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거운 대선? ‘2등’ 경쟁도 중요하다
  • 감명국 기자 (kham@sisajournal.com)
  • 승인 2017.05.0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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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2등 낙선자, 차기 대선에서 ‘대세론’ 형성해 와

 

13대 대선(1987)에서 2등 낙선한 김영삼 후보는 다음 14대 대선(1992)에서 당선됐다. 14대 대선에서 2등 낙선한 김대중 후보는 15대 대선(1997)에서 당선됐다. 15대 대선에서 2등으로 낙선한 이회창 후보는 비록 16대 대선(2002)에서도 2.3%포인트 간발의 차로 낙선의 고배를 마셨지만, 23등을 달리던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양자 단일화로 막판 역전되기 전까지는 시종일관 대세론을 형성하며 1등을 달렸다. 18대 대선(2012)에서 당선된 박근혜 후보는 17대 대선(2007) 때 여야 후보 통틀어 같은 당의 이명박 후보에 이어 줄곧 2등을 달렸고,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 후보에 밀려 2등으로 탈락했다. 18대 대선에서 2등으로 낙선한 문재인 후보는 이번 19대 대선에서 줄곧 대세론을 이어가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부처님오신날인 5월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 법요식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참석해 있다. ⓒ박은숙

 

 안철수와 홍준표, 2위 싸움이 치열한 이유

 

1등 한 사람만 당선의 영광을 독식하고, 나머지 후보들은 모두 낙선의 고배를 마시게 되는 대선. 하지만 이제 낙선자들이 모두 패배자로만 기억되지는 않는다. 1987, 16년 만에 대통령직선제가 부활된 이후 이번까지 모두 7차례의 대선을 치르면서 ‘1등 지상주의전쟁 양상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2등의 입지를 확보하는 것 또한 차기를 위한 중요한 승부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줄곧 선두를 달리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실제 당선 여부 못지않게,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2등 싸움이 더없이 뜨겁게 전개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2등이나 3등이나 낙선은 매 한가지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는 이유인 셈이다.

 

정치는 생물과 같아서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고 하지만, 유권자들의 수준이 점점 높아지면서 이제 예측 가능한, 검증되고 경험 있는 후보자들이 점점 더 신뢰받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2위 낙선자들이 선거 결과를 발판 삼아 자기 진영에서 굳건한 입지를 확보하고, ‘차기를 착실히 준비한 끝에 대세론을 형성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순위 못지않게 의미 있는 득표율도 중요

 

물론 2등과 3등의 순위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1등을 위협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득표율 또한 중요하다. 차기에서 자신의 경쟁력이 되는 탓이다. 13대 대선의 김영삼 후보는 비록 28.0% 득표율에 그쳤지만, 당시 유례없던 치열한 4파전 양상에서 올린 득표율이란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만했다. 실제 1위 노태우 후보(36.6%)와 불과 8.6%포인트 차였다. 더욱이 필생의 라이벌인 김대중 후보와의 치열한 2위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점은 한 번 더 펼쳐질 수도 있을 차기 양김싸움에 대한 경쟁력과 기대감을 갖게 했다.

 

14대 때 8.2%포인트 차로 낙선한 김대중 후보나, 15대 때 불과 1.6%포인트 차로 낙선한 이회창 후보가 차기 대선 때까지 대세론을 유지하며 재도전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득표율의 경쟁력을 과시한 때문이었다. 반면 17대 대선 때 2등으로 낙선했지만, 1등과 무려 22.6%포인트나 벌어지며 완패한 정동영 후보는 차기를 기약하지 못했다. 18대 때 2등 낙선한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후보와 불과 3.6%포인트 차 밖에 나지 않았다. 득표율 또한 역대 낙선자 중 최다인 48.0%였다. 문 후보는 이를 자신의 경쟁력으로 삼아 낙선 후에도 민주당 대표로 선출되는 등 줄곧 차기를 위한 발판을 다져왔다.

 

 2등은 차기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명분 확보

 

이번이 대선 본무대 첫 도전인 안철수 후보나 홍준표 후보의 경우, 서로 간의 맞대결에서 승리하고 의미 있는 득표율을 보여줄 경우, 이를 발판 삼아 차기 대선인 20대 대선 때는 대세론을 형성할 수도 있다. 지난 4월초 막을 내린 민주당 경선에서 선두 문재인 후보에 이어 안희정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2등 다툼이 치열했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될 수 있다. 안 후보가 간발의 차이지만, 이 후보를 제치고 2등을 차지함으로써 차기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명분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 대선은 더 이상 승자 독식에 의한 1등 지상주의만이 아닌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2, 그리고 의미 있는 득표율 또한 차기를 위해 상당히 중요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22의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자칫 싱거운 대선이 될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 이번 19대 대선의 승부처가 2등 경쟁 등 여러 군데에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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