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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타자들, 스트라이크존 넓어져 헛방망이질?

프로야구 외국인 타자들의 부진 이유

손윤 야구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4.22(Sat) 14:12:18 | 14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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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2017시즌 초반,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순위표가 눈에 띈다. 이른바 ‘엘롯기티’(LG·롯데·KIA·kt)가 강세를 보이고, 두산과 SK 등은 다소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런 가운데, 현재 잘나가는 팀이든 그렇지 않은 팀이든 외국인 타자의 부진에 울상을 짓는 팀이 적지 않다.

 

타격 성적만 봐도 명확하다. 4월13일까지 외국인 타자 가운데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NC의 스크럭스다. 타율 0.313을 기록하고 있으며, 그 뒤를 롯데의 번즈(0.304)가 잇고 있다. 3할대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이는 이 두 선수밖에 없다. 타격 순위의 스크롤을 쭉 내린 뒤에야 두산의 에반스(0.256)와 KIA의 버나디나(0.220)의 이름이 보인다. kt의 모넬(0.194)과 LG의 히메네스(0.162), 삼성의 러프(0.100)는 1할대 타율에 머물고 있다. 또 넥센의 대니 돈(0.125)은 8경기 출장에 그치고 있으며, 한화의 로사리오와 SK의 워스는 타격 부진과 부상으로 1군 로스터에서 빠져 있다. 홈런 숫자 역시 기대에 못 미친다. 스크럭스와 번즈가 3개를 치고 있을 뿐이다.

 

왼쪽부터 루이스 히메네스(LG 트윈스), 조니 모넬(kt 위즈), 대니 돈(넥센 히어로즈) © 연합뉴스


“태평양이던 스트라이크존 지금은 오대양”

 

지난 시즌까지 각종 타격 순위에서 상위권을 다툰 외국인 타자의 성적이 곤두박질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새롭게 KBO리그에 진출한 외국인 타자가 많아 한국 무대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데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에반스와 로사리오, 대니 돈 3명뿐이다. 7명이 새로운 얼굴이다. 야구는 어디에서 하든 똑같다는 말도 있지만, 필드 안팎의 환경이 전혀 다른 만큼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스트라이크존은 물론, 투수의 성향 등이 미국 야구와 KBO리그는 차이가 있다. 여기에 생활환경 역시 크게 다르다. 음식은 물론 말도 통하지 않는 만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2년째 한국 무대에서 뛰는 선수조차 부진한 점을 떠올리면 단순히 ‘적응’의 문제로 여기기는 어렵다.

 

한 구단 관계자는 “확대된 스트라이크존에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올해 KBO리그는 국제대회에서의 경쟁력 확보와 극심한 ‘타고투저(打高投低)’를 해결하려는 방편으로 스트라이크존을 넓혔다. 문제는 애초 좁은 스트라이크존의 높은 쪽만이 아닌 좌우도 넓어진 데 있다. 지난해까지는 스트라이크존의 높은 쪽을 잡아주지 않아 투수들이 던질 곳이 없다는 불만도 적지 않았다. 즉, 문제가 된 것은 높은 쪽 스트라이크존에 있었다. 그런데 이번 시즌이 시작된 후 심판의 판정을 보면, 높은 쪽뿐만 아니라 좌우도 크게 넓어진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사실 KBO리그의 좌우 스트라이크존은 기존에도 충분히 넓은 편이었는데 그 존이 더 늘어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까지 스트라이크존의 좌우 폭이 태평양이었다면 지금은 오대양이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좌우 스트라이크존이 터무니없이 넓어진 게 외국인 타자가 부진한 이유라는 것이다. 심판마다 고유의 스트라이크존이 있듯 타자 역시 자신만의 존이 있다. 이것을 타자는 시즌을 치르면서 리그나 심판 등의 성향에 따라 맞추어 나간다. 그런데 볼이라고 생각한 바깥쪽 먼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오면 비슷한 공이 오면 배트를 휘두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변화구에 약점을 보이게 된다. 타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스트라이크존이 크게 흔들리면서 깊은 슬럼프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국내 타자 역시 다르지 않다. 한 선수는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치면서 바뀐 존에 대응하고 있지만 투 스트라이크 이후 존 설정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팀 요구와 선수 성향 달라 부진

 

올해는 스트라이크존의 큰 변화라는 명확한 원인이 있지만, 외국인 선수가 부진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기량이 부족한 경우도 있지만, 최근 각 구단의 눈높이가 높아져 그런 선수가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해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시즌 도중 짐을 싼 한 선수는 다른 구단의 영입 리스트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이 올라가 있을 정도로 기량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다만 팀의 요구와 선수의 성향이 완전히 달라 부진한 타격 성적을 남겼다는 지적이 있었다. 팀에서는 일발 장타를 치는 거포를 요구했다. 그런데 그 선수는 밀어쳐도 2루타를 때려낼 힘은 있지만, 홈런을 양산하는 유형이 아닌 출루 능력을 갖춘 이른바 ‘OPS(출루율+장타율)형 타자’였다.

