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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대제 前 장관 “산자부장관 부총리 격상해 한국형 비즈니스 키워야”

[인터뷰] 진대제 前 정보통신부 장관이 역설하는 새 정부의 산업정책 방향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5.10(Wed) 09:55:54 | 14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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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2003~06년)은 정권 교체기인 2008년 1월,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김형오 부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을 찾았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IT(정보기술)산업은 계속 키워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정보통신부를 없애시면 안 됩니다.” 진 전 장관은 “부처 수장을 맡아서가 아니라 IT 기업인 출신 입장에서 우리 산업의 미래를 걱정했기 때문”이라고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는 IT산업의 산실이었던 정통부 기능을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 이원화시켰다. 결과적으로 당시의 정책적 판단은 돌이킬 수 없는 패착이 됐다.

 

진대제 전 장관은 ‘삼성 신화’의 산증인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천재 경영론’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천재형 전문경영인’의 사례가 바로 진 전 장관이다. 1952년생인 진 전 장관은 경기고·서울대 전자공학과를 거쳐 국비유학생 1호로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31세의 나이에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삼성전자 대표이사 시절 진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10년, 15년 뒤 먹거리를 정부에 와서 만들어보면 어떻겠느냐”며 입각을 권유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진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에서 꼬박 만 3년을 정통부 장관으로 재직했다. 그 기간 동안 탄생한 것이 ‘IT 839’ 정책이다. 여기서 ‘8’은 8가지 핵심 서비스, ‘3’은 3가지 핵심 인프라, ‘9’는 9대 신성장동력을 의미한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들 기술은 하나같이 세계 IT 시장의 격전장으로 성장했다. 장관직에서 물러난 후에는 기술벤처의 전도사로 변신, 자신이 세운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를 국내 대표적인 기술PE(프라이빗 에쿼티)로 키워냈다. 5월2일 서울 양재동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집무실에서 진 전 장관을 만나 ‘새 정부 산업정책’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 시사저널 최준필


현재 우리 산업계가 처한 현실이 어떻다고 보는가.

 

지금까지 우리 경제는 주력 산업 5~6개가 좋은 결과를 내왔다. 그래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근처까지 오게 된 거다. 그런데 이게 지금 노후화됐다. 여기다 후발주자의 추격도 심해졌다. 더군다나 이들 산업은 하나같이 전 세계적으로 공급과잉이다. 

최근 한 강연회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 정부에 절박함이 없다고 비판했는데.

 

이명박 정부 때 정통부가 없어지면서 우리 IT산업의 경쟁력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지금 글로벌 소프트웨어·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 우리는 ‘말발’이 안 선다. 박근혜 정부 들어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생겼지만 흩어져버린 정통부 역량을 모으진 못했다. 그나마 대기업이 주도하는 사업은 성과가 괜찮다. 문제는 대기업들이 하지 못하는 분야들이다. 예를 들어 드론은 지금 어느 대기업이 하고 있는가? 없으니까 중국이 이 시장을 치고 들어온 거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로 돈 잘 번다고 하지만, 반도체는 결국 부품이다. 쉽게 말해, 산업을 이끄는 품목이 아니다. 그럼 누가 해 줘야 하는가? 우리에게는 MS(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오라클과 같은 회사가 없으니 그동안 정부가 출연연구소를 부추겨 정책을 추진해 온 것 아닌가? 지금은 그게 잘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IT=벤처=일자리’ 정도로 여기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일자리라는 게 만들고 싶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태생적으로 벤처기업은 기업 환경이 부실하다. 벤처기업만 만들어 놓는다고 해서 일자리가 해결될 것으로 보는 건 순진한 생각이다. 자동화 시대에는 육체노동자들이 영향을 받았다면,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정신노동자들이 영향을 받는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중산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면에서 4차 산업혁명은 기회가 아니라 어마어마한 위기다. 제리 카플란(스탠퍼드대 교수)을 2주 전 한국에서 만났는데, 그 사람이 책에서 ‘당분간 실업률 상승은 계속되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나마 카플란은 학자이니 이런 말이라도 하지만, 정치인은 그런 말을 못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국가·기업·직업의 의미가 사라질 것 같다. 이러한 때 지도자의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개인적으로 아베 일본 총리의 리더십을 주목한다. 그동안 우리는 일본 정부가 돈을 윤전기로 찍어낸다고 흉을 봤는데, 지금 일본은 일할 사람이 부족해 난리일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 바로 아베라는 한 명의 정치인이 분위기를 바꾼 거다. 대통령이 뛰어다니면서 비전을 선보이면, 국민도 신바람을 낼 텐데, 지난 몇 년간 그게 없었지 않았나.

 

 

일자리 문제는 전적으로 정부에만 의존해서 안 된다는 데 동의한다. 이러한 때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면 재정 고갈만 가속화된다. 공공 일자리 많이 만들어 봐야 뭐하나? 지속력이 없는데. 결국 정부의 역할은 우리나라가 10년 뒤 어느 위치에 있을 것인가, 20년 뒤에는 어떤 나라가 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우리 옆에는 중국이라는 어마어마한 능력을 가진 제조 국가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는 ‘중국이 못하는 게 뭘까’를 생각해야 한다. 가령 관광에 의료 서비스를 결합시키는 건 어떨까. 이것은 중국이 아직 못하고 있는 분야다.

