에 나와 OTT 옥수수(oksusu)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 전략을 펼치겠다고 공언했다. 이미 옥수수에서는 14일부터 코미디 드라마 ‘애타는 로맨스’ 등이 공개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4월을 기점으로 드라마, 예능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늘려가겠다는 복안이다. 

 

이미 tvN이나 OCN을 통해 경쟁력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유한 CJ E&M은 OTT 티빙의 실시간 TV를 무료로 바꿨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TV시청이 점점 많아져서다. 

 

 

CJ․삼성․SK 등 경쟁적으로 콘텐츠 강화 나서

 

삼성전자는 콘텐츠업체들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5월부터 유럽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하는 TV플러스가 대표적이다. TV 플러스는 삼성전자가 2015년부터 CJ E&M, 넷플릭스 등과 손잡고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삼성 스마트 TV에서 무료로 시청할 수 있게 한 가상채널 서비스다. 앞서 삼성전자와 넷플릭스는 지난해 9월 IFA 2016 개막을 앞두고 콘텐츠 파트너십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국내 업계의 움직임이 아직 흉내내기에 그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넷플릭스나 아마존처럼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보다는 플랫폼에 살짝 곁들이는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넷플릭스의 국내 점유율 확대 등 다가올 시장격변에 대한 요긴한 대책은 아니라는 해석도 많다.

 

한 콘텐츠산업 평론가는 “넷플릭스는 사력을 걸고 하우스오브카드 시리즈를 내놓는다. 이 시리즈의 성패에 따라 가입자 수가 오락가락할 정도이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우리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다’고 홍보하는 것보다는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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