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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중국 ‘사드 감정’ 수그러드나

한국 상품 불매운동·反韓 감정 등에 변화 조짐

모종혁 중국 통신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4.30(Sun) 17:00:00 | 14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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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중국 윈난(雲南)성 시솽반나(西雙版納)에 사는 루칭제(여)는 5월 하순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루는 지난해 1월부터 한국 고급 화장품과 미용용품을 구매대행해 왔다. 지난해 서울을 4차례 방문했고, 올 2월 중순에도 한국에 가서 물건을 대량 사왔다. 루는 “3월초 사드 배치 문제로 상품을 찾는 손님이 확 줄었지만 4월 들어 판매가 늘면서 모두 팔았다”며 “당장은 눈치가 보여 방문을 못하지만 5월에는 반드시 서울에 가려 한다”고 말했다. 루는 아버지가 고위공직자인 관얼다이(官二代)다.

 

#장면2.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우루무치(烏魯木齊)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최평식 사장은 최근 한시름을 놓았다. 지난 3월 20% 넘게 줄었던 매상이 다시 예전 수준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매장 간판에 한글이 있어 거리를 오가며 들르는 손님은 줄었지만 단골은 잊지 않고 꾸준히 찾아온다”면서 “주변에 조선족이 경영하는 한국식당도 손님이 3월에는 30% 줄었다가 지금은 예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고 말했다.

 

3월초 중국 정부의 사드 배치 보복 조치 이후 분출했던 중국 내 한국 상품 불매운동과 반한(反韓) 분위기에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 소비상품을 찾는 고객과 한국식당을 방문하는 손님이 다시 늘고 있다. 특히 화장품과 미용용품처럼 바꾸기 힘든 상품에서 두드러진다. 이는 통계에서 잘 드러난다. 4월12일 KB증권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중국법인의 1분기 매출이 34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나 늘어났다.

 

사드 배치 문제로 인한 중국의 ‘반한 감정’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4월20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쇼핑에 나선 중국인 관광객들 © 시사저널 임준선


“매상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

 

중국법인의 2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면세점에서의 매출이 3734억원으로 1% 감소해서 전체 매출이 5% 증가(1조5584억원)에 그쳤다”며 “중국 내 한국 유명 화장품의 경쟁력과 선호도가 확고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필자가 4월16일 찾은 충칭(重慶)시의 한 이니스프리 매장도 손님으로 들끓었다. 중국인 직원은 “지난 3월 매상이 약간 떨어졌었지만 4월 들어 바로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밝혔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내 긴장감도 완화됐다.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 IT제품을 생산하는 한 기업의 법인장은 “그동안 한국인 주재원들에게 언행을 조심하도록 주의시켰고 중국인 노동자들을 세심하게 대했는데 지금은 과거와 다름없이 지낸다”며 “사드 사태로 이직한 직원도 없다”고 말했다. 충칭의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한 중국인 직원은 “솔직히 사드 배치가 중국 안보에 어떤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우리 같은 민초에게는 내 밥벌이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의 대중 수출은 견고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4월14일 중국 해관총서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3월 한국 상품의 수입은 142억5933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다. 이는 사드 보복 조치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2월보다 9.8%나 늘어난 수치다. 중국 각지의 해관에서 고의로 수입통관을 지연시켜 한국 상품의 대중 수출이 어려워졌다는 일부 한국 언론의 보도와 전혀 다른 결과다. 그렇다면 그 배경은 무엇일까.

 

베이징(北京)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겅판은 “한국 화장품과 요리는 이미 중국인들의 생활 속 깊이 스며들어 기호품처럼 된 지 오래다”고 말했다. 겅은 과거 비즈니스로 한국을 5차례 방문했었다. 그는 “3월초 불매운동으로 한국 상품을 덜 사고 한국식당을 안 가는 분위기가 만연했지만 지금은 ‘사드 피로감’이 조금씩 퍼지고 있다”며 “평소 매장과 식당의 주인과 직원이 고객을 어떻게 대했고 상품 품질이 좋냐 나쁘냐에 따라 매출의 회복 속도가 차이 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와 언론의 관심이 북한 핵 문제로 옮겨간 것도 한몫한다. 4월15일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을 전후해 미국 항모전단이 한반도에 전개되면서 위기가 고조됐다. 특히 북한이 태양절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하고, 다음 날 탄도미사일을 실험 발사하면서 중국 내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이에 중국 정부는 자국민의 북한 관광을 전면 중단시켰다. 4월17일에는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미사일 발사가 불 위에 기름을 붓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그동안 북한을 옹호해 온 ‘환구시보(環球時報)’조차 “만약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원유 공급 중단 등 유엔 안보리의 새 대북 제재 결의를 지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지어 중국인들 사이에는 북한 혐오감이 퍼지고 있다. 또한 북핵 문제로 인해 사드가 배치된 상황을 이해하는 이들도 증가했다. 3월15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스승으로 유명한 쑨리핑(孫立平) 칭화(清華)대 교수는 “사드 배치는 북핵 문제로 촉발됐기에 외교 경로로 해결해야 한다”며 반한 감정을 조장하는 중국 언론을 비판했다.

 

물론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롯데마트는 중국 전체 99개 점포 중 87개가 영업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중단된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도 풀릴 기미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또한 한국 상품의 대중 수출이 늘어난 배경은 중국 경기의 호전에 따른 선주문이 있었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실제 수출 증가를 주도한 품목은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 전자부품과 중간재다. 이들 물품은 중국 기업들이 대체할 파트너를 쉽게 찾기 힘들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4월10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북핵 문제로 오히려 반한 감정 줄어

 

무엇보다 중국 정부는 정국의 변화에 따라 언제 애국주의를 일으켜 반한 감정을 촉발시킬지 모른다. 이번 사드 보복 조치에서 드러났듯이, 중국은 독재체제의 유지와 강화를 위해 대외에서 공격 대상을 찾아 인민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전략을 취해 왔다. 1990년 초부터 학교와 직장을 중심으로 애국주의 교육을 시작했고, 지난해 7월 시진핑 국가주석도 “애국심은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주춧돌”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서구의 티베트 문제 압박, 일본과의 댜오위다오(釣魚島·센카쿠열도) 분쟁, 동남아 국가들과의 남중국해 분쟁 등에서 애국주의 캠페인을 적극 조장했었다. 따라서 중국의 의도를 잘 간파해 차분하게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 중국에서 10년 넘게 사업하는 한 교민은 “중국은 사드 보복 조치에 한국 언론이나 한국인들이 호들갑 떨며 감정적으로 맞대응하길 바랄 것”이라며 “민간 차원에선 교류를 꾸준히 추진하고 정부 차원에선 치밀하고 일관된 로드맵에 따라 중국 정부를 계속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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