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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국 “아마 야구 성장 못하면 프로도 함께 죽는다”

LG 트윈스 주장 ‘승리 요정’ 류제국 인터뷰 “4강까지는 무난하게 갈 수 있다”

이영미 스포츠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4.29(Sat) 15:00:00 | 14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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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메이저리그의 꿈을 안고 태평양을 건넜던 덕수정보고의 류제국. 고교 시절 청룡기대회에서 최우수선수상, 최우수투수상, 수훈상까지 싹쓸이했던 그로선 160만 달러의 계약을 맺고 시카고 컵스에 입단했을 때만 해도 금세 ‘제2의 박찬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는 대부분의 생활을 메이저리그보다는 마이너리그에서 보냈다. 이후 여러 팀으로 트레이드되며 정신없이 유니폼을 바꿔 입었고, 2009년에는 아예 무적 선수로 한 시즌을 보내다 2010년 4월 귀국하게 된다. 귀국 당시 류제국은 팔꿈치 부상을 당한 상태였다. 수술을 받은 후 군 복무를 위해 입대하면서 선수 생활은 잠시 중단됐다. 군 복무를 마치고 2013년 1월 LG 트윈스와 입단 계약을 맺은 류제국. 2013년 12승2패, 2014년 9승7패, 2015년 4승9패, 2016년 13승11패의 성적을 거둔 그가 올 시즌 국내 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시즌 4승 고지에 올라섰다. 4월19일 대전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 류제국을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올해도 어김없이 류제국한테는 ‘1회 징크스’란 타이틀이 뒤따른다. 1회 시작과 함께 위기를 맞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2016시즌에도 1회 피안타율이 0.339. 시즌 평균인 0.255보다 훨씬 높았다. 흥미로운 건 1회부터 불안하게 출발한 류제국이 이닝을 거듭할수록 안정감을 찾아가는 것은 물론 타선이 폭발하거나 계투진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면서 류제국에게 승리를 안겨준다는 사실이다. 4월20일 한화전에 선발 등판했을 때도 1회에만 투구수 29개를 기록하며 고전하다가 2회부터 서서히 살아났고, 앞선 등판이었던 4월14일 잠실에서 벌어진 kt전에서도 1회 솔로 홈런 포함해 3안타를 맞으며 흔들렸지만 1점만 내주고 이닝을 넘긴 끝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류제국과의 인터뷰 시작은 바로 이 내용이었다.

 

© 시사저널 최준필


 

도대체 1회에 흔들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나도 잘 모르겠다. 지난 시즌부터 1회 피안타율이 높다 보니까 1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불안해지는 부분도 있다. 1회를 마무리하고 내려와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긴장하고 던지니까 공이 제구가 안 되는 편이다. 타자와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신인도 아니고 산전수전 다 겪은 투수의 대답치곤 다소 의외다.

 

“올시즌은 지난해보다 더 어렵게 시작했다. 캠프 때 담이 걸려서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탓에 구속도, 제구도 엉망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다승 1위다. 정말 아이러니하다.”

 

상대 타자들이 낮은 구속에도 공략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선수들이 말하기로는 공의 휘는 각도가 심하다고 하더라. 특히 치기 직전에 휘는 각도가 크다 보니 빗맞은 타구가 많이 나오고 파울 타구도 늘어난다는 얘기를 들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꾸역꾸역 등판해서 승수를 챙긴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류제국은 미국 애리조나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 동안 불펜 투구를 거의 못했다고 털어놨다. 담 증상에다 두 차례의 무릎 수술 후유증으로 러닝 훈련을 걸렀고,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훈련량이 부족하다 보니 구속이 떨어지는 건 당연했다. 

 

4월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LG 류제국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운이 좋다고 말해야 하는 건가. 쉽게 이해가 안 간다.

 

“3승을 이뤘지만(인터뷰 다음 날인 4월20일 4승 달성) 투구 내용은 완전 엉망이었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데 내가 어떻게 던지는지 모르겠더라. 투구할 때마다 밸런스가 흔들렸다. 공을 뿌린 후 ‘아차’ 싶을 때도 있었지만 타자들이 그 공을 치지 못했다. 25년간 야구하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투수코치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

 

“캠프 때 훈련이 부족해서 밸런스가 무너진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지금 투구감은 썩 좋지 않지만 시즌 중반에 다다르면 이전의 모습을 되찾게 될 것이라고 조언해 주셨다. 그런데 코치님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145~147km의 공이 아닌 135km의 공에도 땅볼이 나오니까. 공이 많이 휘어서 그런가 싶다.”

 

미국에서 야구할 때만 해도 류제국 하면 강속구 투수로 불렸다. 그런데 지금은 구속이 이전처럼 나오지 않는다.

