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半統領(반통령)이 아니라 大統領(대통령)이 되려면
  • 박영철 편집국장 (everwin@sisajournal.com)
  • 승인 2017.05.08 19:59
  • 호수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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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대선의 결과로 탄생한 새 대통령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해야 할 일이 그야말로 태산처럼 산적해 있는 탓입니다.

일의 양도 많지만 난이도마저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대권을 잡았다는 기쁨은 잠시고, 임기 내내 불면과 고뇌의 밤을 보내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은 대통령제 국갑니다. 대통령이 잘해야 나라가 잘되고 대통령이 행복해야 국민도 행복합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냉엄하게 보면 이번 대선 TV토론에 출연한 주요 다섯 후보 중 누가 앞으로 이 나라를 5년간 이끌더라도 대통령이 아니라 반통령(半領統)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 시사저널 최준필

향후 5년도 별일 없으면 반통령이 될 공산이 크다는 말은 악담이 아닙니다. 현재 대한민국에 분열적 요소가 너무 많은 탓입니다. 이념 대립은 이제 고질화된 느낌입니다. 극심한 좌우 대립 탓에 이들 세력이 상대방 진영을 같은 국민으로 여기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새 대통령 앞에 위험요소가 너무 많다는 것도 불안한 대목입니다.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이 이뤄진 탓에 탄핵심판 후 60일 만에 대선이 치러져 제대로 검증이 안 됐다는 점과, 새 정권이 인수위도 없이 바로 출범해야 한다는 점이 우선 마음이 안 놓입니다. 둘 다 닥쳐올 혼란을 예고하지만, 특히 후자로 인해 당분간 극심한 혼란이 불 보듯 뻔합니다. 5월10일부터 박근혜 정권의 황교안 총리와 새 정권의 총리 내정자가 한동안 공존해야 하는 것 자체가 블랙 코미딥니다. 이 같은 신구(新舊) 공존은 각 중앙부처도 마찬가지고요.

 

국정 혼란을 예고하는 대목은 또 있습니다. 이번 대선은 어느 후보가 당선됐든 그 정당 단독으로 과반 의석은 불가능합니다. ‘사실상 연립정부’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새 대통령이 의욕을 갖고 정책을 추진하려 해도 야당들이 협조해 줄 가능성은 상당히 낮을 것으로 보입니다. 새 대통령은 전임자와는 정반대로 쉴 새 없이 반대세력을 만나 설득해도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새 대통령이 유연한 자세로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새 대통령에겐 당장 꺼야 할 급한 불이 있습니다. 이번 잡지 커버스토리로 다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입니다. 걸핏하면 ‘핵 불장난’을 하는 북한 노동당 위원장 김정은은 대한민국에서 국민적 스트레스의 주범입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주는 스트레스도 만만찮습니다. 그가 예측할 수 없는 언행의 소유자란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한반도로 오고 있지도 않은 항공모함을 오고 있다고 하지 않나, 사드를 경북 성주에 느닷없이 배치하더니 10억 달러를 달라고 하지 않나, 한국만 쏙 빼놓고 중국·일본의 정상들과 통화를 하지 않나, 속에서 천불이 날 지경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와 관련한 해결책을 저희 나름으로 찾아봤습니다. 역대 한국 대통령을 봐도 한·미 관계가 지극히 어려운 분야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레 겁먹을 필욘 없습니다. 세상만사 사람이 하기 나름입니다. 우리보다 국력이 훨씬 약한 베트남도 중국을 잘 다루는데 우리가 미국을 잘 다루지 못할 까닭이 없습니다.

 

지면 관계상 새 대통령의 과제를 이 정도로만 언급하겠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단 하나입니다. ‘국민통합’이 그것입니다. 국민통합만 되면 김정은이든 트럼프든 시진핑이든 아베든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새 대통령이 ‘탕평(蕩平)인사’로 첫 단추를 잘 꿰가길 바랍니다. 그러고 보니 새 대통령에게 축하인사를 빠뜨렸군요. 축하합니다! 대통령이 된 것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이니 사심(私心)을 버리고 살기 좋은 나라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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