 

 

새 정부에 필요한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전반적인 ‘산업 개조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 제조업이라고 해서 단순 제조만 해서는 안 된다. 서비스를 결합시켜야 한다.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를 봐라. 말레이시아에 있는 아디다스 신발 공장을 독일로 가져갔는데, 모든 것이 자동화다. 온라인에서 선택하면 이틀 뒤 물건이 도착하는데, 이건 제조사가 직구(直購), 직판(直販)까지 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새 정부는 ‘한국형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조업도 플랫폼 비즈니스로 변신해야 한다. 아마존·알리바바가 직접 제조하는 게 뭐가 있나?

 

 

4차 산업혁명 시장에서 우리가 경쟁력을 가진 산업은 있는가.

 

물론이다. 중국 기업들이 드론을 만들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은 드론 산업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왜 안 하나? 전기차나 드론이나 다 같은 원리인데 말이다. 고작 몇 천억원짜리 사업에 대기업이 참여하길 기대하지 말고 정부가 나서서 그걸 할 수 있도록 기업을 키워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강력한 지원도 필요하다. 지금 우리 경제의 약점은 중견기업이 적다는 것이다.

 

2005년 3월28일 진대제 당시 정보통신부 장관이 서울 세종로 유비쿼터스 드림 전시관을 방문해 지능형 로봇 ‘마루’와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새 정부 출범 이후 정통부가 부활해야 하는 게 맞는다고 보나.

 

과학기술 분야는 지금처럼 과기부가 관장하는 게 맞다. 다만 정통부처럼 특화된 기술 또는 산업을 만들고 싶으면 별도의 팀을 정부 내에 꾸릴 필요가 있다. IT는 어느 한 분야에 국한시킬 수 없는 산업이 됐다. 제조·관광·물류·유통 등 거의 모든 분야에 IT가 없으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인공지능이 다 IT인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정부 조직을 떼고 붙이고 하는 건 낭비다. 그 바람에 산하기관이 왔다 갔다 하면서 혼란만 커졌다. 그럴 바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산업자원부 내 ‘산업혁신본부’와 같은 별도 조직을 만들고 산업부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재정이나 금융이 경제부총리 책임이라면, 산업정책은 산업부총리가 맡아야 한다. 지금은 흩어진 퍼즐 조각을 한데 모으는 게 경쟁력인 시대다. 그게 산업부총리의 역할이다.

 

 

상대적으로 청와대 조직은 어떻게 바꿔야 할까.

 

대폭 줄여야 한다. 글로벌 기업 본사에 가봐라. 인력이 얼마나 되는지. 굉장히 작다. 각 부처로 기능을 대폭 넘기면, 보고 체계가 복잡해질 수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부총리 자리다. 대선 기간 중 많은 후보들이 중소기업부를 만든다고 공약했는데, 나는 반대다. 산업부 위상을 부총리급으로 키우면 중소기업 육성에도 도움이 된다.

 

 

4차 산업혁명을 민간 주도로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내가 기업에 있다 정부로 들어갔는데, 정부와 기업의 역할은 엄연히 다르다. 산업화가 다 된 분야에는 정부가 할 역할이 없다. 그런데 신산업은 다르다. 가령 통신시장에서 5G를 민간에 넘겨주면 그게 제대로 되겠는가? 우리는 퀄컴과 같은 회사가 없으니, 정부가 해 줘야 한다.

 

 

대기업 주도형 경제 시스템에서 역량을 갖춘 중견기업을 육성한다는 게 가능할까.

 

지금 한국 경제는 과당경쟁이 심각한 문제다. 조선·건설 등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들이 다 이런 문제에 직면해 있다. 영세 소상인들을 봐라. 다들 어려워하지 않나? 그런데 왜 협업(協業)을 하지 않는 건가?

 

 

만약 지금 입각(入閣)한다면 어떤 정책을 펴보고 싶은가.

 

한국형 플랫폼 사업이다. 한국 산업 전체를 하나의 퍼즐로 놓고 조각을 맞춰보고 싶다. 내가 정통부 장관 시절 만든 ‘IT 839’ 정책만 해도 그렇다. 당시 나는 정통부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산업부가 하는 일이 뭔지조차 몰랐다. (노무현) 대통령이 10~15년간 우리가 먹고살 것을 만들어 달라고 해 그것만 한 거다.

 

 

한국형 플랫폼이라는 게 굉장히 포괄적인 개념인 것 같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우선 한 사업에 대한 수직계열화부터 만드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가 반도체를 잘 만드는데, 이를 설비산업으로까지 확대해 다른 나라 반도체 제조 회사들이 우리 설비까지 사도록 하는 거다. 잘하는 한 분야가 있으면 주변 것들을 하나둘씩 갖다 붙여 키우는 게 플랫폼 비즈니스다. 모든 산업이 힘들다면, 우리가 잘하는 분야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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