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고양이, 그리고 대선
  • 김경민 기자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04.2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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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의 괴발개발] 반려동물 관련 정책 내세워 1000만 반려인 표심 잡기 나선 대선주자들

 

“개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못 봤어.”

 

주변에서 누군가 이런 말 하는 걸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인간미를 ‘탑재’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전제로 깔린 말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최근 반려동물을 품에 안은 정치인들이 유독 많아지고 있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반려동물을 품에 안은 사진을 공개하는 정치인들이 많아지는 겁니다. 물론 그들이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의심하고 싶진 않지만, 어쨌든 그 뒤에 깔린 정치적 계산이 뭘까 들여다보게 됩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정치의 계절이니까요. 

 

‘반려동물과 정치가 무슨 상관이냐’라고 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생각보다 깊은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우선 ‘이미지 메이킹’ 측면에서 반려동물 마케팅은 ‘먹히는 카드’입니다. 정치인은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모습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주면서 ‘따뜻하고 정 많은 사람’이란 긍정적 이미지를 쉽게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전 세계를 막론하고 정치 지도자나 유명 정치인들은 자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데 반려동물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 Pixabay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재선 선거운동에서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 ‘보’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애견인을 타깃한 온라인 캠페인에서 그랬습니다. 강아지계의 슈퍼스타인 보를 내세운 이 캠페인은 당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온라인에서 회자되며 상당한 마케팅 효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죠.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전임 총리는 2011년 유기동물센터에서 총리실로 온 고양이 ‘래리’에게 ‘수렵 보좌관’이란 칭호를 부여하며 총리실에 대중적 친근함을 부여한 바 있습니다. 

 

한국의 장미대선 과정 중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의 반려동물 마케팅이 눈에 띄었습니다. 애묘인들 사이에선 이미 ‘안 집사(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부르는 별칭)’로 알려져 있던 안희정 충남지사는 신년 인사 영상에서 반려묘인 하늘이를 안고 등장했습니다. 하늘이와 신년 덕담을 전했죠. 이재명 성남시장의 SNS 계정에도 그의 반려견 ‘행복이’와 함께 찍은 사진이 많습니다. 식용개 사육 농장에서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구출된 행복이는 이 시장의 동물보호 정책의 아이콘이 됐죠.

 

지난 18대 대선까지 반려동물은 선거에서 큰 쟁점이 아니었습니다. 반면 이번 대선에서 대선주자들이 반려동물에 대해 보여주는 행보는 확실히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죠. 한결 친근해졌습니다. 그 배경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반려인구의 증가가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반려동물 보유 가구는 전체 가구 수의 21.8%(2015년 기준)에 이른다고 합니다. 인구수로는 약 1000만 명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바야흐로 반려인구 1000만 시대인 셈입니다. 저출산, 결혼 기피 등으로 1~2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반려인구 증가추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고 합니다. 이러니 아이와 함께 사진 찍는 것보다 동물과 함께 사진 찍는 게 더 낫다는 말도 나옵니다. 반려인구의 표심 잡기. 정치권에서 동물복지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대선후보들은 단순히 동물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수준을 넘어 동물 복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기도 합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반려인구 표심잡기에 뛰어드는 셈이죠. 직접 애견인들 모임에 참석한 후보도 있고 기본 정책 발표와 별도로 반려동물 정책을 발표해 반려인 표심을 공략한 후보도 있습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4월15일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공원내 반려견 놀이터를 방문, 반려견을 안아보고 있다. ⓒ 연합뉴스

 

이쯤에서 주요 대선후보들의 반려동물 관련 공약을 살펴볼까요?

 

먼저 기호 1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입니다. 문 후보는 정책공약집에 △유기동물 재입양 활성화 추진으로 2022년까지 유기동물 5만 마리 이하로 만들기 △유기동물 입양자 지원 △반려동물 매개 프로그램 운영 △반려동물 행동교정 전문 인력 육성, 지원센터 건립 △민간 동물 주치의 사업 활성화 △반려동물 식용 단계적 금지 등을 발표했습니다. 

 

기호 2번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어떨까요? △2022년까지 유기동물 5만 마리로 감소 △내장형 인식표 부착 의무화 △비인도적 개농장 실태 파악 및 국민 의식 개선 △개식용 농장 위생 기준 강화 △현재의 사보험을 보완해 반려동물 종합의료보험을 도입 △동물의료비 부가가치세를 폐지하거나 관련 세원을 동물복지에 활용 등을 정책으로 내세웠죠. 

 

기호 3번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반려동물 관련 정책을 공약화했습니다. △동물 생산업 사육관리기준 명시하고 반려동물 이력제 실시 △지자체 보호소 확충 및 사설보호소 질 향상 △반려동물 치료비 가이드라인 제공 △개식용 금지를 위한 단계적 정책 실현 등입니다. 

 

기호 4번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정책도 있습니다. △유기동물 분양 및 기증기회 늘리기 위한 안락사 시기 연장 검토 △동물생산업 사육관리 기준 설정, 사각지대 판매업종 관리 △개농장 불법 운영 근절, 개식용 문화 단계적 전환, 금지입니다. 

 

기호 5번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선거 공보에 ‘동물’을 언급한 유일한 후보입니다. △참여형 동물 의료보험 도입 △공공동물화장장 설치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시설 확대 △내장형 인식장치 의무화 △밀집형 형태의 개농장 관리와 축소 등이 그의 정책집에 실려있습니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 종사자들은 대선후보들의 반려동물 관련 공약이 서구의 일부 선진국들에 비하면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합니다. 여전히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건데요. 그래도 일단 관련 정책에 관심을 보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선거철에만 반려동물을 이용해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하다가 선거가 끝나면 나 몰라라 하는, ‘보여주기 식 선거운동’에 그치게 되는 것 아닌지 지속적으로 지켜볼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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