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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산업을 새 정부 경제정책 최우선에 둬야

새 대통령, 새 정부의 경제정책 “산업구조 고도화에 총력 기울일 때”

임수택 편집위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5.10(Wed) 15:00:00 | 14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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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은 당선의 기쁨을 누릴 여유도 없이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는 데 전력투구해야 한다. 최근 언론에선 남미 베네수엘라에서 장갑차를 막아선 한 시민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빵과 생필품 부족, 폭등하는 물가상승에 불만을 품은 국민들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했고, 그 시민은 온몸으로 저항하고 있었다. 차베스 전 대통령(1999~2013)은 원유만 믿고 보건·주택·스포츠문화 이벤트까지 퍼주기식 무상 정책을 실시했다. 복지 천국에 국민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2013년 이후 국제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하자 국가재정이 고갈되며 비극이 시작되었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470%에 달했다. 환호하던 국민들은 한순간 돌변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대한민국은 지난 8개월 이상 리더십 부재 상태에 놓이며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한 한반도 위기,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 보복 등 내우외환의 위기를 겪고 있다. 서민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빡빡하다. 가계부채는 1300조원을 넘어섰다. 청년실업은 100만 명을 돌파했다. ‘성장을 통한 분배’의 정책은 심각하게 공격받고 있다. ‘저성장·저소비·저고용’의 뉴노멀 시대로 경제구조가 바뀌고 있다. 산업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혁신적 기업은 눈에 띄지 않는다.

 

3월3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2017 서울모터쇼가 개막됐다. 제2전시장에 마련된 부대 행사에서 관람객이 자동차운전 VR(가상현실)을 체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위정자는 ‘재정 건전성’에 대한 의식 가져야

 

국민들은 경쟁을 원치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사회를 경쟁사회·양극화사회·불신사회·부패사회·과로사회라고 이해하고 있다. 고령화는 더 진행되고 생산노동인구는 줄고 있다. 계층 간·산업 간의 경제력 차이와 갈등 구조는 분노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렇듯 새 대통령, 새 정부의 과제는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도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와 복지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각 당의 후보들이 대한민국 경제의 이와 같은 위기의식을 가지고, 일자리 창출과 복지 문제 해결에 방점을 두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각 후보들은 나름대로 재원 마련의 근거를 제시했다. 일반적으로 재원 확보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재정지출을 꼼꼼하게 관리해 국민의 돈을 알뜰하게 쓰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이다. 재정지출 관리는 과거 정부에서도 시도했지만 크게 나아진 게 없었다. 복지수요 증가와 고령화로 인해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가부채는 100조원 이상 늘어났다. 국가부채 비율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40%를 넘어섰다. 공공기관 부채를 감안하면 70% 이상이다.

 

우리 재정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아직은 튼튼하다는 안일한 판단에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은 재정지출의 카드를 큰 위기의식 없이 꺼내드는 경향이 있었다. 위정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의식이다. 재정 악화가 얼마나 위험한 경우를 초래하는지는 이웃나라 일본의 재정 구조를 통해 배울 수 있다. 2017년도 일반회계 세출은 97조4547억 엔(약 975조원)이다. 이 중 국채상환금이 23조5285억 엔(약 235조원)으로 24.1%, 사회보장비가 32조4735억 엔(약 325조원)으로 33.3%, 지방교부금이 12조5671억 엔(약 126조원)으로 16%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국가가 진 빚의 원금상환액이 14조3680억 엔(약 144조원)으로 전체 예산의 14.7%이며, 이자는 9조1605억 엔(약 92조원)으로 9.4%를 차지한다. 이 막대한 국가 빚을 감당하기 위해 아베 정부는 올해도 34조3698억 엔(약 344조원)의 국공채를 발행했다. 전체 예산의 35% 이상을 국가가 빚을 내서 살아가고 있다. 국가부채는 GDP의 2.3배에 이른다. 초고령사회 진전과 생산노동인구 부족을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이 보이지 않아 부채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이쯤 되면 국가 파산을 우려할 상황이지만, 그래도 일본 경제를 지탱하는 힘은 개인 자산이다. 1500조 엔(약 1경5000조원)을 가지고 있다. 개인들이 천문학적인 돈으로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기업들의 수출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경제와 재정이 우리의 새 정부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향후 대한민국도 ‘소(少)자녀 고령화’ 인구구조로 인한 복지수요가 일본처럼 점점 커질 것이다. 우리 재정은 일본에 비해 건전하다고 강변할지 모르지만 가계 상황은 정반대다. 정부의 빚은 늘어가고 있고,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벗어나고 있다. 재정 확보를 위해서는 세금을 올려야 한다. 법인세든, 소득세든, 다른 세금을 조정하든 올려야 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인 셈이다.

