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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대선 개입 노골화…약발은 ‘글쎄’

北 노동당 대남 전략가들, 남한 대선 정국 꼼꼼하게 분석 중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4.25(Tue) 10:00:02 | 14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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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한 대선에 내정간섭성 개입을 시도하며 대남 선전·선동을 강화하고 있다. 관영 매체와 해외에 서버를 둔 인터넷 사이트, SNS 등을 총동원해 대통령선거 결과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나선 것이다. 대남선동 웹사이트인 ‘구국전선’과 ‘우리민족끼리’ 등 160여 개의 친북 사이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미 선거투쟁을 전개 중이란 전문가 분석도 나온다. 핵심은 보수 세력 낙마에 맞춰지고 있다. 또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대북정책 노선을 가진 후보에 우호적 입장을 표명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북한 선전매체들에서는 이런 의도가 확연히 드러난다. 4월20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보수 성향 정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을 비난하면서 “최근 남조선의 극우 보수 패거리들이 재집권을 꿈꾸며 지지 세력을 긁어모아 보려고 모지름(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정 농단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할 세력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다. 앞서 4월18일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보수층 표심이 쏠리는 이른바 ‘차악(次惡) 선택론’까지 거론했다. “파멸 위기에 직면한 보수패당이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악 선택’이니, ‘중도 성향의 야당 후보 지지’니 뭐니 하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며 안철수 후보에 대한 견제를 시도한 것이다. 노동당의 대남 전략가들이 남한 대선의 흐름을 비교적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남한의 대선 개입을 노골화하는 소식을 잇따라 게재하고 있다. 사진은 4월14일 북한 주민이 평양 시내에 게시된 노동신문을 정독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北 매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비난

 

북한이 이번 대선에 개입하겠다며 포문을 본격적으로 연 건 3월23일 노동신문을 통해서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이 이뤄진 지 2주 만의 일이다. 신문은 “보수패당을 완전히 매장해버릴 때 비로소 남조선에 진정한 자유의 봄이 오게 된다”며 우리 국민들에게 “보수 세력의 완전 청산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내걸고 투쟁을 벌여나가야 한다”고 선동했다.

 

이 같은 북한의 움직임에선 이번 대선에 거는 각별한 기대가 드러난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 사태와 이에 따른 탄핵 조치로 남한 내 보수 세력이 몰락한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 대북 유화적 정권의 집권을 꾀한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에 따른 전례 없는 대북 군사압박과 제재의 충격파를 다소나마 누그러뜨리려면 한국의 차기 정부 성향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현재로선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지만 만일 또다시 보수 정부가 집권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북한으로선 재앙이 될 수 있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 첫해인 2012년 말 남한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자 엄청난 실망감을 나타냈다. 당시 북한은 “남조선 대선에 개입할 어떤 내부 사정도 없고 필요도 없다”(2012년 10월3일 대남사이트 ‘우리민족끼리’)고 말하면서도 박 후보의 낙선과 새누리당 비방에 주력했다. “새누리당의 재집권 기도를 절대로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정권교체를 기어이 실현해야 한다”(같은 해 11월3일 조국평화통일위)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에 대해선 별다른 비난 없이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지목됐다”(같은 해 8월6일 노동신문) 등의 팩트 위주 보도를 하는 선에 그쳤다.

 

2007년 12월 대선의 경우 북한 선전매체의 월평균 대선 개입 보도가 50여 회였지만, 2012년 대선은 140여 차례로 3배에 달할 정도로 극심했다. 그만큼 김정은이 우리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는 얘기다. 당시 북한은 박근혜 당시 후보가 2002년 5월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하며 나눈 대화록을 폭로하겠다는 위협카드까지 내놓으며 보수 성향 후보의 집권을 가로막으려 시도했다. 당시 이를 두고 “북한이 ‘청와대와 새누리당·행정부에도 종북 행적을 한 사람이 있다’는 식의 주장으로 대선 이슈였던 야권 인사의 종북 논란을 희석시키려 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남한 내 야권에서까지 남북관계를 파탄 내는 위험한 행위라는 비난여론이 대두하자 북한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북한 변수가 남한의 대선이나 총선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해가 갈수록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북풍(北風)이 먹혀들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4월 총선 때 북한 무장병력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진입한 북풍 사건은 신한국당이 서울에서 사상 최초로 여대야소를 이루는 데 일정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됐다. 그렇지만 1997년 대선 후 불거진 ‘총풍(銃風)’ 사건은 오히려 북풍에 대한 경계심만 높였다. 당시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 측이 보수층 결집을 위해 북한 측에 휴전선에서 무력시위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의혹이 총풍 사건의 핵심이지만 약발이 없었다는 것이다. 2000년 4월 총선 전 남북 정상회담을 발표한 것도 여당의 선거 전략에는 역효과를 냈던 것으로 진단됐다.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이 4월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대선 개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통일부 “갈등 부추기려는 목적이 크다”

 

최근 북한의 대선 개입 시도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불쾌감을 드러내며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통일부는 4월19일 “북한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보다는 대선 과정에서 우리 국민 여론을 호도하고 갈등을 부추기려는 목적이 크다고 본다”며 “구태의연한 행동은 당연히 중지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위협으로 이번 대선이 그 어느 때보다 대북 비판 여론이 고조된 상황에서 치러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정은 정권은 4월15일 김일성 출생 105주년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발사체를 공개해 무력시위한 데 이어 이튿날 미사일 발사를 시도하는 등 막무가내식 도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주요 5당의 대선후보들이 한목소리로 대북 규탄 메시지를 내는 이례적인 상황도 벌어졌다. 북한의 대남라인이 남한 대선에 개입하려는 의욕만 앞세우면서 정작 정교한 전략 없이 자가당착적 행동을 보인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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