 

국내 선수로 예를 들면, 최희섭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과 같은 유형이다. 최 위원은 현역 시절 한 시즌 33개의 홈런을 때린 적이 있기는 하지만 홈런을 양산하는 타자는 아니었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출루율에 있었다. 통산 출루율이 0.388이었다. 여기에 2루타 이상 장타도 때려내며 0.868이라는 훌륭한 통산 OPS를 기록했다. 그런데 그런 최 위원에게 무조건 홈런을 치라고 하면 스윙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 투수가 던진 공을 좀 더 빨리 판단해 배트를 세게 휘두르게 된다. 그러면 홈런 숫자는 늘어날 수 있어도 타격의 정확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가 자신이 오랫동안 가져온 타격 폼을 갑자기 바꾼 만큼 이에 대한 적응에도 애를 먹게 된다. 평소와 다른 크기의 옷을 입었을 때 어색함과 곤란함을 느끼는 것과 같다.

 

또한, 감독의 야구관(觀)과의 차이점에서 오는 정신적 어려움을 겪은 사례도 있다. 최근에는 많이 없어졌지만, 감독 가운데는 외국인 선수를 본보기로 삼아 선수단 분위기를 다잡는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갑자기 1군 엔트리에서 빼거나 수비 도중에 다른 선수와 교체하거나 두 타석에서 안타를 치지 못했다고 대타를 내거나 할 때,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외국인 선수가 적지 않다. 또 내일은 휴식을 취하라고 말해 놓고선, 당일 갑자기 경기에 출장하라고 해 갈등을 빚은 경우도 있다. 선수 입장에서는 마음의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는 상황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감독에게도 이유는 있다. 대신 나설 선수의 몸 상태가 나빠 자신의 결정을 번복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 주지 않은 데 있다. 사소한 소통의 부재가 갈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태일 NC 다이노스 대표(오른쪽)는 미국 야구에 대한 이해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감독의 소통 능력 중요

 

1군 경기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는 팀당 3명이다. 그 3명이 팀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 팀의 1·2선발은 외국인 투수이며, 중심타자도 외국인 타자다. 팀 전력의 50% 이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 선수들의 활약에 따라 팀 성적도 크게 좌우된다. 그런 만큼 외국인 선수의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한 야구인은 “KBO리그가 외국인 선수에게 문호를 개방한 이래 그 역할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감독을 선임할 때 외국인 선수와의 소통 등을 고려하는 구단은 거의 없다”며 “앞으로 KBO리그에서도 외국인 선수와의 소통 능력이 감독의 조건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힌다.

 

올해도 시즌 도중 큰돈을 받으면서 한국 관광을 하고 돌아가는 외국인 선수가 나올 것이다. 팀당 1군에서 뛸 3명밖에 계약할 수 없는 상황과 이들이 팀 성적을 좌우하는 만큼 어쩔 수 없는 결과다. 이를 두고 단순히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만 해서는 곤란하다. 물론, 좋은 선수를 뽑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좋은 선수를 영입해도 관리가 허술해서는 그 선수가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렵다.

 

일본 프로야구도 KBO리그와 마찬가지로 외국인 선수가 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고바야시 이타루 전 소프트뱅크 대표는 “미국과는 다른 야구 환경에 오는 만큼 일본 야구를 비롯해 일본 문화의 특징에 대해 미리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미국 야구와 KBO리그는 야구 환경이 다를 뿐만 아니라 그 문화도 다르다. 미국에는 없는 장유유서(長幼有序)와 같은 예의범절도 있다. 그런 사소한 것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되며, 그것이 필드에서의 성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013년부터 KBO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NC는 지난 4년간 신생팀답지 않은 훌륭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2014년부터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등 강팀으로 자리 잡았다. 그 배경에는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테임즈를 비롯해 해커, 찰리, 스튜어트 등 오는 선수마다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이 가운데 하나는 프런트가 미국 야구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태일 대표는 기자 시절 메이저리그를 오랫동안 취재하는 등 미국 야구에 대한 이해력이 남다르다. 그런 만큼 사소한 부분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외국인 선수에게 로버트 파이팅이 쓴 책 《국화와 배트》를 선물하는 등 동양권 야구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 노력이 외국인 선수의 좋은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법이다. 국제화 시대, 프로야구계도 그에 걸맞은 인력과 시스템, 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이게 강팀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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