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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선주의’에 무늬만 공동개최 될라

북미 3개국 월드컵 공동개최 추진, 변수는 트럼프 美 대통령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4.30(Sun) 14:30:00 | 14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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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캐나다, 멕시코의 북미 3개국이 오는 2026년 월드컵 유치를 공식적으로 신청했다. 당초 단독개최를 추진했던 미국이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본선 참가국 숫자를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리자 공동개최로 방향을 틀었다. 2016년 2월부터 FIFA의 수장이 된 지아니 인판티노 회장은 자신의 핵심 공약이었던 본선 48개국 체제를 지난 1월 FIFA 위원회에 상정했다. 월드컵 규모를 확장하며 상업적 성과를 키우려는 FIFA의 의중을 따른 회원국은 만장일치로 가결시켰다.

 

FIFA는 48개국이 참가하는 2026년 월드컵의 예상 수입을 7조700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FIFA의 주요 정책과 입안은 각 회원국이 1표씩 행사하는 FIFA 총회를 통해 결정된다. 공평하게 1표를 갖고 있는 아시아·아프리카·북중미의 지지를 가장 적극적으로 이끌었다. 중국, 인도 등 그동안 본선 무대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잠재적 시장 진출에도 유리하다. 인판티노 회장은 48개국 체제 지지를 이끌어내며 장기 집권으로 가는 길을 열기도 했다.

 

4월10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빅터 몬타글리아니 캐나다축구협회 회장(왼쪽), 수니 굴라티 미국축구협회 회장(가운데), 데시오 데 마리아 멕시코축구협회 회장이 2026 월드컵을 공동 유치하기로 합의했다. © AP 연합

 

 

美, 본선 48개국 체제에 공동개최로 선회

 

미국은 이 과실을 가장 먼저 따기 위해 덤볐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48개국 체제는 대회 기간과 경기 숫자의 급증을 동반한다. 세계 최고의 스포츠 인프라를 갖췄고 1994년 월드컵을 치른 바 있는 미국에도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때 낸 해결책이 캐나다와 멕시코를 참여시키는 것이었다. 시장성을 지닌 미국, 축구 열기가 세계 최고인 멕시코, 미국 못지않은 인프라를 갖춘 캐나다의 공동개최라면 48개국 체제를 능히 감당할 수 있다는 평가다. 북중미축구연맹(CONCACAF)은 4월11일 3개국을 대표해 2026년 월드컵 유치를 공식적으로 신청했다.

 

월드컵 공동개최는 지난 2002년 열린 한·일월드컵이 유일하다. 유럽선수권은 2000년 네덜란드·벨기에 공동개최를 시작으로 2008년 오스트리아·스위스, 2012년 폴란드·우크라이나가 힘을 모으며 재정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회를 유치했다. 하지만 3개국 공동 개최는 좀처럼 찾기 어려운 케이스다. 2007년 아시안컵이 동남아 4개국인 베트남·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 공동개최로 열린 바 있다. 공동개최는 비용을 줄이고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언어, 화폐의 통일성과 이동의 어려움으로 인해 많은 대회가 기피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북미 3개국 공동개최의 명분은 ‘화합’이다. 수니 굴라티 미국축구협회 회장은 공동개최 추진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북미 3개국이 화합할 계기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올해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불법 이민자층을 겨냥해 양국 국경에 벽을 세우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자 캐나다 이민 관련 사이트가 접속 폭주로 다운되는 등 북미 3개국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과 분열이 일고 있다. 이 불안한 정세를 축구로 치유하겠다는 것이 굴라티 회장의 이야기였다.

 

미국축구협회가 단독개최 시도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도 있다. 2022년 월드컵 유치에 실패한 뒤 자연스럽게 차기 대회 개최를 준비했던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변수였다.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반이민 행정명령은 아랍권 회원국의 반발을 사는 자충수였다. 알렉산더르 체페린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반이민 행정명령은 축구계가 미국을 평가하는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월드컵 유치에 도움이 안 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체페린 회장의 지적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었다. 미국의 정치적 결정 때문에 선수들이나 취재진이 입국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대회 행정 자체가 혼란을 빚는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회원국과 영향력을 확보한 UEFA가 아랍권 회원국과 함께 미국이 관여하는 월드컵 개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면 투표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슈를 피하기 위해 미국이 택한 것이 3개국 공동개최안이다.

 

 

미국의 욕심이 공동개최 걸림돌

 

하지만 공동개최를 위한 내부 합의에서도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화합을 목적으로 한다면서 시장성을 위해 대다수 경기를 미국에 배정하려고 하는 유치위원회의 결정 때문이다. 미국 쪽은 2026년 월드컵 동안 치러질 80경기 중 60경기를 자신들이 가져가겠다는 계획안을 내놨다. 멕시코와 캐나다엔 10경기씩 배정된다. 굴라티 회장도 “미국은 단독개최가 가능하지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양보한 것이다”라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선택은 오히려 파트너인 멕시코의 반발을 사고 말았다. 멕시코 축구계는 “우리는 두 차례나 월드컵을 단독으로 치른 바 있다. 이런 식의 제안은 멕시코 축구를 무시하는 행위다”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역대 월드컵 중 유일하게 공동개최로 열린 한·일월드컵은 한국과 일본이 정확히 절반인 32경기씩을 개최했다. 개막전은 한국이, 결승전은 일본이 가져갔다. 3개국 체제로 시도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미국의 욕심이 오히려 분란을 일으키는 셈이다. 2026년 월드컵은 전전 대회(2018년 러시아)를 가져간 유럽, 전 대회(2022년 카타르)를 치르는 아시아가 유치할 수 없다. 북미, 남미, 오세아니아, 아프리카의 경쟁인데 호주 정도를 제외하면 명분이나 인프라에서 경쟁할 만한 후보가 없다. 이미 유치전에서는 가장 먼저 입장을 밝히고 위원회를 만든 북미가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변수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한 지역 내 분란과 감정의 해소로 협력의 폭을 높이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 스스로의 욕심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렸다. USA투데이와 뉴욕타임스 등은 이번 공동개최 추진을 실제로 주도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보도했다. 굴라티 회장도 공동유치를 선언하며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 정부의 정식 지원을 받고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완벽한 협력하에 공동유치를 희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멕시코의 참여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강력한 지지를 보냈다”며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무늬만 화합을 강조한 공동개최가 되느냐, 축구가 내세우는 가치를 달성하는 명예와 실익을 모두 잡는 성공적인 공동개최가 되느냐는 중심축인 미국의 입장에 달렸다. 2026년 월드컵 개최지는 2020년 5월 결정된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말 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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