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명 빠진 방송사 출구조사 믿을 수 있나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7.05.0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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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등 선진국서 시행하는 심층 조사 방식 올해부터 도입

 

5월9일 치러지는 제19대 대통령 선거에는 사전투표 제도가 처음 도입됐다. 5월4일과 5일 전국에서 실시됐고, 1100만 명이 이미 투표를 마친 상태다. 사전투표율은 26.06%로 지난해 총선의 2배가 넘는 투표율을 기록했다. 

 

문제는 사전투표 당시 방송사 출구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행법(공직선거법 제167조 2항)상 사전투표제의 경우 출구 조사가 금지돼 있는 만큼, 방송사 출구조사는 9일에만 실시되고 있다.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이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에서 대선 출구조사가 얼마나 정확하게 표심을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실제로 2012년 치러진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KBS 등 방송 3사는 출구조사를 통해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예측했다. 당시 방송 3사가 밝힌 득표율은 박근혜 후보 50.1%, 문재인 후보 48.9%였다. 

 

 

2016년 4월 실시된 총선 당시 서울의 한 투표소 밖에서 방송3사가 주관하는 출구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1107만 명 사전투표수 출구조사 변수

 

하지만 실제 득표율은 박 후보 51.6%, 문 후보 48.0%였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예측한 조사는 맞았지만, 출구 조사 예상치와 실제 득표 사이에 오차범위(±0.8%)를 넘어서는 차이가 발생해 정확성 논란이 일었다. 박근혜 후보의 출구 조사 예상치와 실제 득표는 1.5%P, 문재인 후보의 차이는 0.9%P였다. 

 

올해의 경우 지상파 3사와 한국방송협회가 구성한 ‘방송사 공동 예측조사위원회(KEP)’를 통해 출구조사가 진행된다.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 330개 투표소에 오는 약 9만9000명이 대상이다. 

 

칸타퍼블릭과 리서치 앤 리서치, 코리아리서치센터 등 3개 여론조사기관에 나온 조사원 1650명이 각 투표소 출구로부터 50m 이상 떨어진 지점에 배치된다. 이들은 투표를 마치고 나온 유권자 5명마다 1명씩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다. 이렇게 집계된 조사 결과는 지상파 3사에 각각 전달돼 투표가 종료되는 오후 8시 정각에 예상 당선자와 득표율이 동시 발표된다. 

 

변수는 1107만 명에 달하는 높은 사전투표수다. 투표율을 80%로 가정하면 모두 3398만 명이 투표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1107만 명이 투표를 한 만큼 방송 3사는 2291만 명만으로 표심을 가늠해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오차범위를 넘는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열려있는 상태다. 

 

 

“누구를 찍었냐”서 “왜 찍었냐”로 질문 방식 변화 

 

방송사 공동 예측조사위원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구조사에 사전투표 결과를 보정해 반영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일례로 지난 선거 때는 “누구를 찍었느냐”가 출구 조사의 유일한 질문이었다. 

 

 

19대 대통령선거일인 5월9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올해는 후보를 결정한 시점과 이유, 정치 성향 등도 입체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방식이다. 그 결과는 오후 8시30분부터 방송될 예정이다. 

 

조사에는 투표자의 성별과 연령, 소득, 지역, 교육 수준, 결혼 여부, 종교 등 인구통계학적 질문을 먼저 던져 성향을 파악한다. 이어 후보 결정 요인, 정치 성향, 차기 정부 과제, 사회 현안 의견 등 심층적인 질문을 추가로 던진다. 약 130명의 조사원이 현재 전국 63개 투표소에서 약 3300명을 대상으로 16개 문항을 심층 조사하고 있다.

 

KEP 관계자는 “지지 후보만 묻는 기존 출구조사와 심층출구조사를 병행하고 그 결과에 통계학적 가중치를 부여한다”며 “심층출구조사를 위해 통계학과 언론학 전문가를 대거 자문위원으로 영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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