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에 대한 전문가와 소비자의 온도 차이
  • 노진섭 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7.04.2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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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섭 기자와 건강 챙기기]

 

얼마전 '소비자는 모르는 그들만의 GMO 표시’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월 GMO에 대한 새로운 표시기준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는데 실효성이 없다는 내용입니다. 식약처는 GMO 표시 대상을 6종(대두·옥수수·캐놀라·면화·사탕무·알팔파)에서 모든 농산물로 확대했습니다. 그러나 단서 조항이 있습니다. GMO를 원료로 사용했더라도 최종 가공식품에서 변형된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으면 GMO 표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입니다. 예컨대 GM 콩으로 간장을 만들어도 'GMO 간장'이라는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새로운 표시기준이 생겼지만, 앞으로도 소비자는 마트에서 GMO가 표시된 제품을 보기 어렵게 됐습니다. 예전과 달라진 게 없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만난 많은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의 시각이 소비자와는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소비자 단체는 알 권리 내지는 선택의 권리 차원에서라도 GMO로 만든 모든 제품은 변형된 유전자 검출 여부와 상관없이 GMO 표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동의하면서도 그럴 필요까지 있느냐는 식의 말을 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GMO에 대한 유해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수십 년 동안 먹어왔는데 인제 와서 GMO를 표시하는 게 의미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또 모든 식품에 GMO 표지를 달면, 그 표시를 하지 않은 식품은 마치 안전하고 좋은 식품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도 있답니다. 게다가 일부 기업은 Non-GMO 표시를 붙이려고 할 테고 그만큼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도 합니다. 부자는 Non-GMO 식품을 사 먹겠지만, GMO 식품을 사 먹을 수밖에 없는 서민은 상대적 박탈감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결국, GMO 표시는 소비자에게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고, 식품업체는 이 표시제를 마케팅에 이용할 소지도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GMO 콩을 사용하지 않는 모 업체는 여러 통로를 이용해 GMO 표시를 부추기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렇듯 GMO 표시는 참 많은 이해관계에 얽혀있습니다. 그러나 소비자가 원하는 바는 명백하고 단순합니다. 전문가는 GMO의 유해성이 밝혀지지 않은 점을 강조하지만, 소비자는 GMO의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점에 방점을 찍습니다. 안전한지 그렇지 않은지도 모르는 식품을 먹는 게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유전자 조작 식품이라고 불렀던 GMO를 정부는 '유전자 변형 식품'으로 통일했습니다. 어감에서 오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함입니다. 이런 부분까지 정부가 나서니 국민은 더 의심하는 것입니다. 식품은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GMO는 안전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국민은 이를 염려하는 것입니다. 정부나 전문가는 이 염려를 해소한 후에 국민에게 특정 식품을 먹어도 된다고 해야 앞뒤가 맞습니다. 

 

GMO는 안전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당장은 아니더라도 수십 년 후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불안감에 쌓인 식품을 먹으라고만 하면 국민은 이해할 수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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