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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경제 활력 위해 새정부 역할 확대 필요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5.06(Sat) 17:00:00 | 14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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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경제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정부의 역할에 대한 논쟁이다. 가계에 이어 기업마저 자금잉여 주체로 전환되고 있는 만큼 조금 더 큰 정부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제 주체를 크게 가계·기업·정부·해외 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국민 경제 전체로 보면 가계는 저축의 주체이고, 기업은 투자 주체이다.

 

최근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국민계정이나 자금순환계정에 따르면, 가계의 저축률은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예를 들면 2002년에 1.0%까지 떨어졌던 가계순저축률이 지난해에는 8.1%로 높아졌다. 또한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가계(비영리단체 포함)가 금융회사에 저축한 돈이 빌려 쓴 돈보다 71조원 더 많았다. 가계 부채가 크게 증가했지만, 가계는 저축의 주체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5월2일 MBC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대선후보들. ⓒ 국회사진취재단


문제는 기업에 있다. 지난해 설비투자가 2015년에 비해 2.3% 줄었다. 설비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1%로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계속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16년 기업의 자금 부족 규모가 1조원에 그쳐 2011년 73조원에 비해 대폭 줄었다. 분기별로는 지난해 3분기부터 기업이 자금잉여 주체로 전환하고 있다. 기업이 금융회사에 저축한 돈이 차입한 돈보다 많아진 것이다. 지난해 말 우리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551조원에 이르렀다.

 

가계가 저축을 늘리고, 기업이 투자를 줄이다 보니 국내에서 잉여자금이 해외로 나가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해외 직접투자나 증권투자로 나간 돈이 990억 달러로 경상수지 흑자를 웃돌 정도였다.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소비와 투자가 크게 늘 가능성은 낮다. 국내에서 남은 돈이 해외로 계속 나갈 전망이다. 그러면 우리 금융시장은 위축되고 경제성장률도 더 낮아질 것이다. 정부가 적극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차 산업혁명 등 메가트렌드와 인구 고령화에 따른 변화를 고려해 적자 재정이라도 편성해 잠재성장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물론 정부가 생산성이 높은 곳에 돈을 잘 써야 한다. 1990년대 초반 이후 일본 경제에서 가계 저축이 늘고 기업 투자가 부진하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정부가 돈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해 20년 이상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졌고, 정부 부채가 GDP의 250%에 이를 정도로 부실해졌다.

 

따지고 보면 1997년 외환위기는 기업과 은행의 부실이 쌓이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이었다. 당시 168조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이 투입되었는데, 결국 정부와 가계가 부담했다. 가계 부채가 높은 상황에서 정부마저 부실해지면 우리 경제가 또 다른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가계와 기업 등 민간 부문이 지나치게 위축되었기 때문에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 새 정부가 생산성이 높은 곳에 돈을 잘 써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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