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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아차 판매 대리점인데, 기아차와 관계없다고?

기아차 영업직원, 고객 중고차 판매 대금 횡령 기아차 “우린 책임 없어”

배동주 시사저널e 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4.30(Sun) 11:06:13 | 14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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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에 사는 양아무개씨(27)는 지난해 11월 집 근처 기아자동차 판매점에 차를 사러 갔다가 오히려 자신의 차를 잃고 돌아왔다.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렌토 구매에 앞서 자기 소유인 준대형 세단 K7의 중고 판매를 영업직원에게 맡긴 게 화근이었다. “높은 가격에 팔아줄 테니 내게 처분을 맡겨라”고 했던 영업직원 김아무개씨가 이후 연락을 끊었다. “차량 처분이 수월하지 않아 연락되지 않겠거니 했다”는 양씨는 지난 3월27일 해당 판매점으로부터 “김씨가 출근하지 않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차량을 김씨에게 넘긴 지 4개월여가 지난 후였다.

 

이에 양씨는 곧장 기아차 본사 영업본부에 1700여만원 상당의 차량 가격 보상을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대리점은 기아차랑 관계가 없다”였다. 기아차는 개인 일탈로 선을 긋고 배상을 거부하고 있다. 본사 직영 지점이 아닌 판매위탁 업체인 대리점에서 발생한 사건은 본사와 일절 관계가 없다는 게 기아차의 설명이다.

 

기아자동차 영업 직원이 고객의 중고차 판매 대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기아자동차 매장. © 시사저널 고성준


“지점과 대리점 구분하는 소비자 어디 있나”

 

4월20일 인천중부경찰서에 따르면, 기아차 영업직원 김씨로부터 양씨와 같은 일을 당한 피해자는 양씨를 포함해 총 3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윤정기 수사과장은 “김씨가 3월26일 필리핀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사기 사건으로 신고를 받았고 조사 이후 수배를 내리고 입국을 통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까지 접수된 피해 규모는 1800만원 상당의 준대형 세단 K7 두 대와 500만원 상당의 준중형 세단 포르테를 포함해 모두 4000여만원”이라며 “양씨가 지난해 11월 차량을 넘긴 이후 4월이 돼서야 경찰에 신고한 만큼 아직 신고하지 않은 피해자가 있을 수 있어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양씨와 동일한 피해를 겪은 이아무개씨(38)는 “약속했던 중고차 판매 대금으로 전셋집 보증금 잔금을 치르려 했지만, 그러지 못해 밖에 나앉았다”면서 “네 살배기 아들과 모텔에서 생활하고 있다. 오늘도 모텔비 10만원을 내야 한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피해 규모가 확대일로를 걷고 있음에도 소비자가 피해 구제를 요청할 곳이 없다는 데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구매 과정에서 발생한 고객 손해에 대해 도의적으로 미안한 마음이지만, 대리점 영업직원이 개인 통장을 활용해 고객의 중고차 대금을 유용한 사건”이라며 “당사자 간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대리점 역시 둘 사이의 거래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대리점이라는 이유로 기아차 본사가 책임을 저버리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처사라고 지적한다.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소비자 중 누가 지점인지 대리점인지 확인하고 차량을 구매하느냐”면서 “기아차를 판매하는 판매점이라는 것 외에 소비자가 고려하는 것은 없는 만큼 기아차는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아차 판매 대리점은 기아차와 판매위탁 계약을 맺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업무와 관련한 모든 사항에 대해 본사의 통제를 받는다. 전체 기아차 판매점 800곳이 직영 지점 400곳과 대리점 400곳으로 갈리는 이유도 같다. 기아차 고객센터는 “기아차는 직영 지점 업무과에서 각각 대리점을 한 곳씩 맡아 관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기아차 판매 대리점에서 일하길 원하는 영업직원의 경우 대리점주 면접과 함께 직영 지점장의 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지점장 면접을 통과한 이후엔 기아차 본사에서 영업직원의 사원번호를 발급한다. 사실상 기아차 본사가 대리점 영업직원 채용 과정에 개입하고 있는 셈이다. 이 밖에 기아차는 영업직원의 승진 여부도 직접 결정해 하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 판매 대리점 영업직원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비단 본사의 영업직원 채용 인사에 그치지 않는다. 기아차는 판매 대리점 영업직원을 특수고용직으로 묶어 실적은 실적대로 압박하면서도 복리후생과 관련된 문제는 직접 고용이 아니라는 이유로 피해 가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대리점 영업직원도 채용부터 본사 통제”

 

소비자 피해 구제를 담당해 온 한 변호사는 “기아차와 기아차 판매 대리점 영업직원의 근로계약 관계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아차가 직접 중고차 판매를 담당하지는 않지만, 판매 영업직원이 중고차를 팔아주는 일을 통상 사무집행으로 해 오고 있으므로 민법에 따라 사용근로 관계만 증명된다면 소비자 보상은 기아차가 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법 제756조 사용자의 배상책임 조항에 따르면,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김씨는 기아차 직영 판매 지점장의 면접을 통과했을 뿐만 아니라 기아차가 내린 사번을 받았다. 김씨에게 중고차 판매를 맡겼던 오아무개씨는 “김씨는 직급이 차장이었다”며 “믿는 게 당연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지난해 사용자 배상책임에 따라 벤츠 판매 전시장 영업직원의 고객 중고차 판매 대금 횡령 사건에 맞서 고객 배상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기아차가 “영업직원의 사기 사건은 개인 일탈의 문제”라며 일축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당시 벤츠코리아는 7억여원에 달하는 비용을 전액 합의금으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선 기아차의 대리점 운영 시스템 자체가 이 같은 횡령 사건을 만들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아차는 직영 지점 근로자에겐 차량 판매 대수와 관계없이 기본급을 지급하는 반면, 대리점 영업직원은 판매 차종에 따라 70만~100만원 상당의 수당을 받아 생활한다. 하지만 대리점 영업직원을 중심으로 판매 수당을 고스란히 받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기아차 판매 대리점 영업직원으로 일하는 최아무개씨는 “채용 단계에서부터 모든 과정을 본사의 통제를 받고 있다”면서 “본사 할당 판매량을 채우기 위해 자기 수당을 깎아가며 차량을 팔다 보면 월 50만원을 챙기기도 버겁다”고 말했다.

 

최현진 전국자동차판매연대 수석부위원장은 “출근 시간은 물론 출근 이후 진행하는 직원 아침체조까지 기아차 본사가 직접 송출하고 있으면서 자신들이 불리할 땐 대리점이라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다며 꼬리를 자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아차 관계자는 “판매 영업직원의 고객 재산 유용을 방지하기 위해 주기적 점검을 통해 해당 건과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대리점 직원의 개인 일탈을 책임질 수는 없는 일”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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