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총재, 내부 비리 일벌백계한다더니…”
  • 이석·김경민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04.2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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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 하는 사업마다 특혜 의혹…김 총재 책임론도

 

시사저널은 4월23일 대한적십자사(이하 적십자)가 830억원 규모의 혈액 사업을 추진하면서 특정 업체에게 특혜에 가까운 혜택을 줬다고 보도했다.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보건복지부 특별감사 결과 보고서를 바탕으로 입찰 과정의 문제를 상세히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적십자는 2016년 1월 면역혈청검사장비 일원화 추진 사업 계획을 마련했다. 면역혈청검사장비는 B형 간염(HBV)과 C형 간염(HCV) 에이즈(HIV) 등 헌혈 받은 혈액의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1차적으로 검사하는 장비다. 그 동안 적십자는 A사와 Q사의 장비를 도입해 같이 사용해 왔다. 하지만 장비 노후율이 커지면서 검사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자 일원화를 추진했다.  

 

장비 교체를 위해 책정된 예산은 2016년 한해에만 276억원이다. 적십자는 장비 및 시약의 5년 일괄 계약을 추진할 예정이었던 만큼 전체 예산은 832억원에 이른다. 당시 적십자가 작성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2016년 1~2월 중 혈액장비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시스템 사양 및 규격을 결정한 뒤, 3~4월 중 공개·경쟁 입찰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적십자는 필요한 조건만 충족하면 입찰 대상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적십자는 1월 말 장비심의 실무위원회에서 2개 업체를 임의로 선정해 자사 시스템을 설명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감사보고서에서 “이 시기는 업체제안요청서의 초안도 작성하기 전”이라며 “적십자는 S사와 A사의 장비를 평가용 장비로 정하고 설치 일정은 향후 업체와 논의하기로 정했다”고 지적했다. 수백억 원대 사업을 진행하면서 두 개 업체에게만 혜택을 준 것이다.

 

 

대한적십자사 김성주 총재 ⓒ 시사저널 박은숙

 

 

 

감사원 이어 복지부 감사에서도 특혜 문제 제기 

 

적십자가 혈액 사업을 진행하면서 특정 기업에게 특혜를 준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감사원은 12일 ‘혈액사업 용역계약 특혜의혹 등 점검’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적십자가 2014년 3월 ‘중장기 혈액사업 발전계획 수립 연구용역’ 사업을 진행하면서 특정 업체가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특혜를 줬다는 취지였다.

 

감사원에 따르면 적십자는 당시 자기자본비율(자기자본/총자산)을 기준비율로 나눈 비율을 등급심사 기준으로 하겠다고 입찰 공고를 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기자본비율 자체만으로 등급심사 기준으로 삼았다. 그 결과 2순위로 평가됐던 A기업이 1순위였던 B기업을 제치고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그해 6월 대한적십자사와 용역 계약을 맺었다.

 

이번 복지부 특별감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공개적인 경쟁 입찰을 하기로 복지부에 보고한 뒤, 실제로는 안면이 있는 업체들의 제품만을 평가용 장비로 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복지부는 특별감사 처분 요구서에서 오덕자 전 혈액관리사업본부장에 대한 엄중 경고를 지시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오 본부장은 감사 직후 적십자 측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를 9개월 정도 남긴 시점이었다. 때문에 적십자 내부에서는 감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본부장을 권고 사직시킨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사업 주무부서의 팀장을 포함한 실무진들에게는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으면서 ‘봐주기’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김성주 총재 역시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총재는 2014년 10월 적십자 총재에 취임하면서 내부 감사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감사 과정에서 내부 입김이나 인정이 작용할 소지를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 감사실장을 아예 외부에서 데려왔다. 감사실 조직도 감사팀과 청렴윤리팀으로 이원화시켜 내부 기강 확립에 나섰다.

 

 

임기 9개월 남긴 혈액관리시업본부장 사임 왜?

 

김 총재 스스로 논란을 피하기 위해 해외출장 비용을 모두 사비로 처리했다. 비상임인 적십자 총재의 해외출장 시 관행적으로 지급하던 거마비마저 없앤 것이다. 적십자 관계자는 취임 초기 기자와 만나 “내부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일벌백계한다는 것이 김 총재의 생각”이라며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던 것도 일절 허락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십자 내부의 모럴해저드나 특혜 시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일단 김 총재에게 ‘면죄부’를 줬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적십자의 결재 문서는 중요도에 따라 총재, 본부장, 국․실장, 팀장 등으로 결재권을 나누고 있다. 검사장비 도입 사업의 최종 전결권자는 혈액관리사업본부장으로 표시돼 있다. ‘적십자가 국가 혈액사업의 대부분을 수행하고, 장비 교체 사업 역시 국가의 혈액사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큼에도 총재의 결재를 받지 않은 점을 보고서는 꼬집고 있다.

 

하지만 적십자 안팎에서는 사업 규모가 830억원대로 큰 만큼 김 총재 역시 보고를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적십자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0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사무총장 주재로 장비심의위원회가 열렸다”며 “830억원대 계약을 하면서 총재에게 보고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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