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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진짜 우리의 우방인가

[권상집 교수의 시사유감] 자국 이익만 중시하는 세계 최강국 미국의 두 얼굴

권상집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5.03(Wed) 13:5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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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미국의 두 얼굴을 이야기하는 건 언제나 조심스럽다. 졸지에 반미, 친북 등으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북한의 남침에 대해 효과적으로 방어 전선을 구축하고 역습을 펼친 것도 미국이며 맥아더 장군이 아니었으면 이미 적화 통일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이 땅엔 적지 않다. 북한과의 대치 상황 속에서도 대한민국 5000만 국민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것도 3만5800명에 이르는 주한미군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기 위해 외교안보 분야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은 ‘미국과의 굳건한 동맹’을 약속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점을 미국 정부가 모를 리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대한민국의 대선 한 가운데 태풍을 몰고 왔다. 취임 100일을 앞두고 진행된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경북 성주에 배치한 사드에 대해 10억 달러(1조1320억)의 비용을 대한민국이 지불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히 피력했다. 쉽게 말해 “북한과의 대치 위협 속에 너희를 위해 우리가 사드라는 최첨단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했으니 그 비용은 당연히 너희 한국이 제공해야 한다”는 일종의 세금계산서 통보였다. 심지어 그는 최근 연이어 불거진 한반도 위기 상황 속에서 “북한과 심각한 충돌이 생기는 결말로 갈 가능성이 있다”며 한반도를 전쟁 공포 분위기로 몰아넣었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 대선 후보들은 아연실색하며 저마다 대처방안을 심각하게 모색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27일(현지시간) 사드배치와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외교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협상력이다. 참고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지난 2007년에 분석한 대한민국의 협상 역량은 목표 설정과 창의적 대안 창출, 협상 우위 선점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 협상 주도력에서 전 세계 주요 국가 중 꼴찌를 기록했다. 국내 상당수 협상 서적이 “상대의 패(안건)를 살펴보고 유연하게 대처하라”고 가르치지만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일관되게 “협상에서 안건은 무조건 먼저 제시하되 가장 높은 가격 또는 조건을 제시해서 상대를 압박하고 유리한 지점을 먼저 선점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와 같이 자신의 안건을 유리한 방향으로 먼저 제시하는 것을 협상에서는 ‘앵커링’(Anchoring)이라고 부른다. 어차피 협상은 밀고 당기기 전략이므로 가장 높은 가격을 불러서 상대를 초기에 압박하는 것이 최적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 노련한 기업가 출신답게 국내 대선 상황의 틈을 노려 곧바로 10억 달러를 한국이 지불해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앵커링)했다. 아울러 한반도는 심각한(major) 충돌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암시, 차기 대한민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거절할 경우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여지마저 남겨뒀다. 국내 대선 후보들이 10억 달러 지불 건에 대해 혼란에 빠지자 급기야 미국은 한국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많이 내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또는 폐기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이미 사드 배치 이슈, FTA 협상 등에서 우리는 모든 유리한 조건을 미국에게 앵커링 당함으로써 협상 주도력을 완전히 빼앗기고 말았다.

 

이에 대해 국내 유력 대선 후보들은 트럼프의 “사드 10억불은 한국이 지불해야 한다”는 선제적 안건 제시에 대해 미국 정부의 전략적 의도가 담긴 발언이니 크게 염려할 것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곧바로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과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재차 ‘사드 비용은 미국 측 부담’이라는 양국의 기존 합의 내용을 확인했다며 사드 비용과 관련된 이슈를 성급히 잠재웠다. 그렇다면 《워싱턴타임스》,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사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은 실언을 한 것일까.

