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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시대…돼지발정제가 최음제라니!

‘최음제’ 논란, 여자를 性的 정복의 대상으로 보는 성적 가치관 반영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5.04(Thu) 16:00:00 | 14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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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돼지발정제’가 대선 정국의 중심에 섰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10여 년 전에 펴낸 회고록 때문이다. 그가 대학생 시절, 룸메이트였던 친구가 짝사랑하던 여학생을 ‘정복’하기 위해 성(性)흥분제인 돼지발정제를 구입해 달라고 부탁했고, 그는 하숙집 친구들과 합심해서 그것을 구해 주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그 친구는 실제로 돼지발정제를 술에 타 그 여학생에게 먹였고, 술에 취한 여학생을 여관으로 데려가 섹스를 하려다가 그녀가 깨어나 봉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돼지발정제는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실제로 돼지발정제가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하는 문제가 최대의 관심사가 되었다. 자질 논란에 따른 대선후보 사퇴 여론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홍 후보는 ‘철없던 시절의 치기 어린 짓이었고 반성하고 있으니 그만 용서해 달라’고 읍소했다.

 

© 일러스트 정재환


“돼지발정제, 사람에게도 효과 있나”  

 

필자는 이 사태를 보면서 한 여학생이 떠올랐다. 당시 필자가 청소년성폭력상담소에서 일할 때이니 벌써 10여 년도 더 전의 일이다. 어느 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 저편의 젊은 여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성폭력을 당한 것 같다. 도와 달라”고 했다. 30여 분 후 만난 그녀는 어린 여대생 A였다. A는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것 같은데, 전혀 기억이 없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오히려 자신이 성폭행을 당한 것인지를 물어왔다.

 

그 전날 A와 친구 B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과의 남자 선배 C의 초청으로 그의 오피스텔을 찾았다. 거기엔 C의 친구 D도 있었다. 이야기도 하고 놀다가 C가 맥주를 마시자고 권해 함께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기억이 없다는 것이다. 평소대로라면 맥주 한 잔 정도에 취했을 리가 없는데, A가 깨어난 시간은 늦은 아침이었다. 자신은 침대에 누워 있었고, C와 D는 바닥에, B는 소파에서 자고 있더라는 거다. 그녀의 기억이 온전하진 않았지만, 드문드문 생각나는 중에 자신이 ‘술에 취해’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D가 따라 들어와 뒤에서 껴안았던 생각이 나고 뿌리쳤던 것 같은데 그 후로는 생각이 안 난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C와 D는 아무 일도 없었다고 발뺌을 한다는데, 산부인과의 검진 결과 A는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자괴감에 괴로워하던 A는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유학을 떠나겠다고 얼마 후 알려왔다. 이런 한국에서 더 살고 싶지가 않다며. 혹시 그때 A양도 돼지발정제의 피해자가 아니었을까.

 

최음제와 정력제는 다르다. 정력제는 성적인 힘이나 성건강의 의미에 좀 더 가깝다. 보통 정력제는 섹스를 주도하는 남자들이 주 수요층이다. 이에 반해 최음제는 섹스를 유발하는 성욕을 촉진하거나, 성기의 성감을 높여 쾌감을 증가시키는 목적으로 주로 이용한다. 가장 악명이 높은 최음제는 유럽 남부에 서식하는 딱정벌레의 일종인 스페니쉬파리로, 이 효능은 로마인들로부터 전승되어 여러 문학작품에도 나오고, 서구에서는 여전히 최음제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1758년에는 프랑스의 한 남자가 이것을 먹고 지속발기 상태가 되어 하룻밤에 40번이나 섹스를 한 후 죽었다는 이야기도 전해 오는데, 사실이라면 무서운 최음성 독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최근 성흥분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돼지발정제로 사용되는 것의 성분은 ‘요힘빈’이다. 요힘베 나무에서 추출되는 것으로 말초혈관 확장 작용, 체내 발열, 성기혈관 확장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요즘에는 사람에게 사용하지 않지만, 예로부터 성흥분제로 알려져 왔으며, 발기부전 치료제로 이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임상시험에서 경련·발작·과호흡, 심하면 사망할 수 있는 등의 위험성이 확인되어 현재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사용금지 약물이다. 이 돼지발정제는 그야말로 돼지의 배란을 촉진하기 위해 사용되는 약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동물용의약품으로 분류된 탓에 농식품부와 보건복지부 모두에서 관리 대상이 아니어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돼지발정제는 거의가 불법의약품이다. 전혀 다른 용도로 인허가 받은 제품을 불법적으로 돼지발정제로 전용해서 사용하는 것이라는데, 국내에 얼마나 수입되는지 국내 생산유통량은 어느 정도인지 파악되지 않는다니 더욱 걱정스럽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이 돼지발정제를 여자에게 나쁜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돼지발정제를 커피나 술 등 음료에 타 여자에게 먹이면 몸이 더워지고, 의식이 마비되며, 졸리게 되는데, 이렇게 여자를 무기력하게 만들어 성폭력 범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그래서 몇 년 전 한 국회의원은 이 돼지발정제의 유통에 대한 심각성을 지적하며, ‘돼지발정제류가 대표적인 최음약품으로 인식돼 유흥가와 청소년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오용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농어촌 가축병원 수의사나 동물의약품 유통업자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의 성인용품점에서 ‘스페니쉬 플라이’ ‘뿅알탄’ ‘물뽕’ ‘골뱅이떡’ 등으로 불리며,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이름만 들어도 이 약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이름 역시 성폭력적인 의도가 읽힌다. 그런데 이 돼지발정제가 생각보다 구하기 쉽고, 그 용도가 주로 여자들에 대한 성범죄 도구로 사용된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외국에서도 ‘강간약’이라 정의하고, 강력하게 규제를 하고 있을 정도니 효과가 전혀 없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홍 후보가 마치 무용담처럼 자랑했던 자신의 대학 시절 당시엔 여자들에게 성적인 윤리가 더욱 강요되곤 했다. 키스를 하거나 섹스를 하면 당연히 그 남자와 결혼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되었고, 그 때문에 남자들은 ‘깃대를 꽂으면’ ‘일단 자빠뜨리면’이란 말을 공공연히 자랑하던 ‘야만의 시대’였다. 실제로 그렇게 당해 결혼한 여자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달라졌을까? 여자를 남자의 성적 정복의 대상, 혹은 남자보다 못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성적 가치관은 이제 바뀌었을까? 이번 논란이, 적어도 섹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의 자발적인 동의’이며, ‘그것을 존중하는 것’이라는 점을 사회에 환기시키는 계기라도 되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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