 

“미국에선 97~98마일의 공을 던졌다. 아무리 못 던져도 140km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140km가 최고 구속이고, 그것도 두 번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 내 멘털에 문제가 있는 건가? 사람들은 내게 잘 던지고 있다고 위로를 전하지만 나로선 스피드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 4월1일 넥센과의 경기에서 1회 선두타자 서건창에게 볼넷을 내준 적이 있는데 당시 구속이 127km였다. 내 딴에는 전력투구한다고 던진 공이었다. 당시 혼잣말로 ‘아무렴 어떠냐. 타자만 아웃시키면 되는 거지. 얻어맞지 않으니까 괜찮다’라며 스스로 위안을 삼기도 했었다.”

 

이전에 1실점을 하고 패전투수가 된 적이 많았는데 그에 대한 보상인 건가.

 

“하하, 나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2015년 4승9패 했을 때 진짜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1점 주고 패전투수가 되곤 했으니까. 올해는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등판을 이어가고 있는데 타선과 중간계투진의 도움이 크다. 나로선 엄청난 선물을 받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LG가 시즌 초반 6연승을 이어가다 5연패에 빠지기도 했었다. 류제국 선수의 투구 내용처럼 팀 성적도 급락을 반복했다.

 

“그래서 ‘야구는 모른다’는 말이 있는 게 아닌가. 좀 전에도 말했지만 25년 동안 야구만 했는데 아직도 이 야구를 잘 모르겠다. 우리가 6연승하고 있을 때 5연패할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나. 처음 2패째 접어들었을 때는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연패가 늘어날수록 조금씩 초조해지기 시작하더라. 그렇다고 해서 선수들 앞에서 내색하기가 어려워 겉으로는 ‘괜찮아. 우리는 데이비드 허프(LG 에이스)와 임정우(마무리 투수)가 없는데도 이 정도 하는 건 굉장히 잘하는 것이다’라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주장이라 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될 것 같았다. 시즌 초반에 좋지 않은 경험을 하는 게 오히려 더 자극이 된다고 좋게 받아들였다.”

2017 KBO 미디어데이에서 LG 양상문 감독이 주장 류제국과 다정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야구 시작한 이래 수술한 횟수가 얼마나 되나.

 

“대여섯 번 정도 됐던 것 같다. 중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어깨 수술을 받았고, 2004·2010년 팔꿈치, 2014년 무릎, 그리고 2015년 다시 찢어진 무릎 연골 부분을 꿰매는 수술을 했다.”

 

어깨, 팔꿈치, 무릎 등 가장 중요한 부위를 수술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재기에 성공했다.

 

“중학교 때는 어려서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별로 없었다. 가장 무서웠던 수술이 한국으로 돌아온 직후 팔꿈치 수술을 받았을 때이다. 수술 후 공익근무로 입대한 터라 재활 과정에 어려움이 많았다. 2014년 겨울 무릎 수술을 받았을 때는 이전의 수술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고, 곧 다시 마운드에 오를 것이란 자신감도 있었다. 목발을 떼고 제대로 걸을 수 있게 됐을 때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날씨가 더운 사이판에 가서 죽기 살기로 훈련에만 매달렸다. 내가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런데 2015시즌을 앞두고선 6개월가량 살도 많이 빼고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복귀를 준비했었다. 야구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시간 동안 공을 들여 재기를 준비했는데 결과는 4승9패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 10년을 미국에서 생활한 터라 한국의 야구 문화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처음에는 한국의 선후배 문화가 상당히 어렵게 느껴졌다. 똑같은 얘기도 내가 하면 ‘싸가지’ 없는 말로 전달됐으니까. 내 입에서 메이저리그, 미국 야구에 대한 얘기가 나가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보단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되더라. 그래서 주장을 하고 싶었다. 많은 선수들과 대화를 하고 싶어서.”

 

바람대로 지난 시즌부터 LG 주장을 맡고 있다. 어려움은 없었나.

 

“형들이 날 이해해 주지 못했다면 주장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주장을 맡은 이후 여러 가지 혜택들이 후배들에게 더 많이 돌아가게 했다. 형들 입장에선 불쾌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많이 배려해 주셨다. 선배들이 적은 운동량을 소화한다면 야구 기량 면에서 혜택 받는 건 후배들의 몫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과정을 이해시키고 싶었고, 결국 이해받았고, 지금은 모두가 한마음으로 움직인다.”

 

류제국은 LG 베테랑 선수들 사이에서 ‘문제적 인물’이었다. 워낙 가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스타일이라 선배들 눈에는 류제국이 갖고 있는 색깔이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른다. 그런 류제국이 2군 선수단을 비롯해 1군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단, 프런트 직원들까지 모두 참여한 투표에서 80% 이상의 지지를 받으며 주장에 뽑혔다. 류제국은 이를 두고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LG의 주장은 계속 야수조에서 나왔던 터라 투수조 주장은 13년 만의 일이었다고 한다. 

