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끝장토론 보고 싶다”
  • 유창선 시사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4.26 09:28
  • 호수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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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개정해 다자토론 유지하며 양자토론 병행해야

 

4월19일 밤에 KBS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들의 TV토론은 여러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관심을 모았다. 5명의 후보들은 두 시간 동안 서서 토론을 하는 스탠딩 방식으로 자유로운 난상토론을 했다. 토론회에 나선 후보들은 준비한 원고 없이 메모지와 필기구만 가지고 토론에 임해야 했다. 그동안 획일화되고 정적인 방식의 토론회에 식상해 있던 유권자들에게는 신선한 기대를 줬다. 일단 토론이 시작되고 나니 후보들 간의 거침없는 문답이 오고 가서 보는 재미를 더해 준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문제는 문재인-안철수, 양강 후보에게 질문들이 집중돼 3약(弱) 후보들(홍준표·유승민·심상정)은 공격만 해대는 토론이 돼버린 것이다. 난상토론을 거치면 무엇인가 후보들 간의 실력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을까 했던 기대는 여전히 충족되지 못했다. 특히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 간의 토론도 매우 제한적으로만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유권자들의 갈증은 여전히 남아 있다. 2시간 동안 5명의 후보가 하는 토론은 아무래도 후보들을 검증하고 비교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5명의 후보가 시간을 균등하게 사용하게 된다. 120분을 5명으로 나누면, 후보 한 사람당 24분을 사용하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진행과 관련된 이런저런 시간을 빼면, 질문·답변 합해서 약 20분 동안 말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래도 수박 겉핥기의 토론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에서는 쟁점에 대한 심층적인 토론이 불가능하다. 쟁점에 대해 열띤 토론이 이뤄지는가 하면 곧바로 시간이 다 돼 버려 그 상태에서 끝나고 만다. 쟁점에 대한 짧은 공방 속에서는 누구의 얘기가 옳은 것인지가 확연하게 드러나기 어렵다. 우리의 TV토론이 대개 우열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애매한 무승부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현실적으로 무한정한 끝장토론을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후보들 간의 입장이 엇갈리는 쟁점들에 대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토론을 할 수 있는 방식이 아쉽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 연합뉴스·시사저널 박은숙

하지만 5명의 후보가 모두 함께 토론하는 방식으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당장 시간을 감당할 수가 없다. 5명의 후보가 쟁점들에 대해 끝장토론을 벌인다면 밤을 새워도 방법이 없을 것이다. 장시간의 토론을 지지치 않고 시청할 수 있는 유권자들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은 심층토론이 이뤄지려면 양자토론 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

 

물론 여러 후보들 가운데 두 명의 후보만이 하는 양자토론이 후보들 간의 동등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일리가 있는 얘기다. 그래서 양자토론만 하자는 얘기는 전혀 아니다. 지금과 같은 다자토론은 그대로 하면서, 양자토론을 병행하자는 것이다. 후보자들의 입장이 아니라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양자토론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아 보인다. 여러 후보가 출마했다고 해도 후보자들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은 동일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지율이 높은 후보와 지지율이 낮은 후보로 나뉘게 돼 있다. 물론 지금처럼 일정한 요건을 갖춘 후보에게는 기본적으로 토론회에 참여할 권리와 기회를 보장해야겠지만, 그것으로 생기는 유권자들의 갈증은 그것대로 채워주는 대안이 필요하다. 그것이 지지율 1·2위 간의 양자토론이다.

 

특히 이번 대선처럼 대선 판세가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 간의 양강 구도로 압축된 상태에서는 당연히 유권자들은 두 후보 사이의 뜨거운 토론을 보고 싶어 하게 된다. 두 후보 사이에서 누가 더 나은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두 후보만의 토론을 보고 싶은 욕구가 생겨난다. 그런데 5명의 후보가 모두 참여하는 토론에서는 두 후보를 비교할 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양자토론’ 가능성 아직 열려 있어

 

2012년 대선에서도 방송사들이 박근혜-문재인의 양자토론을 제안했지만, 박근혜 후보의 거듭된 거부로 성사되지 못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안철수 후보가 한때 양자 끝장토론을 문재인 후보에게 제안했지만, 결국 답이 없어 이뤄지지 못한 채 선거운동 기간이 됐다.

 

4월19일 2차 TV토론을 마쳤지만 아직 문재인-안철수 ‘양자토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양자토론에 적극적인 쪽은 안 후보다. 안 후보 측은 “중앙선관위 주관 토론은 선거법상 5자 토론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종합편성채널 등 방송사가 주최하는 양자토론은 문제가 없다. 방송사가 토론을 주최하고 문 후보만 동의하면 끝장토론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은 “양자토론, 얼마든지 좋다. 다만 다른 세 후보와 그 지지층을 납득시키는 문제를 안 후보 측이 해결하라”고 답했다.

 

대통령 후보 토론을 현재와 같이 기계적인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TV토론은 기본적으로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양자토론이나 3자 토론처럼 보다 다양한 형식의 토론회가 가능하도록 개선하면 좋을 것이다. 대선 때마다 그때의 상황에 맞춰 다양한 구성의 토론회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하면 될 것이다. 후보자 TV토론에 변화를 주려는 여러 시도가 눈에 띄기는 하지만, 결국 유권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토론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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