 

 

‘첫째도 벤처산업, 둘째도 벤처산업, 셋째도 벤처산업’

 

법인세와 소득세를 올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이유는 따로 있다.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공장을 해외로 이전해 결과적으로 일자리 감소가 현실로 다가오는 역작용을 무시하기 어렵다. 소득세 증가로 소비가 위축돼 경기가 더 냉각돼도 시장논리를 정책으로 밀어붙일 수 있을까. 이렇듯 두 가지 경우의 수는 다 일어날 수 있으리란 전망이다. 따라서 새 정부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산업구조 고도화에 대해 심도 있는 검토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지난 40~50여 년간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철강·화학·유화·정보통신·조선 등 글로벌에서 통하는 고부가가치 산업구조 덕분이었다. 그간 경제 위기와 산업 재편의 상황이 발생했지만,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산업구조로 위기를 극복해 올 수 있었다. 최근의 예만 보더라도 조선과 중공업의 위기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이 선전(善戰)해 보완하고 있다.

 

하지만 현 산업구조는 중국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는 중국의 추격세가 두려울 정도다. 조선·에너지 부문은 이미 중국이 앞지르고 있다. 기술 격차는 점점 좁혀지고 있다.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이 새 정부에 “산업구조 고도화에 우선적으로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바이오·인공지능·뇌연구·빅데이터·로봇·5G·자율주행차·스마트 디바이스·IoT·3D프린터·드론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퍼스트 무버가 어렵다면 최소한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라도 돼야 한다는 것이다. 퍼스트 무버의 지위는 이미 미국·독일·일본 등이 차지해 가고 있다. 패스트 팔로워라도 되기 위해선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새 정부에서 4차 산업혁명 중심의 산업구조 고도화 틀을 만들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자칫 중국 제품의 시장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해 필수 불가결한 것은 기업가 정신이다. 그간 기업가 정신으로 충만한 기업인들의 진취적인 도전의식으로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요즘 기업인들에게는 선대 기업인들과 같은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다.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전사적으로 올인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기업과 산업구조의 미래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마크 저거버크와 스티브 잡스가 미국, 나아가 전 세계의 산업구조를 바꾸고 고용을 창출하고 인류의 문명생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새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하는 의지 못지않게 중요한 일은 혁신적인 기업가가 많이 배출될 수 있는 벤처문화와 기업가 정신의 토양을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 벤처기업 육성에 모든 역량을 기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집권 초기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경제위기 극복 방안으로 제시한 ‘첫째도 브로드밴드, 둘째도 브로드밴드, 셋째도 브로드밴드’라는 조언을 받아들여 오늘의 IT(정보기술) 발전을 가져온 것처럼, 새 대통령은 ‘첫째도 벤처산업, 둘째도 벤처산업, 셋째도 벤처산업’을 정책의 최우선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가 정신은 벤처정신과 통한다. 현 산업구조를 더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벤처기업이 넘쳐나는 나라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패한 벤처기업에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많다. 연대보증, 부동산 담보 등을 요구하는 구시대적인 제도는 새 정부가 과감하게 근절하고, 일정 기간 세금을 유예하고 법의 테두리 내에서 도산한 CEO에게는 법적·재정적 책임을 면해 주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요구 등이다. 땀과 열정, 도전으로 이루어내는 벤처기업의 기술을 철저하게 보호하고 이를 탈취하는 세력에게는 엄격한 법 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현장 © 연합뉴스


과학기술 지원과 과감한 R&D 투자 필요

 

기업가 정신과 벤처산업의 토양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인재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그간의 지식이 적응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창조적 인간을 만들어야 하는 절박한 시점이다. 산업구조를 고도화해서 지속적인 성장의 틀을 만들어야 하는 새 정부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과학기술 지원과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유한하지만 국가·국민·기업은 영구하다. 새 정부는 다음 정부뿐만 아니라 국가·국민·기업의 미래를 위해서 과학기술 발전과 R&D 분야에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통 큰 투자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낳고 있다. 경제발전과 기업발전·고용창출은 사회적 관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탓이다.

 

우리 사회는 갈등과 대립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어느 연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갈등 비용만 잘 관리해도 1인당 국민소득을 7000달러 올릴 수 있다고 한다. 부패를 청산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분노를 위한 분노, 분노가 일상화돼 가는 사회는 위험하다. 용서와 통합은 정의 실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속도는 우리의 생각의 속도를 넘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문명사적 패러다임 변화에 준비하고 적응하지 못하면,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가 “인공지능이 노동시장에서 수십억 명의 사람을 몰아내고 새로운 계급인 ‘잉여 인간’들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우리 민족이 ‘잉여 민족’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치열하고 치밀하게 국가를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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