 

4월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위즈 대 LG 트윈스의 경기. 7회 초 kt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은 LG 선발투수 류제국이 주먹을 불끈 쥐며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시즌 앞두고 LG가 유니폼 디자인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11년 만에 구단 로고를 발표했는데 팬들은 새 로고가 들어간 LG 유니폼이 역동적이고 강인하기보다는 촌스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선수들은 이걸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궁금하다.

 

“내 눈에는 나쁘지 않았다. 내가 원래 덩치는 커도 여자 애들처럼 캐릭터를 좋아한다. 지금 로고 디자인은 귀엽고 심플하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 일부 선수들은 로고 디자인이 강해 보이지 않는다고 불평했지만 우리가 야구 잘해서 2·3년 연속 우승하면 이 디자인을 본 팬들은 강인함을 먼저 떠올릴 것이란 얘기도 들려줬다. 그리고 이건 농담인데, 그동안 유니폼 판매량이 적어서 속상했다. 로고가 바뀌면서 선수들 유니폼을 구입하는 팬들이 늘어났다고 들었다. 굉장히 고무적인 현상이다(웃음).”

 

시즌 개막 직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이사회에서 메리트(승리수당) 제도 부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며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팬 사인회나 구단 홍보 영상 촬영 등의 행사에 불참하겠다고 해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그로 인해 이호준 선수는 선수협 회장직을 그만두기도 했다. 이사회(각 팀 주장들이 선수협 이사를 맡고 있다) 일원으로서 이런 반응이 나온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부분은 내가 말하기가 상당히 조심스럽다. 그러나 이호준 선배가 이 일에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사퇴한 건 정말 안타깝다.”

 

한 가지 더 예민한 질문을 던진다. 지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대회에서 한국대표팀의 예선 탈락을 두고 한국 야구의 질적 저하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한국 야구를 미국 야구와 비교한다면 어느 정도의 수준 차이를 보인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계속 어려운 질문만 받는다(웃음). 미국 야구에 비해 한국 야구의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아마추어 야구의 저변 확대가 실제로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10년이란 시간 동안 일부 스타플레이어들 빼고는 선수들이 많이 바뀐다. 그런데 한국은 10년 전의 선수들이 지금도 각 팀에서 대표급 선수로 뛰고 있다. 세대교체의 기간과 상황이 쉽지 않은데 가장 큰 이유가 프로에서 뛸 만한 아마추어 선수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신인 드래프트 1차 1번으로 뽑힌 선수들 중 지금 1군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몇 명이나 될까. 대부분 2군에서 절치부심 중이다. 가장 큰 이유가 실력과 기량 차이다. 1군에서 뛸 만한 실력이 안 되는 것이다. 한국의 아마추어 야구 실력이 자꾸 떨어지다 보니 프로 입문 후에도 반복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본다. 신인들이 프로 들어오면 내게 이런 질문을 한다. ‘선배님, 커브는 어떻게 던져요? 체인지업은요?’라며 그 비법을 알려달라고 부탁한다. 그때마다 내가 하는 말이 있다. ‘직구나 똑바로 던져라’라고. 고교 야구 출신의 투수들 중 제대로 직구를 던지는 투수가 몇 명이나 될까 싶다. 아마 야구가 성장하지 못하면 프로도 함께 죽는 것이다.”

 

이번엔 재미있는 내용이다. 우리 팀에 꼭 데려오고 싶은 타자 2명을 꼽는다면.

 

“(주저 없이) 두산의 김재환과 삼성의 구자욱이다. 김재환은 힘이 좋기도 하지만 외야로 타구를 날릴 줄 안다. 주자가 득점권에 있을 때 희생플라이를 쳐서 1점을 올릴 수 있는 실력파이다. 구자욱은 중장거리 타자인 데다 발이 빠르지 않나. 투수 입장에선 선두 타자가 발이 빠르면 신경이 쓰인다. 두 선수는 우리 팀 색깔에 꼭 필요한 선수들이다.”

 

올 시즌 LG는 어디까지 올라갈 예정인가.

 

“시즌 초반 6연승할 때만 해도 무조건 한국시리즈 진출한다고 생각했었는데(웃음), 4강까지는 무난하게 갈 수 있을 것이다. 일단 4강 진출을 목표로 하고 열심히 노력하겠다.”

 

여전히 소년 같은 이미지를 하고 있는 류제국은 어느새 두 아들의 아빠이자 학부형이다. 친구들에 비해 비교적 일찍 가정을 꾸린 그는 가족들이 없었다면 미국에서 방출당해 갈 곳이 없을 때 야구를 포기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올 시즌 다시 ‘승리 요정’으로 거듭나고 있는 류제국의 거침없는 질주가 계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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