 

맥마스터 보좌관은 “동맹국들의 비용 분담은 미국 국민의 여망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서둘러 진화했지만, 이 말을 다시 풀어보면 결국 “미국 국민들이 끝까지 동맹국들의 비용 분담을 원하면 사드 비용 지불은 최종적으로 너희가 해야 할 것”이라는 반강압적 발언과도 같다. 정부 차원에서는 동맹국에게 비용 부담을 요구하긴 싫지만 자국 국민들의 여망을 외면할 수 없다는 식의 이유를 핑계로 들어 미국은 대한민국에게 방위비분담금 인상 또는 경제 이슈인 FTA 재협상 등의 적극적 양보를 또 다른 측면에서 받아내려고 할 것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다른 동맹국들에게도 미군 주둔비용 인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력을 보면 매우 영민(穎敏)하다. 사드 배치의 타당성 및 비용 관련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대한민국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기 직전에 협상의 핵심 안건인 비용에 관해 10억 달러라는 선제적 공격을 진행했다. 비용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가 난색을 표명할 경우 이를 양보하는 스탠스를 취하는 대신, 미국 국민들의 여망을 외면할 수 없다는 핑계를 빌미로 FTA 협상의 전면 폐기나 재협상, 또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이슈를 제시할 것이다. 여의치 않으면 북한과의 충돌 가능성을 이유로 사드 배치에 대한 10억 달러 지불을 더 세게 우리에게 요구할 것이다. 누가 될지 모르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은 앞으로 미국과의 외교 협상에서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 운명에 처해 있다.

 

우리가 그토록 든든한 동맹 또는 우방이라고 생각하는 미국. 그러나 그들은 이번 사례에서 보듯이 언제나 자국의 이익을 최고로 내세우며 동맹국을 자신들의 종속 국가쯤으로 치부한다. 사드 이슈만 해도 그렇다. 대한민국이 현재 대선 한복판에 놓여 있자 차기 정부와 사드 문제를 협상하겠다고 겉으로는 주장하면서도 사드를 기습적으로 배치하고 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조1320억이 넘는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고 있다. 배치만 하면 그뿐인가. 유지비용도 매년 250억원이 소요된다. 대한민국과의 든든한 동맹을 미국 정부는 부르짖고 있지만 정작 한반도의 위기 관련 논란에 대해서 미국은 지금도 당사자인 대한민국을 제외하고 중국 및 일본과 긴밀하게 논의한다.

 

미국은 세계 평화를 위해 경찰국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겉으로는 자임(自任)하지만, 속으로는 언제나 자국의 이익 강화를 기저(基底)에 깔고 정치, 경제, 외교안보 영향력을 세계 곳곳에 행사한다. 역사적으로 미국이 전쟁을 진행했던 사례들을 돌이켜 보면 해당 국가의 평화나 체제 안정을 위해서라기보다 미국 대통령의 자국 내 지지 여론 확보 또는 미국 국방 산업의 경제적 부흥을 위한 경우가 훨씬 많았다. ‘미국의 굴욕’을 쓴 저자 크리스 헤지스는 기업과 정부가 결탁해서 부의 권력에 노예가 된 법인형 국가가 바로 세계 최강국 미국의 진짜 모습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라고 대한민국을 비난하며 일본이 한국을 차지해야 한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힌 이가 있다. 과연 누굴까? 놀랍게도 19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미국의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이다. 그는 무능한 정부인 한국을 유능한 일본이 통치하는 것이 타당하고 주장했고 그 대가로 19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이런 추악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열심히 하면 언제든지 똑똑한 사람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말은 평범한 수험생들에게 한때 화제처럼 인정받았고 지금도 어록처럼 여겨지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은 선거 출마 때마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시어도어 루즈벨트’를 꼽는다.

 

그러나 그가 1901년 미국이 가진 힘의 외교를 자랑하기 위해 “말은 부드럽게 하되 채찍은 큰 걸 갖고 다녀야 한다”라는 말을 한 사실을 기억하는 이는 별로 없다. 1901년 시어도어 루즈벨트 외교안보의 핵심 이념인 “말은 부드럽게, 채찍(압박)은 크게”가 바로 루즈벨트의 진짜 본 모습이자 2017년 트럼프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 기조이다. 세계 평화와 안정이 아닌 자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만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일방적 힘의 외교, 이게 바로 미국의 진짜 민낯이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어떤 존재일까. 그들은 정말 대한민국을 든든한 우방 또는 동맹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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