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8을 기다리는 이들은 안타깝다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4.2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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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기다리던 신작 갤럭시S8이 등장했으니 다음은 아이폰의 새 시리즈를 기다릴 차례다. 특히 올해는 아이폰이 등장한지 10년째가 된다. 그래서 차기작 아이폰8은 ‘10주년 기념작’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특별한 해에 나오는 제품이니 애플이 뭔가 특별한 물건을 내놓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뒤섞여 있다. 그런데 미리 차기 아이폰 정보를 입수해 기사를 내보내는 해외 전문매체들의 이야기들을 종합해보면 ‘글쎄’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기대감을 가져서는 안 되는, 그런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첫 번째가 곡면 유기 OLED 디스플레이 문제다. 아이폰8이 테두리를 감싸는 곡면 디스플레이를 채택할 거라는 소문은 거의 기정사실처럼 다뤄졌다. 갤럭시S8의 베젤리스 곡면 디스플레이가 디자인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러자 여러 해 동안 아이폰을 모방한다는 평가를 받던 삼성과 애플의 역학관계가 갤럭시S8을 기점으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 평판 바꾼 ‘갤럭시S8’, 판도 바꾼 디자인 전쟁

 

시중에 떠도는 소문을 근거로 제작한 아이폰8 콘셉트 사진.© Veniamin Geskin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애플과 구글이 삼성을 모방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기사를 내놓을 정도였다. 실제 2015년 삼성이 내놓은 갤럭시S6 엣지가 곡면 디스플레이의 변환점이 됐다. 아이폰 출시 10주년 기념 모델인 아이폰8 역시 갤럭시S8처럼 곡면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아이폰8의 디스플레이는 어떤 모양일까

 

하지만 포브스는 이런 곡면 디스플레이가 도입되지 않을 가능성에 관해 이미 언급한 바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트렌드포스(TrendForce)의 설명을 빌려 “애플은 곡면 디스플레이의 채용을 이번에는 하지 않는다. 3D OLED 패널의 제조 공정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낙하 테스트 결과도 신통치 않았다. 이에 따라 차기 아이폰은 현행 모델과 같은 2.5D OLED 패널이 채택된다”고 보도했다. 

 

만약 트렌드포스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차기 고가 스마트폰 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결정이다. 갤럭시S8과 아이폰8이 하이엔드 스마트폰의 양대 산맥이라고 볼 때 일단 전자는 곡선 디스플레이 디자인의 매력을 심는데 성공했다. 이전 시리즈부터 곡면 디스플레이를 계속 시도해 온 삼성의 뚝심이 이번에 결실을 맺은 셈이다. 언론의 평가 역시 디자인 면에서는 호평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과 달리 아이폰은 왜 곡면이 안 되지?’라는 의문은 차기 아이폰의 흥행에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여기에는 디스플레이의 공급 문제가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포브스는 “삼성이 생산 가능한 곡면 유기 EL 디스플레이가 삼성 자사 제품과 중국의 스마트폰에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쨌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스마트폰 중 하나인 아이폰이니 그 수요에 대응하기가 어려울 거라는 얘기다. 반면 포브스의 지적과 달리 디스플레이 공급이 문제 없다는 견해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스마트폰 7000만대에 사용할 곡면 OLED 패널을 삼성에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오는 6월부터 패널을 정상적으로 공급하기로 돼 있는 상황이라 아이폰8이 출시되는데 문제가 없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아이폰8에 기대됐던 ‘혁신’중 하나였던 원격 무선충전이 탑재되지 않았다는 보도도 있었다. 애플 전문 매체인 ‘애플인사이더’는 미국 투자은행인 코웬앤컴퍼니(Cowen and Company)의 말을 빌려 “수 미터 거리에서도 충전이 가능한 무선 충전 기술이 이번에는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애플인사이더는 “애플은 삼성 갤럭시S 및 노트에서 채택하는 충전 방식인 치(Qi) 또는 에어퓨얼(Airfuel) 규격을 채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치(Qi)나 에어퓨얼(Airfuel)은 자기유도방식의 무선 충전 방식으로 보통 무선 충전 패드 위에 스마트폰을 올리는 걸 떠올리면 된다. 최근 애플은 치(Qi)를 표준 규격으로 하는 ‘WPC(Wireless Power Consortium)’에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이를 뒷받침했다. 

 

시중에 떠도는 소문을 근거로 제작한 아이폰8 콘셉트 사진.© Veniamin Geskin



‘충전’의 혁신은 이뤄지지 않는다

 

사실 애플의 움직임을 봤을 때 이번에야말로 원격 무선 충전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다. 블룸버그는 이미 “아이폰7이 무선 충전을 지원해 현재 기술보다 진일보된 무선 충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T 전문매체 더버지(The Verge)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특히 애플이 초음파를 이용한 무선 충전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 유빔(uBeam)에서 2명의 기술자를 영입한 행보가 주목받았다. 유빔의 기술을 이용하면 초음파를 사용해 90cm나 떨어진 곳에서도 안전하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애플이 최근 내놓은 정체 모를 장치들 중 일부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인증을 받으면서 ‘이것들이 원격 무선 충전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일 것’이라는 예측이 떠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곡면 디스플레이와 원격 무선 충전이 무산될 거라는 소문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소식은 아마도 가격일 거다. 아이폰8의 가격이 1000달러(113만2000원)가 넘을 것이라는 전망은 올 초부터 계속 제기되고 있는 얘기다. 물론 이건 곡면 디스플레이 도입과 관계 깊다. 부정적인 루머들을 뒤집고 아이폰8의 모습이 곡선을 띤다면 이 디자인이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일 것이다. 왜냐면 곡면 OLED 디스플레이는 기존의 액정(LCD) 디스플레이보다 생산 비용이 2배가량 높고 대용량 메모리가 탑재돼야 한다. 참고로 아이폰7 플러스가 발표될 때 가격이 969달러였으니 1000달러 고지는 눈앞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만 ‘1000’이라는 상징적 숫자를 돌파한 고가의 제품이 시장에서 얼마나 받아들여질 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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