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자본주의를 바꾸는 세 가지 변화
  • 김세형 매일경제 고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4.21 16:23
  • 호수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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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자본주의의 한 귀퉁이에서 재미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 선봉에 스냅챗(Snapchat)이 있다. 스냅챗은 사진과 동영상 공유에 특화된 모바일 메신저다. 스냅챗의 가장 큰 특징은 보내는 사람이 받는 이의 확인 시간을 설정해 일정 시간 후 메시지를 자동 삭제할 수 있는 이른바 ‘자기 파괴’ 기능이다.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5초로 시간을 맞추면 그가 확인한 후 5초 뒤에 자동 삭제된다. ‘잊힐 권리’로 사생활을 보호해 선풍적인 인기다.

 

이 회사를 창립한 사람은 에반 스피겔로 1990년생이며, 페이스북의 저커버그가 2013년 30억 달러(약 3조원)에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해도 팔지 않았다. 이 회사는 최근 상장을 위해 주식을 공모했는데, 가장 특징적인 사건은 회사 주식을 사는 사람에게 의결권을 주지 않은 것이다. 만약 한국에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도 이런 주식을 발행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지분율을 많이 가지려 합병 과정에서 구속될 일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스냅챗 주식은 주당 17달러에 공모했다. 회사 시가총액은 300억 달러로 저커버그가 2013년에 사겠다는 가격보다 10배나 올랐다.

 

SNS ‘스냅챗’을 운영하는 스냅이 3월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해 공모가(17달러)보다 44% 높은 24.48달러에 첫 날 거래를 마쳤다. ⓒ EPA 연합

그런데 의결권을 주지 않은 데 대한 해설이 재미있다. 자본이 귀할 때는 자본가의 역할이 커서 자본주의란 말이 생겼지만, 지금은 자본이 넘쳐나고 인간의 두뇌가 생각해 내는 가치가 가장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멍청한 자본가는 아무런 권리도 주장하지 말고 배당을 주면 받고, 아니면 그냥 기다리거나 그게 싫으면 주식을 사지 말라는 것이다. 이쯤 되면 capitalism(자본주의)은 brainism(두뇌주의)으로 바뀌어야 할 판이다.

 

두 번째는 전기차 테슬라의 가치가 500억 달러를 뚫고 미국 최고 자동차 회사인 포드와 GM을 앞지른 사건이다. 회사 설립 14년밖에 안 된 테슬라가 114년 된 포드의 가치를 따라잡더니, 기어이 GM 왕국마저 무너뜨렸다. 더욱이 테슬라는 올해 1조원가량 적자를 내고 있고, GM은 연간 10조원 이상 흑자를 내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위의 스냅챗도 연간 5억 달러 이상 적자를 낸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미래가치를 보고 산다는 의미다.

 

세 번째는 아마존 제국의 탄생이다. 아마존은 책 파는 닷컴으로 출발했다가 시가총액이 애플 다음가는 2위 회사로 부상했고, 2025년까지 연평균 16%씩 매출이 상승할 것이라고 모건스탠리가 전망했다. 근래 50년 역사에서 이런 급성장 회사는 일찍이 없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킨들(Kindle)·알렉사(Alexa)·프라임(Prime)·AWS(아마존웹서비스)·아마존GO·블루 오리진 같은 사업들을 끊임없이 펼치기 때문이다. 이들 단어들 가운데 하나라도 낯익지 않으면 여러분은 시대에 뒤떨어져 가는 사람이다.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최근 주주들에게 편지를 썼다. 상장 첫날 주주에게 띄운 편지처럼 언제나 ‘DAY1’의 정신으로 일한다. 오늘이 아마존의 첫날이란 얘기다. ‘DAY2’로 해이하면 회사가 추락한다고 한다. 알렉사는 음성서비스 비서이고, AWS는 기업들이 웹서비스를 받아 영업을 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베조스는 가장 성공한 AWS의 앤디 제시 사장에게 지난해 402억원의 연봉을 주고, 자신은 19억을 연봉으로 받았다.

 

스냅챗은 자본주의의 진화, 테슬라는 가치, 아마존은 사업방식에서 자본주의를 통째로 바꾸고 있다. 이에 비하면 한국의 대선후보들이 내놓는 경제정책들은 그야말로 구식털털한 이야기다. 정신 차려서 적응할 일이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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